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13 (화) "손바닥 뒤집듯"… 이재명의 반복된 '번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 바꾸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걸었던 위성정당 금지는 여당 탓으로 돌리면서 번복됐고,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마저 뒤집는 등 민주당 총선 전망까지 어둡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2월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표는 4·10 총선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현행 준연동형으로 유지하고, 위성정당 창당을 결정했다. 당 지도부의 '포괄적 권한 위임'에 따른 결과다.
이후 민주당은 당대표 결정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위성정당 창당 실무 작업에 나섰다. 지난 21대 총선처럼 총선용 비례 위성정당을 급조한 뒤, 선거 직후 합당을 이뤄 민주당 전체 의석수를 늘리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위성정당 금지는 당초 이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2월 5일 기자회견), "민주당은 여당의 반칙의 탈법에 대해 불가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2월 7일 최고위원회의)며 화살을 국민의힘으로 돌렸다.
실제 국민의힘도 자체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애초 위성정당이 필요 없는 '병립형 선거제'로의 복원을 촉구해왔으며, 위성정당 창당은 민주당이 준연동형 선거제를 채택할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나도 헷갈리는데 국민들도 보고 알 수가 없다"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이어 이재명 대표의 공약파기가 늘었다. 누가 누구한테 사기꾼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였던 선거제도다. 당시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 투표용지 길이만 48㎝에 달했다. 이후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위성정당 창당으로 결정을 번복하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혼란이 재현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말 바꾸기로 이번 총선에서도 '깜깜이 선거'가 재현될 것"이라며 "애초 당대표 한 사람에게 국가의 명운이 걸린 선거제도의 결정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월 5~6일 '민주당이 의원총회나 당원투표 없이 국회의원 선거제를 이재명 대표에게 일임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은 결과, 53.6%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3.8%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지적처럼 '불체포특권 포기' 대선 공약 번복과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도 이 대표 말 바꾸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 6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민주당도 지난해 7월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자신이 받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표결되기 하루 전(지난해 9월 20일) 페이스북에서 돌연 부결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이후 친명계에서는 '가결파 색출'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박광온 원내대표가 친명계의 성토에 사퇴하는 등 당내 분열이 최고조에 달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고성과 원망이 난무했다고 한다. 특히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요구에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 가·부결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 인증하기까지 일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투표용지에 '부결'을 적시한 사진을 인증하는 촌극을 보이기도 했다.
선거제 논란과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등 국회를 한바탕 뒤흔든 중심엔 이재명 대표가 위치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2월 1일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번에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대표 연설에서 해놓고 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부결을 호소했다"며 "더군다나 이 중요한 선거(총선)를 앞두고 그렇게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강하면 총선 전망도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첫 회의… "통합은 이제 시작"
여야에서 빠져나온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이 뭉친 개혁신당은 설 연휴인 2월 11일 첫 회의를 가졌다. 개혁신당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와 김종민·이원욱 의원, 금태섭·김용남 전 의원 등 6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만찬 회동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날짜가 그리 길지 않았는데 통합 협상을 타결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준석 대표도 큰마음으로 통합이 잘 이뤄지게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 연휴 첫날 저희의 통합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와 관심을 보여주신 데 감사드린다"며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도부를 정식으로 가동해 이 시기에 필요한 일들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어떻게든 통합이 이뤄졌고, 통합은 이제 시작"이라며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어려운 고비를 잘 넘어 여기까지 왔고, 나머지 반을 채우는 건 저희의 역량이자 저희의 자세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회동에서 나머지 반을 채우는 과정을 빨리해 나가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새해 초부터 큰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 합의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우린 하나”… 박근혜 “작은 힘 보탤 것”
제22대 4.10 총선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직 대통령들이 서서히 보폭을 넓히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예방 자리에서 ‘명문 정당’을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북 콘서트를 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2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50여명과 오찬 회동을 하며 ‘민심 청취’와 시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이들은 모두 공식적으로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여론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문재인… “친명 친문은 하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울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며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해 단합을 주문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2년 8월 자신이 처음 언급했던 ‘명문 정당’을 또 다시 언급했다. ‘명문 정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이름에서 한자씩 딴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재명 전 대표와 식사 자리에서 “우리가 다 같이 하나 된 힘으로 왔는데 총선에 즈음해서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며 “우리는 하나고 단합이 다시 한번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한 선거제 관련 발언은 민주당 당론 결정에도 영향력을 톡톡히 행사하기도 했다.
퇴임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비교적 자유롭게 정치적 메시지를 내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역대 정부 중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정부는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뿐”이라며 “파탄 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해 8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해선 “그 시기 불가피했던 소련과의 협력을 이유로 독립전쟁의 위업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남루하고 편협한 나라로 떨어지는 일”이라며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고 했다.
◆ 박근혜… “국민 앞 부끄러운 일 한 적 없다”
지난 2021년 12월 특별 사면 이후 대구 사저에서 1년 간 두문불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대구에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정치에 다시 참여하진 않겠다”면서도 “국민 여러분의 큰 사랑에 보답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해당 자리에는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비롯한 여권 총선 후보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며 박 전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을 앞둔 시점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의 발언으로 ‘역할론’을 부각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3월 24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 후 대구 사저로 도착한 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대구 동화사를 방문한 데 이어 8월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9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예방, 추석 연휴 직전 대구 달성 현풍시장을 방문했다. 지난해 9월 13일에는 달성 사저를 찾은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만나 내년 총선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된 선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잘 사는 나라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 앞에는 여러 어려움이 놓여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는 우리 정부와 국민께서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명박…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과 오찬회동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50여명과 오찬 회동을 했다. 전직 대통령이 서울시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시장 당시 주요 성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을 언급하면서 민심 청취와 시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그는 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 사업이나 교통 환승 시스템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시의원들의 도움으로 할 수 있었다면서 시의원들에게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민심을 제대로 들어달라”라고 주문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2월 사면·복권후 공개 행보가 부쩍 늘어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전보다 다소 적극적인 메시지를 낸 때는 지난해 9월 12일인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부터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반성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며 “지금 정부도 이 점을 유심히 생각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0월 25일 열렸던 4대강 보 걷기 행사에서는 “4대강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안에 대해 본격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월 23일 한국무역협회(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도 참석해, 2008년 논란이었던 광우병 사태를 거론하며 “광화문에서 수십만 명이 모이는 등 시위가 빈번했다”며 “진보 진영에선 기업 하던 사람이라 흔들면 금방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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