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종 및 지북우담》
성절(聖節)을 축하하는 시 《명시종》에 이르기를, “이자민은 무슨 관직에 있는지 모른다.” 하였다. 살펴보건대, 자민은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의 자(字)이다. [이자민(李子敏)]
황성에 해 뜨고 오색구름 펴질 즈음 / 九逵初日五雲覃
호배하는 궁정 뜰에 뭇 관원들 모이었네 / 虎拜彤庭百辟參
보불과 성신은 북극성을 선회하고 / 黼黻星辰璇極北
월상에서 험한 길 와 폐백을 바치누나 / 梯航玉帛越裳南
천년에 한번 황하 맑아지는 때 만나서 / 河淸適際千年一
일제히 만세 삼창 오래 살라 축수할 제 / 嵩壽齊呼萬歲三
먼 외방의 소신 역시 어진 황제 축수한 뒤 / 遐壤小臣陪舞獸
하사해 준 술 마시곤 황은에 취하누나 / 內尊偏倚主恩酣
《명시종》
병중에 술을 대하다 《열조시집》에 이르기를, “조선의 《손곡시집(蓀谷詩集)》 여섯 권에는 지은이의 성씨가 실려 있지 않은데, ‘억석행을 읊어 정랑 신설에게 주다.[憶昔行贈申正郞渫]’라고 한 것을 보고서 그가 만력(萬曆) 연간의 배신(陪臣)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였다. 살펴보건대, 이달의 자는 달부(達夫)이고 호는 손곡이다. 《열조시집》에는 손곡의 시 36수가 실려 있는데, 지은이의 성명이 실려 있지 않다. 죽타(竹坨)의 《명시종》에는 이미 이달의 시 1수가 실려 있고, 또 손곡의 시 5수가 실려 있다. 그런데도 이르기를, “그 이름이 상세하지 않다.” 하였으니, 중국 사람들이 외국의 시를 기록하는 때에 이렇듯 엉성한 것은 괴이할 것이 없다. [이달(李達)]
꽃 필 때 몸 병들어 문 굳게 닫고서는 / 花時人病閉門深
꽃가지 꺾어 놓고 술 마시며 시를 읊네 / 強折花枝對酒吟
덧없는 세월이 꿈결처럼 흘러가매 / 怊悵流光夢中過
봄 경치 봐도 다신 소년 시절 마음 없네 / 賞春無復少年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