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깨기전부터.............................아마도 비가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가을이 오는 비.................
서쪽으로 향한 큰 창문에 빗물이 흘러 내리고..............길을 향해 나있는 열린 분에도 하얀 빗줄기가 연속된다.
옥상에 올라가니..................강아지 풀과 나팔꽃이 다 비에 젖고 있는데...............어제 핀 노란 연꽃이 봉오리채로 물에 기대고 있다. 아이들도 노란 우의를 입고 노란 우산을 들고 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서고 있다. 남쪽에도 비가 오고 서쪽에도 멀리 아파트건불에 비가 내리고 있고.................북쪽 고가도로에도 뿌옇게 비가 내리고 동쪽 하늘에도 안개처럼 비가 뽀얗게 내리고 있다.
우산을 쓸 필요가 있을까
머리위로 촉촉하고 다정하게 비가 적신다.
정확하게 말하자면...............실경산수화와 도경산수화로 나눌 수 있다. 실제 자연을 그대로 그리는 실제경치 산수화와 이상향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道境.....仙境............眞景山水畵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절마다....................벽에 그려져 있는 것은 실경산수가 아니다. 바로 진경산수화이다. (세속에서는 실경산수화를 진경산수화로 부른다)
도경 선경 진경......................속경 실경...................
그대여!
그대는 선경을 꿈꾸는가?
마음에 선경을 품고..............눈으로 선경을 보며...............귀로 선경의 노래를 들으며............코로 선경의 향기로움을 느끼고 피부로 선경의 다정한 바람을 맞으면서..................우리는 부처님의 길을 걷는 것이다.
선경의 대화를 하고.................선경의 시를 읊으며......................
이제 세상을 살만큼 살아본.................그대여!
항상....................................常과...........無常은 구분이 된다오!
그렇지 않으면...........길을 떠날 수가 없다오!
옛사람은.......................진경을 그리며 살았지만..................세월이 흘러 사람들은 俗에 묻힌채로 實景실경속에 살다가.................덧없이 죽는다오!
우리들이 진리의 길을 자세히 모르는 만큼.............. 진경산수화에는 여백이 그려져 있다오! 나의 그림에도 여백이 그려져 있는데................그려진 것보다..............하얀 안개의 공간이 더 넓고 크다오!
세월이 가면....................無畵의 허공이 더욱 늘어가겠지요. 우리들의 삶은 추억이 되고.........................추억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전설이 되고..........................머리위에 백발이 늘어질 것 처럼...................허공도 넓어져 갈 것이겠지요.
아! 한번.......................道境이 마음에 그려지면........................다시는 실경으로 돌아오지 않는다오!
세피로트와....................수미산과........................크르슈나와.............여래장과 주천의 정거장을 알려면..............오대를 알아야 한다오!
오대가 없으면.....................어찌 진경을 그림하리오!
少年易老 學難成하니
一寸光陰 不可輕이라!
未覺池塘 春草夢이어늘
階前梧葉 已秋聲이라!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 조각 시간이라도 가벼이 할 수 없네!
연못에 봄꿈을 깨닫기도 전에.............
계단앞의 오동나무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내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