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베이킹을 해 봤습니다.. 실은 틀이랑 이것저것 산게 1달전 즈음인가? 그런데 베이킹에는 별로 손을 못대고 있네요. 일단 이유가...
'비 전문 분야'
이고,
'실패한적이 엄청 많았던'
그런 장르거든요. 뭐 20대 초반에 저칼로리 케?이나 쿠키.. 이딴거 만들겠다고 멋대로 레시피 수정하다가 그 꼴 난거지만요. (무단 레시피 수정은 베테랑도 함부로 못한다는 전설이..) 게다가 제빵의 경우 집이 추워서 좀처럼 발효가 안되더라능~! 여튼...
오옹.. 좋아~! 제대로 만들어졌어!
치아바타 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치아바타 같은 그런 빵을 좋아하거든요.(씹으면 약간 짠맛이 돌고 겉껍질이 딱딱하거나 질긴 빵을 좋아함...바게트라던가, 베이글이라던가..) 그렇다고 바게트 굽기에는 오븐의 길이가 안되고, 유럽풍 시골빵을 굽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니 무난하게 치아바타! 했는데..
'비가? 뭐야? 이게 뭐야? 대체? 뭐 이리 작업이 길어?'
'비가'라고 하는 발효종을 만들어서 쓰더라구요. 정확히는
'비가를 만든다'
- 밀가루에 다량의 물, 극소량의 이스트를 넣어 10~18시간 장기발효시킨다.
'밀가루, 이스트, 소금..그리고 비가를 넣어 반죽한다.'
'1차발효 중 중간중간 접기를 반복한 후 성형..그리고 구워낸다.'
비가 만드는 과정이 장난 아니네요. 밤에 작업한 후 아침에 일어가서 본 반죽을 해야 할 판? 몰랐었는데 치아바타가 이탈리아 빵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바게트에 대항마 격으로 내세워진(제빵연구 그리고 홍보 등등..) 그런 빵이라네요. 아.. 역시.. 뭔가 '대표'하는 빵은 다르긴 다른?
비가 없이 속성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던데, 할거면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도전! 'ㅅ'/
1. 짠~ 재료입니다. 이건... 뭐 솔직 담백한 빵이네요.
2. 먼저 비가 만들기! 밀가루에 이스트 그리고 약간 미지근한 물을 넣어 반죽합니다. 물의 양이 많이 진 편이니 손으로 조물딱거리는 것 보다는 주걱으로 섞어주는게 좋아요.
3. 비가 준비 끝! 이대로 약 10~18시간 정도 발효를 시켜줍니다. 엄청난 발효시간에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이긴 한데... 극소량의 효모로 긴 시간동안 발효시키면서 생명력이 질긴 녀석들만 남겨 천연효모처럼 만드는것 같은? 그러구보니 예전에 일했던 한 레스토랑에서는 비슷한걸 만두반죽에 쓰더라구요.
4. 15시간 후.. 비가가 적당하게 만들어진 듯 해서 본 반죽에 들어갔습니다. 밀가루와 이스트, 소금, 올리브유를 보울에 담아줌니다.
5.물 준비! 미지근한 물에 설탕 조금 풀고, 이스트 넣어 활성화 시키는 방법으로 빵 생지를 만들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거 없이 한큐에~ 왜냐면... '악조건에 노출시켜 적응한 빵'을 만들려구요. (컥!)
6.모든 재료를 한데 섞어서 반죽을 합니다. 이거.. 가수율이 장난 아니네요. 발효과정에서 수분량이 더 많아질텐데 내가 제대로 만들고 있는건가? 걱정이 됩니다.
7. 중간 중간 체크 해 가며 접어주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1시간 30분후 접어주고 또 발효하라고 하던데... 워낙 집이 추운데다가(저희집은 왠만하면 난방 잘 안하는..) 발효라는건 꼭 시간 맞추어서 하는게 아니라 감각적인 것을 요구한다고 베이킹 사부님(?)에게 들은바가 있기에 제 감에 맡겼답니다.(컹!)
왜 접어주냐면... 저렇게 가수율이 높은 반죽은 빵을 구우면 ?~ 퍼진다네요. 그래서 접어주는 과정으로 스트레스를 줘 강도를 높여준다는것..
7. 발효가 끝났으면 본격적으로 성형에 들어가 봅시다. 일단 덧가루를 넉넉하게 뿌리고(80g은 뿌린 듯..) 잘 둥글리기 한 후 분할해 줍니다.
8. 저는 정확하게 4등분 했어요. 스크래퍼로 자르는 편이 좋긴 한데.. 전그게 없어서 손으로 잡아 뜯었네요.
9. 손으로 살짝~ 늘려준후 덧가루를 바르고~ 조금 있다가 살짝 더 늘려주는 식으로 길게 빼 줍니다. 중요한건 손으로 심하게 쪼물딱거리면 안된다는것! 수분량이 높아서 반죽이 기포를 강하게 잡아두기 힘들거든요. 마지막으로 덧가루를 충분하게 바르고 유산지나 면보로 덮어준 후 2배 크기가 될 때 까지 발효를 해 줍니다.
10. 이렇게 발효된 반죽은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15~17분 정도 구워줘요. 오븐이 작아서 한번에 2개씩 구워야 했습니다.
11. 다 구워졌으면? 식힘망에 올려 충분하게 식혀주세요~!
윽... 제빵은 다른 감이 필요하구나!
흐으음... 빵은 괜찮은것 같은데.. 문제는 사진이네요. 이런 종류의 빵은 평소에 만들던 음식과는 다른 감각이 필요한것 같아요.
맛은? 오오옹!
잘라보니 적당하게 잘 부푼 듯 하고.. 좀더 스트레스를 줘서 모양을 이쁘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처음 만든것 치고는 괜찮은것 같아요. 다만 덧가루를 덕지덕지 발라대서(스팀을 준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껍질이 딱딱해진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서 그냥 구운..) 졸업식날 얼굴 같....(응?)
향? 제과점에서 파는 그 향이네요. 접어주면서 올리브유를 충분히 발라줬더니 향이 아주 좋지 말입니다.
맛? 겉부분이 약간 짭짤하니 그냥 먹어도 맛있어요.
내일은 이 치아바타로 샌드위치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 집에 수제소시지도 있고~ 양상추도 있고~ 오이도 있고~ 머스터드는 분말 있으니 그때 발효시켜 쓰고~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