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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마마, 소신 문후 여쭈옵니다.
헌데 갑자기 어인 일로 뵙자 하시었사옵니까?"
부제학의 앞에는 다과상이 멋지게 차려져 있었고,
그리고 그 건너엔 비릿한 조소를 짓고 있는 윤 숙의가 있었다.
"호호, 제가 아버님을 꼭 모셔와야겠습니까?
전에는 자주 찾아와주시더니만 왜 요즘엔 발걸음이 뜸하신지...호호호"
"아, 송구하옵니다. 숙의마마
요즘 워낙 바빠서 말이지요. 밤 늦게 찾아뵈오면 혹, 전하께서 찾아계실까하여.."
예나 지금이나 분위기 파악하나는 정말 못하는 부제학의 말에
숙의의 얼굴은 금새 어두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모르는 듯 다시 입을 여는 부제학.
"........."
"그동안 간녕하시었사옵니까?"
"저야 잘 있질 않사옵니까? 호호..
허면 아버님께서는 일이 잘 풀리시는지요?
얼른 영상의 자리에 앉으셔야지요.
아, 허나 보위에 앉으시겠다는 말씀은 하지 마시어요.
소첩은 전하가 아니계시면 못 사옵니다."
겉으로는 미소를 띄우며 말하지만
숙의의 목에는 아직도 민서가 짓누른 흔적이 선명했다.
보라색으로 피멍이 든 자신의 목을 살짝 만지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총애고 뭐고, 이젠 다 필요없다.
아버님께서는 이런쪽에는 어리석으니 별 도움도 안 되겠고,
내 힘으로 하는 수 밖에..
중전년도, 날 이렇게까지 망가뜨린 전하도, 모두 없애버리겠어!'
생각만으로도 기쁜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숙의에게
부제학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후.. 중전마마의 실종으로 한 풀 꺾이긴 했으나
그래도 좌의정파가 어디 가만있겠습니까?
조정의 실세이자, 권력을 쥐고 있는 건 그들이니.."
"그래도 열심히 하시고 늘 주의하셔야 합니다!
사사된 폐비 김씨의 최후를 아시질 않사옵니까?
그리고 그의 아비 김 수군도요..
아무리 우의정의 자리에 있었다 한들, 결말이 그렇게 될 지 누가 알았겠느냔 말입니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하는 부제학을 꾸중하기라도 하듯,
숙의는 부제학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렇다. 속된 말로 나대지 말라는 뜻이였다.
그녀또한 방자하기 그지 없었으니 그 아비는 어떻겠으랴,
게다가 멍청하기까지 하니.. 숙의는 아비 복이 없긴 없다고 생각하여 이미 포기한 듯 했다.
"예, 숙의마마. 조심 또 조심하여 숙의마마께 누를 끼치지 않겠나이다.
헌데 혹, 들으셨사옵니까?
간밤에 강녕전 기둥에 왠 화살 하나가 날아와 꽂혔는데
거기에 왠 서신이 묶여있더랍니다.
하여, 병사들이 뜯어보았는데, 그 안에 뭐라 씌여있었는지 아시옵니까?"
"처음 듣는 말입니다만, 뭐라고 씌여있었길래.."
숙의가 시큰둥한 말투로 묻자,
부제학은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말만 계속 이어했다.
"중전마마께오서 충청도에 계시는데
사흘 안으로 찾아내지 못하면 영영 볼 수 없을 거라 하였사옵니다."
"그게 정녕 사실이란 말씀이시옵니까?"
중전.. 중전이라면 숙의의 제거대상이였다.
중전이라는 한 단어에 솔깃해진 숙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아비를 바라보았다.
"예, 전하께오서 친히 충청도에 행차하신다고까지 하시었사옵니다."
"중전께서..살아계시단 게지요.."
민서가 친히 수혜를 찾으러 간다는 말에
연상 위에 올려진 숙의의 손은 주먹이 쥐어졌다.
그리고 분하다는 듯 입술을 터질듯이 꼭 깨물고는,
"허면 좋은 수가 있지요.. 후후후.."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그저 아버님은 제가 시킨대로만 잘 해주시면 됩니다.
아버님께서는 누구를 암살하려 한 적이 있습니까?"
표독스럽게 웃는 숙의를 보며 부제학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혹, 중전마마를 제거하시려하시는 것이옵니까?"
"암. 그래야지요.
제 발로 사라져주어 얼마나 좋았거늘 금새 다시 나타나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그 요망한 것을 내 살려둘 리 없지요.
허니 아버님께서 먼저 움직이십시오."
"예, 숙의마마"
"사흘..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말고 전하보다 먼저 찾아내세요.
만일.. 한 발이 늦었다면.. 행렬은 아마 온양행궁에서 하루를 지낼겁니다.
거기서 처단하세요.
얼른 일을 시작해 주세요. 적어도 오늘 안으로 충청도의 세 고을은 모두 돌아야합니다."
"예, 숙의마마.
허면 나중에 뵙지요."
일을 준비하려는 듯, 얼른 화연당을 나가는 부제학의 모습이 누군가와 닮았다.
그랬기에.. 숙의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 계십니까. 날 무참히도 버리고 간 사람..'
얼마 전까지만해도 문신과 수혜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서 말이다.
궐 안에 서신을 퍼뜨린 후, 문신은 계속 수혜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내심 사흘안에 민서가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수혜를 데리고 충청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도망이라도 칠까라는 생각을 수백번도 더 했다.
그러나 문신의 이성은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수혜의 몸에 있는 아이는 민서의 아이다.
이 나라의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의 아이이다.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하여 키울 수는 있어도
자신은 평생동안 수혜와 민서의 아이에게 죄를 짓고 사는 것이다.
왕족으로 태어났어야 하는 아이를,
천하디 천한 신분으로, 어느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화전민의 아이로 살게 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문신에게는 수혜를 사랑하는 마음만 컸지, 그런 마음은 부족했다.
자신이 이끌고 가야한다는 책임감.. 그래서 이런 경솔한 행동으로 후회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의녀의 말에 따르면 수혜가 회임한 것은 대강 두 달째,
문신 자신이 수혜의 속을 엄청 썩였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유산이 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하였다.
문신과 실제 부부사이가 아니라 문신이 잠시 수혜를 훔쳐 도주한 것이라
문신은 의녀의 말에는 그저 작은 웃음으로 넘겼으나,
민서와 자신의 이복동생, 윤 숙의의 일로 힘들었을터인데
잘 버티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혜의 모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수혜는 그 사실을 꿈에도 몰랐겠지만...
아니, 수혜는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모를 리가 없었다.
꽤나 날카로워진 자신의 신경과, 간혹 조금씩 나타났던 입덧의 증상들..
그리고 몸의 변화들..
문신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아니까..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아니까
자신에게 더욱 더 보내달라고 하였던 건지도 몰랐다.
......................
문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서야 그는 인정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여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도.. 그녀는 자신의 여인이 아니라 다른 이의 여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이.. 수혜에게 가졌던 그의 마음이
...산산히 부서져가고 있었다.
날카롭게 깨져 그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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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궁... 어제는 하루 종일 학원에 묶여 있었고,
오늘은 학교 끝나고 하루 종일 잠만 퍼질러 잤습니다. ㅠㅠ
이제서야 컴퓨터를 켠 저를 용서해 주셔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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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ou1004님
에구궁, 항상 1등이시네요. ^^
항상 제일먼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흠.. 너무 부지런하셔~ >/< (←음.. 이표시는 뭐랄까??;;)
흐흐흐흐흐..;;; 앞으로도 그렇게만 주욱-해주세요.
하하..;; 농담이에요. ^^
그럼 좋은 하루 되시구 건강하세요.
정프롬님
프롬님 닉넴이 항상 어디서 많이 보던 거라
갸우뚱했었는데 드디어 알았어요~
헤헤헤..;; 프롬님도 작가셨군요. ㅎㅎ
그리고 한 가지더, 프롬님이 제가 잠수탄 새 닉넴을 바꾸신 것도 알았어요. ^^
우은님이시죠?? 히히히..;; (프롬님 소설 보다 알았어요. 늦게 알아뵈서 죄송해요. ㅠ)
이상하게 기타장르방은 다른데랑은 다르게
작가들끼리 더 잘 뭉치는 거 같아요.
흠.. 매니아들만 들락날락 하는 방이라서 그런가???
솔직히 기타장르방은 사극이나 시대극을 찾으시는 분들이 더 많죠.
(그래도 요즘은 많이 장르가 다양해져서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넷쮸나 인짱소 같은 타카페 장르방은
판타지나 무협이 주를 이루는데 말이죠..
인소닷은 판타지 무협방이 따로 있어서 그런가??
헤헤.., 하튼 인소닷이 사극쓰시는 작가님이 훨씬 많더라구요.
너무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열등감을 막 느껴요..ㅠㅠ
프롬님 소설도 너무너무 재밌구요.
으음.. 다음부터는 꼬릿말 꼭꼭 써다 나를게요. ^^
그럼 건필하시구..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마리오네트。님
헤헤, 예전에 진짜 잠수타기 전에 올렸던 공지에서
'인소닷에서 처음 읽은 사극소설이 비양대비 였어요'라고 하셨죠??
정말 반갑네요. ^^ 그때 제가 얼마나 기뻤던지..
별로 좋지도 않은 글재주인데도 그날만큼은 막 자랑하고 싶더라니까요?
으음.,. 이렇게 다시 만나서 좋네요. ^^
완결 얼마 안 남았어요. 10편 내로 완결날 것 같은데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방학식 전까지 끝낼게요~!
항상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헐 얘네뭐야님
에구궁..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들고 찾아왔죠??
내용을 길게쓰고 싶었는데 문신이가 너무 처량해보여서
차마 뒷 이야기를 쓸 수가 없었어요..ㅠㅠ
흐음.. 이제 거의 내용이 끝나가는데.. 결말은 해피로 정했습니다.
원래는 새드로 하려고 했는데 그럼 나머지 애들(숙의, 부제학, 좌의정 등등..)이
할 짓이 없어지니까 그냥 어쩌다보니 해피쪽으로 가게 되더라구요.
결말 많이 기대해 주세요. ^^ 감사합니다.♡
은(恩)님
시험 공부는 잘 되가시나요?
저는 오늘로서 다 끝났는데.. 성적이 많이 떨어졌어요. ㅠㅠ
평균이 3점이나 떨어져서 92.1이 됬답니다. ㅠㅠ
1등은 개뿔, 2등도 개뿔, 한 4등 쯤 되려나??
저희 담임선생님 오늘 제 성적에 충격먹으셨어요. ㅠㅠㅠ
에구궁.. 님은 시험 잘보세요. ^^
전 엄마가 셤 잘보면 핸폰 바꿔준다고 하셨는데..
성적이 떨어져서 ................... 엉엉엉..
스트레스 풀이로 소설이나 쓰고 있답니다. ㅎㅎ
얼른 비양대비 완결 내구 다음 소설 세 쌍둥이로 찾아뵙겠습니다. ^^
첫댓글 네트● 열심히 연재하세요 ^ ^ 비양대비 정말 지금이나 예나 똑같아요. ㅎㅎ 정말 재밋고 음 묘한 매력을 마구마구 풍기는 소설!! 완전 좋아요~
에궁.. 이번에는 1 빠를 놓치고 아쉽ㄱㅔ 2 빠네염.. 정말 감사해요!! 오늘 가족들과 숯가마에 갔다왔거든요.. (사실 제가 유학생인데///_/// 다들 시험에 대한 압박이 크신 가봐여! 정말 모든 학생 분들! 시험 잘보시게 기도할게염!! ) 건필!! 앞으로도 감솨~!!하겠습니다~!!
아, 유학생이셨구나. 좋으시겠다.ㅠ 에구구.. 님도 힘드시겠네요. 다른 나라에서.. 힘내세요. ^^(숯가마 너무 부럽네요. 히히)
크하 재밌네요 정말~
감사해요. ^^ 요즘 며칠 동안 왜 안오시나 했어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