산(山) 너머 남촌(南村)에는
김동환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南)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모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을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발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니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조선문단』 18호, 1927.1)
[작품해설]
이 작품은 「국경의 밤」, 「북청 물장수」의 북방적 정서와 남성적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언어 구사와 여성적 어조로 표현되어 있다. 시인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 주고 있다. 김동환은 「국경의 밤」 · 「눈이 내리느니」와 같은 작품에서는 북방의 춥고 어두운 겨울을 배경으로 암울한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반해, 이 시에서는 겨울이 없는 ‘남촌’을 무대로 하여 그가 그리워하는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진달래 향기’ · ‘보리 냄새’ · ‘호랑나비떼’ · ‘종달새 노래’로 대표되는 사랑과 평화의 낙원으로서의 ‘남촌’이 지니고 있는 희망과 사랑의 이미지로 인해, 시적 자아는, ‘배나무 꽃 아래’ 계실 ‘님’이 비록 구름에 가려 보이지는 않더라도, 자신에게 전해 주는 사랑의 욕구가 자연의 운율적 질서와 동화됨으로써 민요적 리듬을 창출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 또한 이 시가 지닌 장점이라 할 것이다.
[작가소개]
김동환(金東煥)
별칭 : 강북인(江北人), 파인(巴人), 백산청수(白山靑樹)
1901년 함경북도 경성 출생
1916년 중동학교 입학
1921년 일본 도요대학 영문과 입학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학업 중지
1924년 시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를 『금성』에 발표하여 등단
1925년 카프(KAPF)에 가담
1927년 조선일보 기자
1929년 종합지 『삼천리』 발간
1937년 문예 전문지 『삼천리 문학』 주재
1950년 6.25 때 납북
시집 : 『국경의 밤』 (1925), 『승천하는 청춘』 (1925), 『삼인시가집』 (공저, 1929),
『해당화』 (1932), 『청용은 간다』 (1962)
첫댓글 산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