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7 연중 제30주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46ㄴ-52
그 무렵 46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많은 군중과 더불어 예리코를 떠나실 때에,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47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치기 시작하였다.
48 그래서 많은 이가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9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오너라.” 하셨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며,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 하고 말하였다.
50 그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갔다.
51 예수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 눈먼 이가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52 예수님께서 그에게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시골본당 생활 후 체중이 5키로나 더 불었습니다. 배도 많이 나와 양말 신기도 힘들었습니다. 사제서품 후 8년 동안 체중이 무려 25키로나 늘었습니다. 비정상이었습니다.
1999년 사순시기. 결국 혈전으로 인한 소장괴사로 두 차례의 대수술을 하면서 소장을 2/3나 잘라 내었습니다. 서해 먼바다 연평도에서 일주일간 원인모를 복통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독일병정'이란 별명처럼 꾹꾹 참으며 일정을 마치고 섬에서 나올 땐 이미 사색이 짙었습니다. 네 시간 동안 배를 타고 나와 서울 성모 병원 응급실로 실려왔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응급실에서 우연히 만난 의사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나중에 회복 중에 그 선생님이 사연을 얘기해 주어 알게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야지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감사보다도, 나에게 닥친 이런 모진 고통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느님도 사람들도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동안 내 능력 내 힘으로 살아왔습니다. 머리로만 하느님을 알았습니다. 이기적 열정, 교만한 열정으로 살았습니다. 나 자신 얼마나 나약하고 부족하고 불완전한 죄인인지를 전혀 깨닫지못였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임을 몰랐습니다.
이 치유기적 사건은 내 인생의 또하나의 전환 사건이었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계시는가를 깊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눈먼 이를 보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루카 4,18 참조)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사실 병을 낫게 하는 능력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주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죄인인 인간의 죄를 용서하는 것은 창조주이신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마태 9,3 참조) 사람이 죄를 지어 죽음의 한계 속에 처해지고 낙원에서 쫓겨났기에, 죄사함의 용서는 죽음에서의 해방, 곧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낙원, 곧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구원을 뜻합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죽음으로 온 인류를 죄에서 해방시키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마련해 주셨습니다. 이제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이 세상에서의 자신의 소명과 사명을 완성하는 순간입니다. 하느님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순간입니다. 거룩하고 존엄하고 아름다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순간입니다.
살면서, 사실 수없이 많은 치유기적들을 체험합니다. 그 안에서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죄인인 나에게 베푸신 죄사함의 용서를 깨닫고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언제부턴가 투쟁적인 삶이 순한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새벽부터 야전병원 난민촌같은 우리 밥집에서 힘들게 가마솥 밥을 하면서도 즐겁습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하루하루가 내 생애 최고의 날로 새롭고 신비롭습니다.
어릴적 소풍가기 전날처럼 설렙니다.
좋은 이웃 고마운 마음 아름다운 세상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공감과 연대와 나눔으로 기도하고 봉사하며 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