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짝골짝 영험한 약초와 산나물로 민초의 생명을 구해주시는 은혜로운 마고할머니, 넉넉하고 부드러운 품으로 사나이 가슴에 웅지와 덕을 함께 심어주신 지혜로운 마고할머니, 지리산의 산신령이 할배가 아니라 자애로운 할매임이 새삼 고마웠다. 동행한 이군이 처음 장군 진급했을 때는, 하동군수가 인근 세군데 면장을 대동하고, 총무과장 시켜 돼지를 두마리 잡고 축하연을 베풀어 주었다고 한다. 지리산 밑 하동 산청 안의 거창에서 장관, 국회의원, 대학총장이 줄줄이 나온 것 다 마고할매님 덕이 아닌가. 나는 두 손 모아 고마운 분께 감사인사 드렸다.
하산길도 좋았다. 천왕봉 가파른 바위 틈은 수형이 멋진 철쭉나무 분재 천지다. 모두 마고선녀가 직접 물 주고 가꾼 것이다. 그렇게 신령스러울 수 없다. 저 연분홍 철쭉의 꽃빛은 수줍은 산골처녀 뺨처럼 순하고 고운 빛 아니던가. 고산지대의 땅딸막한 구상나무 잣나무도 그렇게 굳세고 푸를 수 없다. 산봉우리를 하얗게 덮고 올라오는 운해는 그리 청초할 수 없다. 한계단 내려와서 철쭉을 보고, 한계단 내려와서 구름을 보고, 한계단 내려와서 바위의 푸른 이끼를 감상했다. 잘 구경하고 하산 서둘다 발목 다치는 일은 성급한 사람들 이야기다. 마냥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하산하니 그 참 신기하다. 등산객 4시간 거리를 우리는 10시간에 다녀왔는데, 어둠 직전의 학습원에 닿으니, 마지막 6시 셔틀버스가 딱 우릴 기다리고 있다. 수미일관 원더풀 산행이었다.
첫댓글 대선배님의 천왕봉 마지막 정상을 오르시는 감성... <이 구간은 거의 70도 각도의 급경사다. 사람들은 흔히 여길 '깔딱고개'라 부른다. 그러나 여기를 그냥 아무 생각없이 용을 쓰며 기어오르기만 해서는 않된다. 높은 9층탑을 참배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올라가야 한다. 여기 돌계단은 지리산 마고선녀(麻姑仙女) 신전 올라가는 신성한 계단이다>... 지금까지 그냥 힘들게 오르기만 했었던 자신의 경솔함에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50년만에 오르시는 그 벅찬 감회가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해서 자신이 미냥 지리산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Ultra Super Fantastic 한 지리산 산행기!!! 감명 깊게 정독하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수영
13.11.06 18:56
먼저 50년 만의 지리 천왕봉 등정을 감축하옵니다. 제가 49세에 처음 천왕봉에 올라 49년 만에 처음 오른 지리 천왕봉이라 무척 감격해 했는데 선배님의 감격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군요. 지리산 천왕봉에 대한 느낌을 새롭게 느끼게 주는 선배님의 명품 산행기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50년 전의 상황을 어쩜 이리도 생생하게 전달하시는지.. 그날 그 보살님이 안 계셨더라면.. 그 악조건 하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천왕봉 등정을 하신 것하며 모처럼 아름다운 산기를 접하며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고요 감사합니다.
함지박
13.11.06 19:18
확실히 사람마다 산에 오르기는 하지만 그 산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느낌은 무척이나 차이가 많이 나는것 같습니다.
핵심적인곳을 설명하며 그 산을 풀어나가는 모습 저로서는 아직 많이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해주시는것 같기도 합니다. 잔잔한 대금소리와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대해 좀더 공부를 한듯 감사한 마음전하면서 물러갑니다.ㅎ
난테
13.11.07 07:28
존경과 감사의 염으로 일독하고 갑니다
세상과 삶을 참 좁고 빈약하게 사는 후배의
눈을 개안케 해주사 다시 감사 드림니다~~♥
山學童子
13.11.07 11:43
연륜의 격과 더불어 깊은 내공에서 우러 나온 산행기, 이렇게 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행운입니다.
지리산학(?)을 꿈꾸며 발품만 팔고 있는 저에게 등불 같은 산행기이고 산행 모습입니다.
법계사 천왕봉 구간, 번잡한 날을 피해 올라보고 싶군요.
감사 드립니다. ^^
김희식
13.11.08 10:44
경륜과 박식이 묻어나는 산행기입니다. 지리산에 울려퍼진 청성곡의 대금소리는 과연 천상의 울림이 아니었을까요?
50년 만의 지리산 감회가 새로웠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산사랑
13.11.11 13:31
천왕봉 등정을 축하드립니다. 진정한 도인이십니다.
분위기와 소리가 함께 어울리니 너무 좋습니다.
김현거사님 항상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청계
13.11.12 22:15
거사님 처럼 멋있게 늙어가고 싶습니다만 아무나 되는 일은 아니겠지요? 후학들의 귀감이 되십니다.
山學童子
13.11.13 11:54
거사님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글이 하도 좋아, 제 블로그와 제가 속한 부산등산학교OB 카페에 이 글과 사진 두 장을 게시하였습니다.
사전 허락을 받지 않은 점에 대해 죄송합니다.
당장이라도 내리시라면 그리 하겠습니다.
혜량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