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여고 2학년 친구들과 함께 연극 '바보아리랑'을 보러 갔다.
중학생 때는 학교에서 이리저리 연극을 보러 많이 다녔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정말 오랬만이다. 또 노정 선생님께 연극을 보러 가기 전 매너 있는 문화인이 되기 위한 예절 교육도 받았다.
어쨌든 이번에 연극을 본다고 했을 때 나는 정말 기대가 되었고 연극을 보러 가서 자리에 앉아 배우님들의 등장을 기다릴 때 까지 계속 두근두근 했다. 그러한 왠지 모를 좋은 기분 속에서 연극장의 불이 서서히 꺼지고 배우분들이 나오셨다. 조금 특이한 대형으로
한 분 한분씩 대사를 돌아가면서 하셨는데,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듯 하였다.
연극을 보기 전에도 들었듯이, 이 연극은 액자식 구성과 같이 연극 속에 연극이 들어있는 형태였는데, 처음에는 막 헷갈렸다가,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서 보니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리가 보는 연극속 유랑단이 한 연극에서는 개똥이와 자영이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데, 배우님들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매우 재치있었고, 정말 빵빵 터졌었다. 특히 제일 인상깊게 보았던 장면은, 순수했던 개똥이가, 악마의 꼬임에 빠져 점점 타락해 가는 것이었는데, 그 장면을 웃기게 연기를 하긴 하셨지만, 마냥 웃기지만은 않았다. 나는 솔직히 개똥이가 끝까지 필요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본 순사를 위한 이 연극을 계속 지켜보다가, 사실 독립운동가였던 유랑단 분들이, 밖에서 만세 운동을 하셔서 일본 순사를 유인한 동안 우리는 '둥지 극단' 의
진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 때 부터 아까의 유쾌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정말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연극을 진행하였다.
나는 정말 실제같은 분위기에 완전히 몰입이 되서 보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권이 피탈되는 과정을 연도와 내용을 들어 힘있게 연설해 주시는 변사님의 부분에서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일제가 정말 치밀하게 우리나라를 유린했다는 것도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또 일본인의 입장에서 종이를 들고 일본을 정당화 하는 부분에서 정말 죄송하지만 배우분들 한대 때리고 싶었다.
그정도로 연기를 잘하셨다는 뜻이다.
그렇게 열심히 연극을 하시고 계시는데, 갑자기 밖에서, 일본 순사가 전원 사살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그 유랑극단 배우들은
한명씩한명씩 총을 맞고 쓰러지시는데, 옆에 동료가 쓰러져도, 두려울 텐데 독립을 위해 계속 노래를 부르고 계신 극단배우분들이 너무 너무 멋졌다. 그리고 그 일본인 순사가 빠까야로 조센징 이라고 하면서 태극기를 구길때는 정말 내 마음도 구겨지는 듯 했다.
그리고 나서 일본인 순사가 총을 빵야 쏘고 불이 꺼지고 다시 빵야 쏘고 불이 켜지니 극단배우님들은 처음 극을 시작할때와 같은
대형을 맞추고 뒤를 돌아서서 한명씩 대사를 하시면서 뒤를 돌았다. 시작할 때와 구조와 대형이 같아서 그런가 나는 이 부분에서
수미상관 구조가 생각이 났다. 이것도 노리고 극을 만드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감동적이게 마무리 하고 나서
노정 선생님이 알려주신 커튼콜 이라는 것을 했다. 배우분들이 연극을 할 때와는 사뭇 다르게 정말 순박해 보이셨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이 왔다. 예상과는 달리 여고 친구들은 정말 수준 높은 질문들을 많이 던졌는데,
그에 연출작가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우리의 질문에 친절히 하나하나 답해주셨다. 나도 궁금한게 정말 많았는데, 다른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아이들이 모두 질문을 하여, 나는 연출작가 선생님의 말에 귀 귀울여 들었다. 내가 생각한 수미상관 구조 같은 것도 의도한 것이 맞고, 뒤에 나무에 소프트라이트를 비쳐준 것도 원래는 꽃이 피어야 하는데 무대장치실수라고 하셨다.
또 극 중 개똥이는 고종황제, 자영이는 명성황후라는 것을 알고 좀 놀랐다. 개똥이와 자영이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옛 이름 이라는 사실도 더불어서 알게 되었다. 그냥 생각 없이 지나친 사소한 것에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연출작가
선생님이 정말 멋져 보이셨고, 이 연극을 위해 많이 노력하신 것 같이 보였다. 또 일제 강점기 이 시대에 관해 굉장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물어 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멋진 질문들을 마치고 1반부터 6반까지 배우분들과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서 보니 다들 더 잘생기고 이쁘셨다.
그렇게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말은 못하고 사진만 열심히 찍히고 나왔다.
보통 나는 연극이나 무엇을 볼 떄 잘 조는 습관이랄까 그런게 있는데 정말 이번에는 거짓말 하나도 안치고 몰입해서 보느라
졸지도 않았다. 정말 아직까지도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는 연극이고, 나중에 다시 연극을 하러 오시면 꼭 보러 가고 싶다.
더불어 이렇게 멋진 연극을 보고 값진 경험을 하게 해주신 여고 선생님들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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