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전에 얘가했던 산에서 뒷다리 부러져 잡았던 소에게는 젖이 아직 안 떨어진 송아지가 있었는데 그 송아지를
키울래니 보리를 갈아서 죽을 써 먹이고 때로는 쌀로 미음을 써서 먹여야 했는데 몇 달 지나 풀을 뜯기 시작하고
부터는 동네 소들과 어울려 산에 올려 보내기도 했다.
봄에 논을 갈아 엎고 물을 대어 평평하게 쓰레질을 해서 벼를 다 심고 논일이 끝나고 나면 특별히 소를 부릴 일이
별로 없어 지면 동네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에 소들을 모아서 같이 야산에 올려 풀을 뜯게 하고 저녁에
가서 소를 찾아 각자 집으로 데려 오는 일을 반복하였다.
그런데 우리 송아지는 어미 젖을 먹는 다른 송아지를 보면 풀먹을 생각은 않고 하염없이 쳐다 보는 일이 자주
있어 동물도 어미 없는 설움을 저리 느끼나 싶어 가슴이 메여 오는 일이 많았는데, 그러던 어느날 저녁에 소를
찾으러 갔는데 아무리 야산 주위을 다 돌아 다녀도 우리 송아지만 없어지고 안보이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우리 가족 모두는 비상 사태에 들어 갔다, 귀한 송아지도 문제였지만 송아지가 산에서 내려와 다른
집 밭에 들어가 밭작물을 뜯어 먹거나 해치면, 피해를 준 농작물을 배상해 줘야 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찾아야
했고. 산주위의 동네마다 송아지 읺어 버린걸 알려 줘야 했고 산 어디엔가 있을 송아지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러기를 나흘간, 키우던 개도 없어졌다는 것인데 당시만 해도 달리 개집이 없고 외양간에서 개와 소가 같이
지내던 터라 송아지가 안들어 오니 지나름대로 룸메이트 송아지를 찾아서 산으로 가서 같이 있는게 아닌가 하고
짐작은 하고 있었었다.
닷새째 되던 날, 그날도 송아지를 찾다가 들어 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개가 집에 뛰어 들어오는데 배가 홀쪽 등
가죽에 붙어 있어 먹던 밥을 부랴부랴 부어줘 먹이니 흘끔흘끔 우리를 쳐다 보는게 따라 오라는듯 해서 개를 따라
산으로 가니 송아지가 있는게 아닌가. 그러니 송아지는 풀이라도 먹었는데 이 녀석은 쫄딱 꿂으며 같이 송아지를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때는 보통 똥개 한마리를 키워 새끼를 낳으면 암놈 하나 남기고 어미개는 보신탕으로 하는가축의 하나였을
뿐이었고, 시골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암캐 수캐 사랑하다 꽁무니 붙어 있는걸 흔히 보던 때라 어떤 종자를
베었는지도 몰랐는데 아마도 괜찮은 씨를 받았을거라는 추측을 하긴 했었다.
그렇게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던 중학 때 어느 여름날의 송아지와 개의 가출 사건은 그렇게 끝났지만 송아지는
자라 성우가 되어 나의 등록금으로 팔려 나갔고, 개는 여름 복날에 보신탕으로 사라지고 말았는데 문자 그대로
한여름밤의 꿈이었던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