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무신 예찬(禮讚) -
아주 오래전 충청도 어느 섬마을의 실화다.
상갓집에서 어떤 노인이 집에 가려다 말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이유를 물어본즉 25년간 신었던 피(?)같은 고무신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토록 질긴 고무신이 있을 리 없거늘, 털어놓는 사연인즉 신을 신다가 헌신이 되면 으례 애경사집에 가서 남의 새 고무신과 슬쩍 바꿔 신었기 때문이란다.
과거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여 딴은 맞는 말이었다.
너무도 애통해하는 통에 결국 상주가 새 고무신 값을 주어 보내었다. 그 후 노인이 얼마나 더 살았는지는 모르나 임종하면서 ‘아무개집의 자상한 상주가 사준 고무신을 채 떨어트리지도 못하고 가는 게 유감이로구나’ 하더란다.
그리고 어떤 노파로부터 들은 실화인데 하도 가난하여 고무신 값을 아끼려고 남이 볼 때만 신고 없을 때는 벗어들고 일이십 리길을 맨발로 걸어 다녔단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5,60년대엔 그런 사람도 꽤 있었음직하다.
국민핵교 때 고무신을 신었었건만 그 후 오랫동안 나는 구두를 신었었다. 그러나 구두엔 안 좋은 추억이 많다. 헌데 십여?년 전에 4,5년 가량 흰 고무신을 신고 다닌 적이 있었다(이글은 당시에 썼던 글이다).
어떤 멋쟁이 선배를 보고 비롯되었지만 안 그랬어도 나는 필경 고무신을 택했을 것이다. 환갑진갑 지났다 해도 모르겠는데 40대 새파란 청춘이 고무신을 신고 다니니 자식들이 일단 질색을 하며 극렬반대다.
결코 튀거나 주목받고 싶어서가 아닌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며 웃기도 한다.
고무신이기 때문일까? 양말도 거의 안 신는다. 어릴 때와 달리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입성이나 영양상태가 좋아져서인지, 한겨울에도 발시려운 줄을 모른다. 양말을 안 신는 건 비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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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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