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자유케 하리라"
첫 날 부터 마지막 날까지 부지런히 댕겼다.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우리가 산악회다 보니 일정의 대부분이 산, 오름으로 잡혔다. 출발 이틀전 사전모임을 가질 정도로 모두의 열과 성이 묻은 제주 여행!
첫 날- 다랑쉬오름-백약이 오름
두번째 날-영실(어리목)-윗세-남벽분기점
세번째 날- 거문오름-물영아리오름-비자숲-서귀포자연휴양림
그리고 런치, 디너의 공간들 & 갈등과 서스폔션들
이제 자유가 바다같았던 그 나흘간의 기록을 따라가 보시죠!
새벽 0600 일어나 짐을 챙겨 들고 김해공항으로 차를 몰고 나선다. 어젯밤 늦게 잔 탓인지 얼굴이 약간 부은 듯하다. 0730 도착하여 수속하고 대기장에 들어서니 0800 조금 넘어선다. 0830 출발이다. 비행기는 빈 죄석이 눈에 띄었으나 대체로 마스크의 물결이 넘쳐 난다.
이륙후 0900 조금 지나니 제주라면서 곧 착륙하겠다고 한다. 아, 바로 옆이구나. 창밖으로 사라봉과 제주항과 선박들과 라마단호텔이 보이는가 싶더니 기체는 급상승한다. 강풍이라고 했다. 그렇게 30분가량 선회하다 1000 다 되어 착륙했다.그렇게 제주에 발을 디뎠다.
박성식대표와 병선이 형이 묵고 있는 오리엔탈 호텔 방으로 찾았다. 호텔옆에서 고기국수 한 그릇 하고서.
어젯 밤 두 분이서 같이 보낸 듯 했다.
1130 셋이서 택시타고 엔젤렌트카로 이동하여 총무와 반가이 조우했다.
총무는 이번 여행의 주 운전자로 서울서 1030 이륙하여 제주 렌트 회사로 바로 왔다. 서울서 1100이륙하여 1205에 도착한 희용 만석 종원형 일행을 공항에서 픽업후 다시 렌트 회사로 가 희용형을 보조 운전자로 등록하고서 첫 날의 일정을 시작하었다. 회장님없는 우리 여섯, 박대표해서 일곱이다.
고기국수냐 토종닭이냐 토론하다 시내 올레 고기 국수집이 손님으로 길게 늘어진 까닭에 교래리 토종닭으로 향한다. 일행중 원조 통닭집의 깊은 맛을 기억해 내고서 찾았으나 이미 폐업한 뒤라 그 동네 성미가든으로 발길을 돌렸다.
교래리는 토종닭 유통지구로 우리가 찾은 성미가든은 방송서 선 보인 바 있고, 우리 일행이 한번 방문한 맛집이란다. 가슴살 샤브샤브, 백숙, 녹두죽으로 진행되었는데 역시 일품이다.
1308도착하여 1456에 그 곳을 떴다. 막걸리가 맛있다. 한라산 소주가 나온다. 그렇지 소주는 한라산이지. 박대표는 술을 마시지 아니했고 병선형이 17도를 글래스에 담아 달렸다. 모두가 약간은 설렌 듯 해방감을 만끽하며 오찬장이 무르익어 갔다. 만석이형은 막걸리 최애호가다.
거하게 점심을 먹고서 다랑쉬 오름에 도착하니 1521. 다랑쉬는 제주 오름에서 선두에 나서는 유명 오름이다. 달은 들판, 랑은 안,쉬는 소를 일컬어 '넓은 들판안에 있는 소'가 우뚝서 있는 형상이다. 해발382, 높이 227 둘레 3.3키로, 분화구 깊이는 115미터로 백록담과 대비된다.
정상까지는 30분정도 걸리는데 주변 풍광이 장관이다. 쉽게 걸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식은 땀이 삐죽삐죽 올라온다. 점심의 막걸리가 땀이 되어 날아간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다랑쉬를 즐긴다. 15년전만 해도 조림이 잘 되지 않아 분화구가 한 눈에 잡혔는데 그 사이 여러 수종 자리잡아 분화구로 접근을 막았다. 2키로쯤 걷다보니 낮은 수풀이 깔려 있어 그나마 접근이 가능할 듯 했다.
늘 용감한 희용형 병선형이 분화구로 진입을 시작했다. 길이 없다보니 수풀이 발목을 잡아 겨우 분화구에 도착했다. 달나라에 도착한 기분이랄까. 바위며 수풀이며 나무들이 모두 달에서 온 듯 했다. 다들 흥에 취해 하늘 보고 드러누웠다. 병선형이 턱을 밀어서 보란다. 어, 삼백육십도 원형의 항아리가 눈안으로 쏙 들어왔다. 달빛 교교이 비칠 때까지 있어 볼까 생각하다 아서라,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선다. 이곳 다랑쉬 주변마을은 중산간지대로 4.3때 소개령으로 폐촌되고, 주변 다랑쉬굴에서 11구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한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쉬엄쉬엄 풍광을 즐기며 내려오니 1655. 사실 제주의 360여개 어느 오름에 올라서도 각본없는 드라마다. 뻥 뚫여 있다는 얘기다. 사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높고 낮고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멀리 바다의 풍랑소리도 가까이서 들리는 듯 하다. 카메라가 연신 작동한다. 예서 멈추고 저녁을 생각해야 되지만 우리의 리더 병선이형은 기어코 목적지를 한 군데 더 발굴하고 만다. 해서 열심히 달려가니 백약이 오름이다.
1725. 부지런히 다녀오면 딱 맞을 시간이다. 정상까지 40분 정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곳으로 둘레 1키로, 해발 356 높이132미터. 초원이 좌우로 펼쳐지고 천국의 계단이 사람을 유도하는 정말 멋스런 곳이다. 연인이 가장 즐겨 할 만한 오름중 하나인 것 같다.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일출봉, 우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1키로 둘레 한 바퀴감는데 이십분이면 된다. 삼나무와 소나무가 조림되어 더없이 편안한 산행을 이끌어 준다.
실제 이 날 연인이 오르고 여자 친구들 넷이 쾌활하게 즐기는 모습이 보있다. 해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즈음에야 그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조림이 잘 되어 분화구 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다. 석양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이나 계단위에서 통곡할 뻔 했다. 병선이형의 카메라는 여기서도 바삐 돌아 댕긴다. 병선형은 무척 부지런하고 집념이 강하고 욕심이 많다.
1800 못내 아쉬운 하산길 접어들어 1824 주차장에 다다른다. 그 시간에도 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늘 뛰어 다녀야 하는 우리에 비하면 그들이 또한 부럽다.
하루가 무척 길다. 애초 모슬포 만선이 만찬장이었는데 회장님의 깊은 배려로 섭지코지 인근 '섭지코지로'로 바뀌었다. 정확히 1900 도착한다. 해가 참으로 길다. 젊은 사람들의 최애 공간이라 한다. 운영도 젊은 사람이 하고 있다.
요새는 맛있는 음식보다는 비주얼 갖춘 음식 사진 찍으러 디닌다는 희용형 얘기가 잘 들어 맞는 것 같다. 고등어회와 딱새우회의 배열이 기가 막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연상시킨다. 젓가락질이 술잔을 앞지른다.
칠인용으로 부족 했기에, 다들 허기져 있었기에 회를 한 접시 더 시키고 만다. 딱새우 머리 여섯 들어간 라면 한 그릇에 다들 목을 메었다. 왜 한 그릇만 주는지 기나긴 토론을 이어갔다.159,000원이다.
2000 조금 지나는 시간이다. 아쉽지만 회장님 머무는 곳으로 가야 한다. 회장님은 우리의 편의를 위해 일정을 소화하고 기다리신다.1시간 20분 걸리는 조금 먼 곳이다. 캔싱턴리조트 서귀포점까지 힘차게 달린다. 우리의 총무님은 운전으로 단 한잔도 못했다.
2100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조금 더 걸렸다. 중간에 어떤 사람의 기이한 용무와 박대표의 제주버스 트랜스퍼가 있었다. 12인승 차량이 뒤집힐 정도로 웃음과 해학과 괴기가 넘쳐났다. 모든 것을 담아내기엔 지면이 너무 부족하다.
2120 리조트 도착하니 회장님이 몹시도 반갑게 맞아 주신다. 술자리도 준비해 놓고 맛있는 고사리도 한 봉지씩 넘겨 주셨다.
첫 날 첫 밤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17도와 21도가 맥주와 더불어 찬란하게 불타 올랐다. 하이라이트는 병선이형이 가져온 전투식량 배분이었다. 뜨거운 물 을 부어 비빔밥으로 먹는 건데 문제는 유통기한이 지난 거였다. 먹느냐 마느냐의 논쟁. 지난 해 지리산에 들고 갔다가 먹지 않아 남긴 것을 병선 형수가 처치하라고 엄명해 갖고 왔다는 것이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가져 온 사람의 몫으로 넘기고, 기한이 한 두달 남은 것은 장유유서 원칙에 따라 분배하였다. 한라에서 먹을 음식이니 신경들이 곤두설 수 밖에 없었다. 누구하나 먹다 탈이라도 난다면, 해서 병선이형이 가장 먼저 시식하기로 하고.
또 다른 논쟁은 누가 거실에서 자는가 였다. 피튀기는 토론끝에 코곯이계 최강자 희용형 종원형이 거실로 낙점되고, 또 하나의 강자 총무는 방으로 배정되어 내일의 거사를 생각하며 생각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비행기를 타고, 점심의 막걸리와 두 번의 오름기행을 거쳐서인지 눕자마자 다들 뻗어 버렸다. 탱크가 곳굿에서 쳐들어 왔다. 총무는 20만원을 들여 마우스피스를 준비해 왔고, 당당히 방안에서 취침했다. 우리의 사랑과 우정과 행복이 이제 꽃을 피운다.
(씨유에서 새벽1208 75,000원 구입했는데 기억 안남. 술을 그 시각에 사서 먹은 건지)
(담호에 계속)
첫댓글 기다렸던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