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8. 쇠날. 날씨: 하늘은 파랗고 햇볕은 뜨겁고,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도는 가을이다.
[주민자치 수업과 학술대회 책읽기 발표]
낮에는 과목 선생 노릇을 했다. 6학년 영어 수업에 이어, 5학년 민주주의와 선거 공부다. 5학년 공부를 위해 따로 강의 자료를 PPT로 만들었다. 주민자치에 참여하는 선생이 들려주는 선거와 민주주의 이야기다. 코로나로 봄에 어린이회(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가을 계획도 역시 코로나로 할 수 없게 되었다. 선거와 민주주의 공부 밑그림에는 과천시의회 의원들과 만남도 잡혀있다. 본디 예정된 모의 투표와 어린이회(학생회) 선거는 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를 이어가기로 한 게다. 과천시의원이 들려주는 선거와 민주주의 이야기에 앞서 맑은샘학교에서 마을 자치를 위해 애쓰는 활동, 교장이 참여하는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마을자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 속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제 충분히 잠을 못 잤다는 이준이를 위해서 손뼉치기도 해보는데 많이 피곤한 듯 하다. 우리 어린이들이 그런다. 마을 회의랑 이런저런 일을 듣고 힘들겠다고 걱정한다. 그런 일을 왜 하느냐 물어서 재미있어서 줄곧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말 그대로 그렇다. 대안교육운동, 선생, 마을활동가 노릇도 스스로 선택해서 한 일이고, 즐거움과 보람이 있어서 하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학교 안팎으로 필요한 일을 찾고 제 노릇을 다 하는 삶을 꾸려간다지만 언제나 고마움과 미안함이 같이 가고 있다. 고마움을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 날마다 성찰하는 게 선생의 길이라 믿는다,
낮에 대안교육연대 운영위원회 화상회의를 마치고 교사회의를 길게 했다. 회의는 짧은 게 좋다지만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는 건 언제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번 주부터는 교사회의 두 번을 교사대표 선생들이 번갈아 이끈다. 교사대표들의 노릇을 더 늘리는 밑그림대로 가고 있는 것인데, 역시 과도기로 교장이 할 일은 있다. 교장과 행정실 일을 다 하고 있는 터라 학교 운영과 행정, 법인과 연대, 재정 일들에 대해 보고할 것도 많다. 교사대표들이 교육활동을 총괄하는 힘이 더 커지고, 교사회 일 나누기를 잘 확인하고 진행하리라 믿는다. 새롭게 논의할 만한 주제들이 줄곧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만한 논의를 조직하려면 그에 맞는 채비가 필요하다. 교육 철학과 교육과정의 중심을 확고하게 세우고, 논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태도, 충분한 문제의식과 근거들을 채비해야 한다. 그냥 꺼내놓고 보는 식으로는 책임을 다할 수 없다. 어떤 것이든 교육의 바탕을 뚜렷하게 채비하고 다양한 상황과 처지, 안팎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저녁 때가 돼서야 한국독서아카고라학회 학술대회 발표 채비가 마무리 되었다. <일놀이와 글쓰기로 가꾸는 책읽기>를 주제로 발표를 하는데, 우리학교 독서교육을 되돌아보고 배우는 기회로 참여를 한다. 오랜만에 쓰는 논문 형식 글 때문에 망설였지만 우리 학교의 책읽기 철학과 다양한 독서활동을 알릴 수 있어 참여의 뜻은 충분하다. 책읽기는 우리 학교에서 많은 정성을 들이는 공부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책읽기를 어린이들이 생각을 키우고 세상을 배우며, 궁금한 것을 스스로 찿아 깨우쳐 가는 힘으로 생각한다. 물론 어린이에게는 놀이와 생활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또한 어린이 삶을 가꾸는 좋은 어린이책을 읽는 기쁨은 어린이, 선생, 어른 모두가 누려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책 읽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좋은 어린이 책을 선생들과 어른들이 부지런히 읽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골라서 읽어 줄 때 어린이들 책 읽기는 저절로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 책 문화 운동을 귀하게 여기고 학교에서 실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발표 채비를 위해 정리를 하다 찾은 우리 아이들 졸업작품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볼수록 참 잘 자랐구나 싶다. 교육공동체와 작은 학교의 힘이다. 가을 입학설명회에는 25살이 된 1기 졸업생이 와서 도와준단다. 코로나로 다들 어려운 때 비인가 대안학교 식구들 모두 힘내서 앞날을 열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