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밀가루170g, 코코아가루10g, 계란2개, 카놀라유120g, 우유90g, 설탕70g,
올리고당40g, 소금2g, 베이킹파우더6g, 마카롱160g정도
마카롱은 만들 때마다 늘 달라서
항상 저를 긴장하게 하고 당혹스럽게 하는
아주 까탈스러운 아이에요.
간만에 백련초가루를 넣고 예쁜 분홍색의 마카롱을 만들려고 했더니
뭔 심술이 났는지 두 번씩 만들어도 다 제대로 안 나오고....
들어간 아몬드가루랑 슈가파우더의 양이 적은 게 아니어서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마음에 생각해 낸 것이
머핀으로 재활용하는 거였어요.
저는 머핀 만들 때 거의 대부분 아몬드가루를 넣거든요.
먼저 볼에 카놀라유, 우유, 계란, 설탕, 소금을 넣고
핸드믹서로 적당히 돌리다가
잘게 다진 마카롱을 넣고 3분 정도 다시 돌려줍니다.
다진 마카롱이 마치 소고기 다짐육처럼 보이네요. ㅎ ㅎ ㅎ....
아몬드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거품기를 오래 돌려도
글루텐 형성이 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일반 믹서에다 하면
마카롱 입자가 안 보일 정도로 곱게 갈아지는데
거품내는 핸드믹서는 그렇게까지는 안 되더라구요.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네요.
밀가루, 코코아가루,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쳐서 넣어
주걱으로 골고루 잘 섞어 주고...
코코아가루를 빼고 밀가루180g으로 해도 되지만
백련초가루의 분홍색이 어정쩡하게 나올까봐
아예 코코아가루로 색 커버를 해 준 거랍니다.
유산지를 깐 머핀틀에 반죽을 80%정도 채워준 다음
180도 예열한 오븐에서 30분동안 구워줍니다.
먼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제멋대로 터진 비쥬얼이
완전 끝내줍니다.
다 식지도 않은 머핀 한 개를 두 손으로 쓰윽~~~ 배를 갈라봤지요.
촉촉하고 보드라운 속살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끝내주네요.
그럼 과연 맛은 어떨까요?
한 입 먹어보니
지금까지 제가 만들었던 머핀 중에 최고네요.
촉촉하고 부드러운 건 기본이고
씹을 수록 진하게 전해져 오는 아몬드가루의 고소함은
그냥 아몬드가루를 넣었을 때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맛이에요.
그 동안 마카롱을 만들면서 수도 없이 실패했었는데
그 마카롱으로 머핀 만들어 봐야겠다는 걸
왜 이제서야 생각해 낸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정말 맛있어요.
비록 두 번의 마카롱은 실패하고
세 번 만에 성공을 하긴 했지만
실패한 마카롱을 맛있는 코코아머핀으로 변신시킬 수 있어서
비 내리는 글루미한 오늘, 기분은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