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운하, 문경새재는 울고 있다.
대구에서 지형학회의 학술대회가 있어 참석하였다.
전국의 지리학자들이 심포지엄을 열고 하루는 발표와 토론을 하고 이틀간은
현장을 답사하여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이날 눈이 뜨이게 하는 2개의 발표가 있었는데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경부
대운하에 대한 자료들이 눈을 확 뜨이게 하며 지식의 영역을 넓혀주었다.
문경의 탄과 시멘트를 운송해 주는 철길이었으나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왼쪽산에 고모산성이 보인다.
그러기 전에 며칠 전 경북의 문경을 다녀왔다.
문경도 여주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호족들을 중심으로 경부대운하를 찬성한다는 플랑
카드가 거리 곳곳에 나부끼고 있었다.
지가가 올라가 살림이 핀다는 척박한 경제의 논리로 우매한 백성들의 눈과 귀를 현혹
시켜 착착 진행되어가는 대운하의 모순 섞인 현실에 목이 메여왔다.
문경을 흐르고 있는 영강이다.
남한강과 낙동강을 가로막는 것은 충주와 문경에 걸쳐있는 조령산이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 함백산에서 발원하여 안동시를 흐르는 반변천과 안동, 문경을 거쳐 흐르는 내성천이 문경의 영강과 만나
상주의 위천과 함께 흐르다가 대구의 금호강과 진주의 남강을 받
아들여 유유히 남해로 흘러드는 우리나라 제2의 큰강인 것이다.
이제 낙동강과 남한강을 잇기 위해 조령산맥을 26km나 뚫어 40km의 물길을 만드는 대운하의 공사를 벌써부터 건설회사에
발주하여 올해 안으로 설계를 완료하여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 간다고한다.
우리나라의 산하는 참 수려하다. 알프스가 아름답다고 하나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토의 70%를 산과 강이 차지하고 있어 어디를 가나 한폭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2mb가 주장하는 바, 우리나라 강은 썩어있고 그 썩은 강을 2,500~5000톤급의 큰배가
돌아다니면서 스크루를 돌아가게 하면 물이 맑아진다는 봉이 김선달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자연하천의 하상은 퇴적물이 쌓이지만 고여있는 물이 아니기 때문에 쌓이다가
또 흘러가는, 그 자체로 지형발달의 산물로 되어져 있다. 이 토사는 전혀 오염되어 있지
않은 박물학적 보존가치가 있는 중요한 지형경관인 것이다.
2mb은 운하는 자연하천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초등학생 수준도 벗어난 말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개도 웃을 허위표현을 한 것이다.
내성천과 영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이곳에 문경터미널을 세운다고 계획되어 있다.
저수로 뱃길은 학문학적으로 더 이상 자연하천이 아닌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하천 자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거나 기본지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운하를 추진하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인 것이다.
문경의 끝에 있는 영강이다. 이곳은 습지가 있어 철새가 도래하여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한다.
2mb은 또한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이어서 운하를 건설하여 물을 받아놓아야 된다는,
과장된 표현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정당화시켜 뻔뻔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연강 강수량의 25%만을 사용하여 식수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현실에서 물없음을 주장하는 것은 책임을 호도하는 기만적인 행위인 것이다.
여름철마다 넘쳐 흐르는 물관리를 안이하게 한 결과 물부족국가군으로 분류되었음을 깊이 반성해야만 할 것이다.
운하가 들어서면 이곳은 물로 잠길 지역이다.
바로옆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달리고 있다.
운하가 지나가는 물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현재도 팔당댐이나 충주댐, 임하댐 등 댐으로 인하여 강의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댐으로 유입되는 작은 하천들 주변에서는 지금도 상습적인 침수위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운하건설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길을 확보해야 하는 관계로 운하의 물길을 따라 반드시
제방을 축조해야만 한다. 또한 곳곳에 건설되는 접안시설이나 선박의 원활한 통행에 방해
되는 기존의 교량들을 이설하거나 개축하고 또 새로 신축하는 교량의 공사들은 사실상
어느 한구간도 빠짐없이 토목공사의 손길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하천은 어느 한순간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 아닌 수백만년도 넘는 긴 세월을 흘러
오면서 조상의 빛난 추억들이 생생히 살아있는 박물학적 보존가치가 있는 유형문화재
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영강을 내려가다 강을 이어주는 오래된 세멘트다리를 보았다. 오래 되어 차량통행은 금한다 쓰여져 있었다. 정겨웁기 그지없다.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서는 강옆을 따라 콘크리트로 둑이나 제방을 필연적으로 쌓아야
하는데 강을 시멘트로 막는다면 강은 결국에는 자정능력을 잃고 6m 정도의 수심에
2,500톤급의 큰 배가 다님으로써 하상 퇴적물들의 재부유현상이 일어나 그나마 남아있는
생명줄을 아예 끊어버릴 것임이 분명한 것이다.
다리 밑을 흐르는 맑은 강물이다. 속이 다보여 시원스럽다.
친환경을 가장한 반문화 반환경적인 이와 같은 시각과 가치판단이 우리 사회에서 떠돌아 다닌다고 했을 때 운하를 만든다고 한강, 낙동강 등의 자연하천을 개조해서 콘크리트댐과
제방 안에 가두어 놓은 것을 보고 무질서한 하천을 말끔하게 정리한 것이며, 위대한
인간승리의 결과물인 것으로 여겨지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다리에서 수직으로 올려다본 산천이다. 어디를 가나 한폭의 그림이 된다.
우리는 엊그제께 국보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마지막 기왓장이 최상단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자존심과 영혼의 쉼터
같은 울림이 일시에 무너지는 참담함을 맛보았다.
혹자는 숭례5적을 표기하며 숭례문 앞에서 울면서 제를 올리기도 하였다.
숭례문은 600년의 역사이지만 하천과 강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유산이기에 대운하건설도 이에 비할 바 없는, 국운을 말아먹는 일임이 분명하다.
우리 국민들이 이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을사오적과 다를 바 없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푸르른 하늘에 산과 나무는 의구하게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