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융프라우에서 내려오는 기차속에서
스페인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수많은 인파들로 붐비었던 인터라켄 동역에서
그들의 감정에 솔직한 스페인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스페인식 이별인사로 두 볼에 키스를 맞추어주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저녁 7시.
130프랑이나 하는 숙소에서 잘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또다시 연속으로 차숙을 할 자신이 없었던 자매는
루체른 근교쪽으로 가면 조금 더 저렴한 숙소가 있을꺼라 믿으며
차를 루체른을 향해 움직였다.
밤 8시쯤 되었을까. 굵은 빗방울이 무섭게 떨어지고.
구불구불한 스위스 국도에서
내가 달리는 길 옆이 낭떠러지인지, 그저 호숫가인지 알지도 못한채
식은땀 흘리며 30km 속도로 운전을 하며
가끔씩 보이는 호텔에 빈 방을 물어보았지만,
130프랑을 웃도는 가격인데도
성수기라서인지, 아니면 날씨 탓인지 모든 방은 Full이었다.ㅠ.ㅠ
결국 밤 11시쯤 되어 도착한 루체른 근교에서
140프랑짜리 스윗트룸에서 두 자매는
눈물을 머금고 잠을 청해야 했다.
호텔 창밖으로 보였던 평화로운 호수.
너무 비쌌던 숙소비에 호수를 보며 마음을 다스려야 했던 우리 두 자매..^^
#2
이른 아침, 날씨가 맑아지는 듯하다가.
루체른에 도착하니 다시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파리 센강에서 바토무슈를 타고 한참 졸았던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으로
루체른 호숫가의 유람선은 탈 생각조차 하지 않고서
카펠교쪽으로 조용히 걸어갔던 우리^^
#3
카펠교에서 바라본 구시가.
비를 피해 꽃가게 위로 쳐놓은 원색 천막들이
우리나라의 시장가를 떠올리게 한다.
카펠교안의 장난감 가게에서 선물을 고르며 만났던
키 큰 독일인 부부는
3년 전에 루체른에 왔을적에도 날씨가 좋지 않아,
그 아쉬움에 다시 루체른을 찾았는데
또다시 비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데도 카펠교 바깥으로 보이는 구시가를 가리키며
'뷰리풀'하며 귀엽게 말하는 독일 아저씨를 보면서,
가끔씩 은은하게 종소리가 들려오는 루체른은
어쩌면 잔잔히 비가 오는 날씨에 더욱 어울리는 도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4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목조다리, 카펠교.
세월속에서 닳아해진 나무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걸을때마다 들리는 삐꺽삐꺽 소리가
조화를 이뤘다.
#5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
햇빛에 반짝거리는 호수위로
예쁜 꽃들과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진 카펠교를
머릿속에 그려왔지만,
흐린 날씨속에서의 운치있는 카펠교를 보는것도
운치있는 풍경이었다.
#6
루체른의 시장구경은 재미있었다.
아침엔 꽃시장으로 가득했고,
오후가 되면 그 자리에 과일가게와
집에서 만들어온 잼이나 치즈가게가
다시 들어서는것 같았다.
예쁘게 포장된 잼을 보구선 무작정 사야겠다는
충동구매의 선두주자인 나를 혼냈던 내동생^^;
#7
해바라기를 사랑하는 루체른 사람들.
해바라기의 꽃말은 영원한 기다림.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선생님께 자주 사드렸던 꽃 중 하나.^^
꽃시장에서 자기 키보다 더 큰 해바라기를 들고서
동생을 지키고 있는 아이가 귀여워서
한참을 쳐다보며 '할로'하고 인사를 했는데
부끄러웠던지 고개를 돌린다.
#8
키 큰 해바라기를 한 한웅큼 사서는 바쁘게 걸어가는 아저씨
#9
빈사의 사자상.
여행가이드북에 별 세개가 그려져 있다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찾은 빈사의 사자상이었지만,
인터넷에서 그리고 책에서 보았던 사자보다
훨씬 더 깊은 웅장함과 거대함에.
그리고
차라리 죽어 있는 시체라면 아픔이 덜할텐데
마지막 숨이 거의 다한 죽음 직전의 형용을 조각가는 조각하여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서글프게 만든다.
흐린 날씨속에 더욱더 마음아픈 메세지를 보내는 사자앞에서
여행의 즐거움도 잠시 잔잔해졌다.
#10
유료주차장에 장시간 차를 주차해두는 것도
이젠 아깝게 느껴진 나는
차를 운전하며 도심지를 운전하는 과감함까지 생겼다.^^
카펠교위의 장난감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치즈퐁듀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불법주차^^; 할곳을 찾아헤매다가
우연히 가게 된 무제크 성벽에서
고요히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루체른의 구시가를 바라보았다.
#11
무제크성벽앞에서.
무거운 빗방울에 어느새 떨어진 노오란 낙엽을 바라보니,
8월의 루체른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완연한 가을이었다.
#12
루체른이 스위스의 마지막 도시였던 우린,
스위스를 떠나기 전에 치즈퐁듀를 꼭 먹어야 한다며
결국, 가이드북에 유명하다고 소개된 전통 퐁듀음식점을
어렵사리 찾아갔지만,
내 입맛에 영~ 맞지 않았던 치즈퐁듀.
김치나 된장찌개의 냄새조차 맡지 못하는
서양인들에게 맛있다며 더이상
우리의 음식을 강요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ㅠ.ㅠ.
가격; 치즈퐁듀 1인 + 치즈퐁듀셋트(감자소세지포함)1인
= 42유로
#13
루체른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면서
만났던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풍경.
여전히 귓가에선, 루체른의 종소리가 고요하게 울려퍼졌다.
고등학생 시절, 신혼여행은 꼭 여기로 갈꺼라며
친구들과 함께 다이어리에 적어놓곤 했던 나라, 스위스.
스위스는 저에게 그만큼 '아름다운 나라'였고,
스위스의 주요도시 몇 곳을 짤막하게 다녀온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과 두 손 꼭 잡고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 나라로 기억됩니다.
제가 본 것 보다.
그리고 저의 여행기에서 느꼈던 그 감흥보다
스위스에서 더 맣은걸 느끼시길 바래요. ^^
그럼...
전 이제 오스트리아 여행기에서 뵐께요~
첫댓글 스위스...진짜 아름다운 곳........오스트리아 여행기 기대할께요...
호수빛깔두 참 예쁠텐데, 날씨가 좋지않아서 많이 아쉬웠더랬어요^^
마음만은 벌써 유럽으로 달려갑니다... 또 갈겁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그리움님 덕분에 루체른 기억을 다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사진도 몇장 가져 가요~~ ^^
제가 루체른갔을때로 비가 억수처럼 쏟아부었었는데...^^ 호수물에 떨어지는 빗방울 보니 더더욱 griumm이 넘치는 여행기입니다. 스위스여행기 수고하셨구요. 오스트리아에서 뵙겠습니다...^^ 참, 루체른 시내 안에도 100스위스프랑 내의 소박한 호텔들도 많은데...^^ 인포에서 잘 소개해 주더라구요...^^
그러게말이예요. 무식하면 사서 고생이라구^^ 밤에 운전땜에 고생한거 생각하면 지금두 아찔허네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스크랩해갈게요~ 루체른 호수주위만 갔었는데.. 귀찮아서 시내구경도 안하고 사자상도 못봐서 아쉽네요 ㅠㅠ
그 아쉬움이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게하는 힘이 되는것 같아요^^ 저두 햇빛비치는 루체른을 한번 더 보구 싶은 아쉬움이 있는걸요.
화창한 8월에 본 루체른과 분위기가 넘 다르네요.. 비오는 날로 멋있어요.- 사진 구도에 따라 이렇게 다른 장소처럼 느껴지다니... 여행기 재밌게 잘 읽고 있어요. 꽃시장 막 여는 아침7시에 캐리어 끌고 기차 놓칠라 열심히 뛰었던 기억이 나네요...
와-- 저도 담달에 루체른 갑니다. 제발 11의 스위스 넘 춥지만 말길...
oh..좋으시겠어요.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하구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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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교 전체가 나온 5번쨰 사진과 마지막 풍경사진...최고...멋진 사진 감사요 사진한장만 퍼갈께요 ㅎㅎ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