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콘비비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향연’으로 번역됩니다. 본래 뜻은 ‘함께 마신다’ ‘함께 먹다’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걸 봤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누구나 가까운 이들과 함께 모이는 소박하고 정겨운 모임인 콘비비오를 즐기며 의미있는 관계와 시간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꿉니다”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기분 좋게 만드는 광고 문구였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인간관계 피로도가 높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사람이 함께 모이면 관계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교회 공동체 속성상 그걸 넘어서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교회는 우리 주님께서 주님의 식탁에 초청해 주셔서 그 식탁에 둘러앉아 주님의 가족이 됐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입니다. 그 고백이 유효하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은 적어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콘비비오의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는 주님의 가족 공동체여야 한다는 가치를 놓아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