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김정은의 뇌를 들여다보다’란 주제로 강연한
뇌과학자 이언 로버트슨 트리니티칼리지대 교수(아일랜드)가 던진 질문입니다. 김정은의 머릿 속을
파헤치는 로버트스 교수는 논문 250편과 책 10권을 쓴,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입니다.
로버트슨 교수는 왜 김정은의 뇌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을까요?
그는 “독재국가 지도자의 성격이 그 나라의 거의 전부를 결정하기 때문 ‘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과 권력을 연관 지어 김정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설명한
그의 강연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인간 욕구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친화 욕구, 성취 욕구, 권력에 대한 욕구죠. 권력욕이 강한
국가지도자는 해당 국가를 전쟁으로 이끌고 갈 확률이 높습니다. 김정은의 욕구는 뭘까요?
친화일까요? 일단 미국 전(前) 국무장관은 그를 가리켜 “폭력적, 예측불허”라고 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눈에 광기를 띤 폭군”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보기만큼이나 제정신이 아닌
성격으로 일을 주도한다”고 김정은을 분석했죠. 제정신이 아니란 얘깁니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일까요? 83년에 태어났고, 사춘기 때 스위스에서 3년반이상 학교(베른 국제 학교) 다녔습니다.
친·이복 형제 자매가 다 있습니다. 2009년 결혼했고 딸이 있으며, 최근 또 아이를 가졌습니다.
김정은의 성격을 구성하는 욕구를 알기에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그에 대한 비판적 관찰자가 2명
있죠. 제한적이지만 면밀한 관찰이 가능했던 이들입니다. 후지모토 겐지라는 김정일의 일식 요리사는
김정은 옆에서 그의 유·청소년기를 지켜봤습니다. 또 미카엘로라는 소년은 김정은과 함께 스위스에서
학교에 다녔습니다.
일단 김정은의 친화 욕구를 알아보죠. 타인의 인정과 욕구를 받으려는 동기가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후지모토에 따르면 김정은의 어머니는 아들이 지도자 되는 것을 굉장히 지지했고, 김정일은 김정은을
가리켜 “나와 똑같다”고 했답니다. 아버지·어머니와 김정은의 관계는 좋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봐도 부자(父子) 사이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친구 미카엘로는 “우리는 가까운
친구였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후지모토 역시 “김정은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고,
그가 나의 아들처럼 느낄 정도로 친헸다”고 했습니다. 후지모토는 일본 정보기관에 김씨 일가에 대해
보고했다는 이유로 2001년 북한 을 떠나야 했습니다. 당시 김정은이 그에게 “일본에서 꼭 돌아오세요.
약속이에요”라고 했답니다. 결국 나중에 그를 다시 북한으로 초청했죠.. 데니스 로드맨처럼 김정은과
특이한 관계를 맺는 사람도 있어요.
김정은이 이런 말을 했다고 후지모토는 회상합니다. 김정은이 휴양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차에
앉아서 “우리는 여기서 농구, 승마, 제트스키도 하며 즐거운데 인민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건가요”라고
물었답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열여덟살짜리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머리 안에 ‘공감’이
있었다는 겁니다. 공감 없이는 인간관계가 있을 수 없습니다. 공감을 못하는 사람은 사이코패스죠.
그러므로 친화 욕구에 있어선 어느정도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옛날 여자친구나 고모부를
살려둘 만큼은 아니지만요.
김정은의 성취욕은 어떨까요?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때가 많았고, 성적도 안 좋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스위스 베른 학교의 선생은 “적응도 잘하고 근면한
편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미카엘로란 친구에 따르면 김정은은 북한을 사랑했고, 북한에 있는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도 보여줬답니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농구를 좋아해
시카고 불스 광팬이었습니다. 그의 성취 욕구이 강한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김정은의 권력욕입니다. 권력은 남들이 뭘 원하고, 뭘 두려워하는지를 알고 이를 콘트롤하는
것입니다. 후지모토에 따르면 그는 항상 팀메이트들에게 엄격했으며 어른 대접 받고 싶어했습니다.
형은 오히려 그를 그냥 따랐다네요. 김정은은 7살 때부터 발 밑에 박스를 대고 차를 운전했으며
첫 차는 벤츠였습니다. 권력에 대한 큰 욕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권력욕이
높을 수록 호전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김정은의 성격 구성 중 권력욕이 제일 높습니다. 친화 욕구는 중간
정도이고 성취욕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지도자가 되기 전 그의 성격은 어땠을까요?
후지모토가 김정은 가족의 이야기를 일본 정보기관에 알렸는데도 그를 나중에 다시 초청했습니다.
그러니 사이코패스가 아니고, 성격장애 없고,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억제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장군’으로 자라 그의 성격에 억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충동적이고 폭발하는
성격을 갖게 된 것이죠.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북한에 대한 애정과 북한 주민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아버지와 같은 이데올로기적인 동기는 없었습니다.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농구같은 운동경기를
좋아하구요. 하지만 사람의 성격은 변합니다. 김정은의 경우는 이미 변했을지도 모릅니다.
마무리를 해봅시다. 김정은은 권력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갖고 있는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고
싶어합니다. 정치적·이념적 관심은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김정은이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건 북한에 대한 외부의 적대행위나 내부 결속 때문일 겁니다. 그의 행동은
권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물론 뇌도 변하겠지요. 카다피나 후세인을 보세요. 인간은
권력이란 마약을 견뎌낼 수 없습니다. 또 궁지에 몰리면 무자비한 행동을 할 수도 있죠. 최고 권력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없는 북한 체제에서 김정은이 안고있는 위험성은 종국적으로 매우 크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이 그나마 정상적인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