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하는 동생을 향한 형의 마음
“목사님! 기도문 한 장 써 주시면 좋겠어요”
칠순이 지났음에도 노동일을 다니시는 집사님께서 한낮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갑작스러운 부탁에 무슨 내용의 기도문을 원하시느냐 라자, 친동생분이 수도권에서 사는데 암 말기 환자이며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침통한 어조로 남은 시간 동안 잘못 살아온 것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동생을 용서해 주길 기도했으면 좋겠다며, 오늘(4월30일) 저녁때 수도권의 병원으로 가서 동생을 만날거라 하셨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아우를 만나러 가야 하는 형의 마음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마는, 급하게 책상에 앉아서 기도문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사람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는 성경 말씀처럼 한 평생의 삶을 돌아 보면 안개같은 인생살이였습니다.
하늘 아래서 바람 같은 것을 잡으려고 한세상 참 열심히 찾고 찾았지만, 내 손에 남은 것이 별로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은혜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그럼에도 인자와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께 이시간 기도합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한일서1:9)” 하신 말씀처럼 주님 앞에 지나온 세월 동안 원하든 원치 않았든, 부지불식간에 지은 잘못들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미쁘시고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족한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길 기도합니다.
“23.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24.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시편37:23-24)” 하셨습니다.
지나온 인생길을 돌아보며 이제는 남은 시간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저희 가족들의 인생살이와 삶 가운데 신실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물 가운데 지나는 것 같은 세파와 세상살이입니다.
때로는 거센 바람 일렁이는 불꽃같이 험한 삶터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살아갈지라도 우리 마음의 중심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힐 수 있기를 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41:10)”라는 말씀이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저희 가족이 다 되게 하옵소서!
무엇보다 마지막 순간에는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하고,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될 수 있도록“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얻는(요한복음1:12)” 저와 저희 가족이 되게 하옵소서.
그래서 영생의 소망을 품고서, 이땅에서의 삶은 유한하지만 영원한 하늘나라, 곧 아픔과 슬픔과 수고와 고통이 없는 그 나라 곧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주어진 오늘 하루 하루에 충실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서민들의 살림살이야 오십보백보이기에, 고단한 도시 생활을 이어가며 꾸린 가정생활도 사연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짧은 가방끈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약자의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앞선 세대 서민들의 한과 상처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동생분의 모습이겠다 싶어집니다.
“목사님! 동생이 하나님께 용서함 받고 천국이라도 가게끔 기도해주세요”라시는 집사님의 침울한 목소리가 제게는 울부짖음으로 들려옵니다.
동생 분을 면회 가려는 집사님께 기도문을 전달하면서, 병원가실 때 죽이라도 한 그릇 사다가 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봉투에 마음을 담아 전달했습니다.
모쪼록 얼마 남지 않은 동생분의 심령속에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벧전2:9)의 은총이 있기를 함께 기도해 주시길 요청합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