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지울 필요가 있는 글을 쓸 때나 연습을 목적으로 할 때 연필을 사용한다. 그래서 노트 정리가 미숙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필수품이 연필과 지우개이다.
쉽게 지워져서는 안되는 메모나 글을 연필로 쓰지 않는다. 사소한 제안서 작성 조차 연필로 하는 법이 없다. 간단한 서명을 할 때도 반드시 지워지지 않는 펜을 사용한다.
대통령 중심의 정치시스템에서 청와대의 역할과 위상은 매우 중요하다. 웬만한 부처 몇 개 이상이다. 국무총리실의 권한을 능가하기도 한다. 이런 청와대가 ‘연필과 지우개’ 정치를 하고 있다.
국정의 중요한 정책과 관련된 사안들을 펜이 아닌 연필로 쓰는 청와대. 언제든 지울 수 있도록 일부러 연필을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 정권은 그간 ‘제 손으로 쓰고 제 손으로 지우는’ 해프닝을 수차례 벌였던 관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세종시 문제와 관련하여 보여준 청와대의 작태는 ‘쓰고 지우기’ 달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먼저 경북일보 보도와 관련된 해프닝. 세종시 수정안에 비판적인 대구경북(TK)을 향해 뱉어낸 막말사건이다. 사건의 주인공은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그가 쓰고 그가 잽싸게 지웠다. "대구경북X"라는 상소리까지 사용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단다. 그러면서 함께 있던 기자들에게 “기사로 써도 좋다”고 보짱 두둑한 말도 보탰단다. “대통령 역시 TK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말로 대통령의 심기도 전달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이 경북일보에 보도되자마자 청와대는 곧 바로 ‘지우개’를 집어들었다. 홍보수석실은 해명자료를 냈다. “그런 표현 사용한 일 전혀 없다”고.
2월 28일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안이 제대로 토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결단’은 곧 국민투표를 의미할 수도 있다는 부언설명까지 곁들였다.
야당이 반발하며 논란이 일자 이동관 대변인이 다시 ‘지우개’를 집어 들었다. “국민투표의 '국'자도 얘기한 적 없다.”며 "현재로서는 국민투표를 분명히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또 "협박이나 압박 차원에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한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논의가 잘 정리되지 않고 토론도 안되고 국회 표결도 안되면 어떻게라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둘러대었다.
그런데 문화일보가 지우개의 약발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문화일보는 보도를 통해 대통령이 지난 2월 둘째주 정운찬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세종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로는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어도 문제, 통과 되지 않아도 문제이니 지방선거 전에 국민투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분명하게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처리될 경우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에서 다시 정치 쟁점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취지에서 국민투표를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투표의 ‘국’자도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분명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한 직후 터져 나온 문화일보 보도에 청와대가 또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 된다. 어떤 모양의 ‘지우개’를 꺼낼까.
(추가) 이 글을 작성한 지 두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박선규 대변인은 "주례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국민투표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문화일보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인 언론플레이"로 규정하고 그 배경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엔 '지우개'로 안될 것 같으니 아예 칼로 오려내려나 보다.
청와대가 ‘연필과 지우개’ 정치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젠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쓴 것도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전 정권의 업적을 부인하는 식의 과거지우기, 법이 제정되어 공사가 한창인 세종시 지우기 등등 가당치도 않은 데까지 ‘지우개’를 들이대고 있다.
청와대와 MB정권이 연필 대신 펜을 잡길 바란다. ‘지우개’를 던져 버려야 한다. 그리고 약속과 신뢰의 정치로 나와야 한다. 연필로 연습 하듯, 낙서 하듯 행동 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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