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에 논문을 때릴 분들이 많은 줄 안다. 모두다 논문에 대한 열화와 같은 열정도 있는 줄 안다. 그러나 논문은 열정만 갖고 되는게 아니다. 논문의 기본적인 와꾸(틀)에서 망가지면 흔히 이런 소릴 듣는다. "후로꾸" 물론, 신이 내리지 않는 이상 자기 스스로가 그런 논문틀을 깨우친다는 것은 무리다. 이에 그런과정을 거쳤던 선생과 선배들의 조언에 귀기울여야 함은 두말하면 원빵이다.
각설하고, 논문을 쓰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이 논문을 왜 쓰냐?에 대한 자문이다. 즉, 당최 이 논문에서 풀고자 하는 퍼즐은 무엇인가?에 대한 뼈를 깍는 자문이다. 만약 위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은 양반들은 다른 거 다 집어치우고 오늘부터 문고리 잡고 "난 도대체 이논문에서 어떤 퍼즐을 풀려고 하는 걸까?"부터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핵심이다. 고로 이런 문제 의식이 없으면 그 논문은 또한번 뜨거운 냄비 받침대로써의 운명을 다할 것이다.
퍼즐풀기의 구성은 간단히 어떤 현상(결과: 독립변인)에 대한 원인(종속변인) 찾기이다. 일단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흥미가 가는 현상을 지목하라! 그리고 그에 대한 원인을 가열차게 찾아봐라! 그럼 분명 아주 나이브하게나마 여러 원인들이 떠오를 것이다. 퍼즐풀기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결국 퍼즐은 다음과 같이 간단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Y=ax1+bx2+cx3....nxn+b
당연히 Y는 설명할 현상(종속변인)이요 나머지 x변인들은 모두 원인(독립변인)들이다. 결국 우린 이 무한한 x 변인들 중 자신이 땡기는 몇개의 x변인만 골라 그것을 갖고 현상(결과)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애초에 논문을 시작할 때 하는 문제제기(주로 서론에서)는 바로 Y변인(현상)이 이러구 자빠졌는데, 난 이 논문에서 왜 그 Y변인(결과)이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는 멘트라 하겠다. 따라서, 서론은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서론에서 왠노무의 배경내지 역사를 나열하고 자빠지는 모습들을 우린 또한번 이렇게 부른다. "후로꾸"
한가지 덧붙이면, 서론의 첫문장이 핵심이므로 바로 첫문장에서 자신의 퍼즐을 치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산뜻하다.
정리하면... 논문의 서론에서는
1. 무슨 퍼즐이 궁금한가? 에 대한 문제제길 해라!
2. 장황하게 쓰지말고 위 퍼즐만 간단명료하게!
3. 핵심적 문구는 서론의 맨 첫단락에!
2. How? What?
서론에서 자기가 이 논문에서 뭘 쓸건지(what?)를 말했줬다면, 다음엔 당연히 그 뭘 "어떻게?" 쓸건지를 일러 줘야 하겠다. 바로 HOW의 문제다.
how?의 문젠 그럼 뭐다냐? 좀 어렵게 말하면 방법론의 문제요, 좀 더 추상적으로 얘기하면 인식론의 문제이다. 인간의 돌머리에서 나오는 지식은 두가지이다. 하난 "무엇"을 탐구하는 존재론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그걸 "어떻게 연구할것인가"에 관한 인식론의 문제다.
따라서 당연히 논문을 쓰는게 인간의 지식활동의 가장 대표적인 거라 하면 그 논문에는 주제(존재론)와 방법(인식론)이 들어 있어야 됨은 또 두말하면 동꼬다.
위 말들을 좀 쉽게 얘기하면, 논문에는 내용(콘텐츠)과 틀(방법 혹은 이론)이 균형적으로 들어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논문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을 제대로 균형 맞추지 못하는 관계로 후로꾸라고 비판받는다.
사르토리라는 머리 복잡한 넘이 이런말을 했다.
"사회과학자들은 무의식적 사색 혹은 과의식적 사색에 빠져있다. 둘다 듕신이다. 정말로 좋은 연구를 하고자 한다면 무의식도 과의식도 아닌 "의식적 사색가"가 되어라!"
쉽게, 빌딩(논문)을 짓기위해서는 미장이와 설계사가 모두 필요하다. 미장이질만 잘한다고 혹은 설계만 그럴듯하게 한다고 빌딩은 세워지지 못한다. 체계가 없거나 공허할 뿐이다.
대충 이렇게 정리된다.
1. 내용도 없고 틀도 없는 논문 --> 쓰러진다.
2. 내용만 있고 틀은 없는 논문 --> 신문같은 논문
3. 내용은 없고 틀만 있는 논문 --> 수학같은 논문
4. 둘이 균형잡힌 논문 --> best of best
생각컨데 1번같은 논문은 정말 유아적이며 2는 난잡하고, 3은 공허하다. 마지막 4같은 논문을 이바닥에선 보통 "홈런쳤다!"고 얘기한다. 보통 기본이 안되있다고 얘길 들어먹는 논문은 1과 2다.
이렇다면, 앞으로 논문을 쓴다면 과연 위 4개 부류중 어떤 논문을 써야겠는가? 물론, 마지막같은 논문을 쓰면 좋겠지만서두, 어디 그게 쉬운 일이냐. 특히 석사논문에서 그정도 쓰면 와라! 술사주께.
본 악덕교주의 생각으로는 최소 1은 피하고 2를 지향하되(왜냐믄 미장이질이 빌딩설계보단 훨 쉬우니까), 최소3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은 했다!정도의 얘길해주는 거... 뭐 이정도가 그나마 최소비용으로 체면치례정도는 하지 않을까?
정리하면, what에 대해 문제제길 했다면 반다시 how의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고 그 언급된 방법 혹은 이론에 따라서 what을 풀어나간다면 분명 가문의 영광과 축복이 이르리라.
아... 글구 이런 how의 문제는 보통 2장에서 때려주는 거다. 그럼 당최 어떤 방법을 써야하쥐...
..
3. 역사적 접근 vs 이론적 접근
논문을 어떻게 쓰는가? 이러한 질문을 좀 더 확장하면, 사회과학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된다.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파이어아벤트라는 웃긴 넘은 그 대답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아무거나!"
이건 그너마 얘기고 일반적으로 "역사적 접근"과 "이론적 접근"이 있겠다. 역사적 접근은 일반적으로 그 논리로 귀납법을 깔고 있으며 이론적 접근은 연역논리를 깔고 있다.
* 어제도 해가 떴다(단칭사례) -> 오늘도 해가 떴다(귀납)
인간은 죽는다(이론)-> 히틀러도 뒈졌다 (연역)
역사적 접근은 글자 그대로 하나의 이론을 상정하지 않고 연구대상이 시간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현재의 모습은 과거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개별사례를 중심으로 연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론적 접근은 일단 연구대상이 이런 식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란 잡생각(이론, 가정)을 백지위에다 후려갈긴 다음 그러한 가정(hypothesis)들이 정말 맞는지 틀리는지 몇가지 사례를 갖고 테스트해주는 방식이다. 즉, 연구자가 나름의 설명,가정들을 "추측"하고 그 추측을 테스트과정을 거쳐 "반박"하는 방식이다.
자. 이 두가지 방식중 과연 어떤 접근법이 나은 건가? 이것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지역적으론 유럽쪽이 역사적 접근이 주로 이뤄진다면 양키쪽은 후자쪽이 강하다. 역사적 접근이 약간 따분하다면, 그래서 인내를 요구한다면 반면 이론적 접근은 화이바 굴리는 맛이 쏠쏠하다. 한편 역사적 접근이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연구자에게 제공한다면 이론적 접근은 반대로 공허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논문은 지 맘대로 쓰는 게 원칙이지만, 어떤 방식이 있는지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지 맘대로 쓰지도 못하는 게 논문이다.
쓴소릴 하자면, 가끔 여러 동지들이 쓴 페이퍼의 목차를 보고 있노라면, 기본개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절대 낙담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첨엔 그러니까. 문제는 자신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고치느냐 아님 그냥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논문 쓸거냐이다. 부디 전자가 되길 진심으로 빈다.
4. 논문의 평가기준: 3R
일반적으로 좋은 논문이냐 그렇지 않냐를 판가름하는 세가지 기준이 있다고덜 한다. 각각의 첫글자를 따 "3R"이라 한다 하것다.
1. rigor: 엄밀성 정도로 번역이 되겠다. 쉽게 논문이 방법론적으로 얼마나 나이수한가. 더 쉽게 논문의 왁꾸(틀)가 잘 잡혀 있는지 뭐 이정도 되겠다.
2. richness: 논문의 내용이 월마나 풍부한가를 나타낸다 하겠다. 이게 빠지면 논문은 빈껍데기가 될라치겠다.
3. relevance: 논문이 월마나 현실성이 있는가인 '적실성' 문제이다. 이게 업스믄 논문이 바로 '지적유희'가 되것다. 이바닥에서 흔히 쓰는 원색적 용어로 '인텔릭츄얼마스터베이션'이라 하겠다.
첫댓글 열심히 보고 있어요..도움이 많이 됩니다...감사합니다...
논문쓰시는 모든 예비학위수여자되시는 분덜......애많이 쓰셔용... 써본사람만이..그 고통을...으으으윽!!!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