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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성공한 20년 전만 해도 T-50골든이글(이하 T-50)이 수출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최초 초음속기 T-50이 초도 비행에 성공한 때는 2002년 8월. 올해로 T-50은 개발 성공 20주년을 맞았다. 20년 전 개발됐으나 아직도 팔팔한 현역이다. 현재 공군이 고등 훈련기로 160대가량을 운용한다. 최근에는 수출 효자가 됐다. T-50에 무장을 탑재한 경공격기 FA-50이 폴란드에 팔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유럽 지역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폴란드가 FA-50을 구입해 군비 확충에 나선 것.
KAI는 8월 8일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구매 비용은 30억 달러(4조1490억 원). 군용 전투기 수출 실적 최대 기록이다. 추가 수출 가능성도 보인다. 2013년 FA-50을 도입한 필리핀이 추가 구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도 FA-50을 사들일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군사매체 '디펜스시큐리티 아시아'는 "말레이시아 공군이 KAI의 FA-50 36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KAI의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동유럽은 물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한국의 비행 무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KF-21이 대표적이다.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았지만 폴란드와 필리핀은 벌써부터 KF-21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수리온, LAH 등 KAI가 개발한 헬기도 외국 군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길이 180m 전투기 생산 라인KAI는 이 기회를 잡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까. 9월 7일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KAI의 항공기 공장을 찾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FA-50, KF-21 시제기 생산을 맡은 고정익동이다. 고정익기는 날개가 고정된 비행기를 말한다. 헬기 등 날개가 회전하는 회전익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비행기는 고정익기다. 이곳에서 조립 중인 T-50을 만날 수 있었다. 고정익동은 축구장 3개 크기(2만1600㎡)로, 길이만 180m에 달하는 전투기 생산 라인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 중 두 개의 생산 라인에서 총 8대의 T-50을 조립하고 있었다.
KAI의 협력업체들이 비행기 동체의 각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면 KAI가 이를 모아 조립한다. 비행기 조립 과정은 프라모델 조립 과정과 흡사했다. 각 동체 부품을 하나씩 자리에 맞게 끼워 넣는 방식이다.
KAI에서 개발하는 초음속기는 모두 용접 대신 볼트와 리벳(나사 부품)을 박아 각 부위를 연결한다. T-50의 동체 길이는 약 14m. 여기에 4000개에 달하는 구멍이 뚫린다. 동체에 구멍을 뚫는 일은 대형로봇드릴링 시스템(LRDS)이 담당한다. LRDS는 큰 관문처럼 생겼다. 이 기계가 동체를 둘러싸고 정확한 부분에 구멍을 뚫는다. KAI 관계자는 "초음속기는 용접으로 만들지 못한다"면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금속 외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RDS 덕분에 비행기 제작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LRDS 도입 전에는 구멍 하나 뚫는 데 3분가량 소요됐다. 이제는 25초 만에 동체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곳에 구멍을 뚫을 수도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비행기가 경량화되며 탄소섬유 등 강성이 높은 소재가 쓰이게 됐다"며 "이 같은 소재는 사람이 직접 구멍을 뚫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문 제작 방식이라 공장 구조 자주 바뀌어"이렇게 전방, 중앙, 후방 동체 조립 준비가 마무리되면 이를 연결하는 '메이팅' 작업을 시작한다. 메이팅에는 동체자동체결시스템(FASS)을 사용한다. 컴퓨터가 동체 간 접합 부위를 확인하고, 주요 접합 부위를 레이저로 정확히 측정해 붙인다. 조립 후 1㎜라도 빈틈이 생기면 비행기 운동 성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 FASS를 사용해 접합하면 오차 발생 범위는 0.025㎜. A4용지 두께의 4분의 1 수준이다.
T-50 개발 초기인 20여 년 전만 해도 이 공정을 사람이 담당했다. 미세 공정이라 수정을 거치는 일이 허다했다. 조립 한 번에 며칠씩 걸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KAI 관계자는 "자동화를 통해 생산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며 "고정익 생산 역량을 종합하면 이론적으로 FA-50을 4일에 1대씩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체 조립 후 내부 전선망, 공조·연료 공급 체계를 설치하는 일은 사람이 한다. 외형을 갖춘 후면 내부 부품을 사람이 직접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 공정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엔진을 넣으면 조립 공정은 완전히 끝난다. 이후 최종 확인 단계인 '엔진런'을 거친다. 엔진을 가동한 상태에서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엔진런까지 마치면 도색과 시험비행을 거쳐 최종 출고된다. 이 과정까지 통상 30개월이 걸린다.
비행기 제작에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군용 전투·훈련기 시장의 특수성에 있다. T-50의 1대당 가격은 약 25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350억 원에 달한다. T-50을 개조한 기체(전술입문기 T-50A, 특수비행기 T-50B, 경공격기 FA-50)의 가격은 더 높다. 가격대가 워낙 높다 보니 재고가 생겨서는 안 되는 구조다. KAI는 주문을 받고 나서야 비행기 제작에 돌입한다. 주문한 수량은 각 나라 군마다 다르다. 따라서 매번 주문을 받을 때마다 공장이 주로 생산하는 기체가 바뀌게 된다.
즉, 전 공장이 FA-50만 생산한다면 이론적으로 4일에 1대씩 새 비행기를 만들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는 FA-50 1대 생산에 30개월이 걸리는 것이다. 이날 고정익동도 다양한 비행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FA-50은 물론 KF-21의 부품 및 날개를 조립하는 곳도 있었다. KAI가 면허 생산하는 KF-16의 부품도 간혹 보였다.
KAI 고정익 공장은 자동차 공장과는 전혀 달랐다. 자동차 조립 공장에서는 컨베이어벨트 등을 통해 작업자들의 눈앞으로 차량 동체가 옮겨진다. 작업자는 한자리에 머물며 자신이 맡은 부분을 조립한다. 또한 로봇 팔이 부품이 무겁거나 작업이 어려운 공정을 대신한다. KAI 근로자들은 비행기 내부로 들어가 하나하나 손으로 비행기를 조립했다. 조립을 마친 동체를 직접 이동시키기도 한다. KAI 관계자는 "주문 제작 방식인 만큼 공장의 구조가 자주 바뀌는 편"이라며 "컨베이어벨트나 로봇 팔 등 자동생산 시설을 갖추면 공장 구조 변경이 어려워 일부러 설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T-50 개발 초기 '과도한 고성능' 평가 듣기도
이날 고정익동에서 가장 많이 제작되고 있는 비행기는 T-50 계열 기종인 FA-50이었다. 그만큼 T-50이 KAI의 효자상품인 셈이다. 이는 개발 초기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T-50은 개발 기간 내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왜 생돈을 들여가며 초음속기, 그것도 훈련기를 개발하느냐는 반발에 부딪혔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 훈련기를 도입하는 편이 훨씬 저렴했다."
T-50 개발을 주도한 전영훈 골든이글공학연구소장은 저서 'T-50 끝없는 도전'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1997년 KAI에 T-50 개발을 의뢰한 공군은 아음속 고등훈련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당시 공군이 내건 기준은 급강하 시 초음속(마하 1.2 이상)에 도달하고, 일반 비행 상태는 아음속(음속과 같거나 조금 못 미치는 상태 마하 0.3 이상~1.2 미만)이었다. 공군은 초음속기를 원했으나 국내 기술 사정상 이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진은 2005년 T-50의 초음속 운행 시험을 마쳤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2번째로 초음속기를 자체 생산한 나라가 됐다.
개발은 됐지만 T-50은 세계시장에서 인기가 없었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경쟁기인 Yak-130의 가격은 1대당 1500만 달러. 반면 T-50은 1대당 가격이 2500만 달러였다. 물론 성능은 T-50이 훨씬 좋았다. Yak-130의 최고속도는 1060㎞/h로 음속에 약간 못 미치는 아음속기다. 반면 T-50은 1851㎞/h다. 음속이 1225㎞/h이니 이를 훌쩍 넘는 속도다.
성능은 좋았지만, 이 같은 성능을 원하는 시장이 없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T-50 개발 초기인 2000년대 말만 하더라도 미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음속 훈련기를 사용했다"며 "전투기도 아닌 훈련기로서 초음속기는 당시 기준으로 과한 성능이었다"고 말했다.
아음속기와 성능 비교 불가이 같은 과한 성능이 지금의 수출 기회를 만들었다. 각국 주요 전력이 초음속기가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박지원 KAI 고정익개발본부 비행시험팀 시험비행 조종사는 "아음속 훈련기로 훈련한 파일럿이 초음속 전투기를 조종해 실전에 나서려면 추가 훈련을 더 거쳐야 한다"며 "아음속 훈련기와 초음속 훈련기는 조종 난이도는 물론 조종 시 파일럿이 받는 신체 부담에도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T-50에 무장을 탑재하면 실전에서 전투기로 사용이 가능하다. 레이더와 무장 등을 탑재하면 FA-50 경공격기가 된다. 기본 무기만 달면 전술 입문기인 TA-50이 된다. T-50, TA-50으로 훈련을 마친 파일럿은 며칠간의 적응 기간만 거치면 바로 FA-50 실전 투입이 가능하다.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T-50, TA-50, FA-50으로 이어지는 실전형 공군 훈련 방식 자체를 도입하고 싶어 하는 국가가 많다"고 밝혔다.
물론 Yak-130 등 T-50의 경쟁기였던 아음속기도 무장을 단 사양이 있다. 이탈리아는 Yak-130을 개조한 M-365를 내놓기도 했다. 폴란드도 M-365에 관심을 가졌으나, 최종 선택은 KAI의 FA-50이었다.
이는 초음속기의 실전성 때문이었다. 박지원 조종사는 "아음속 공격기도 무장하면 실전 투입은 가능하나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은 낮다"며 "FA-50은 초음속기인 만큼 실질적인 임무 수행 능력이 있는 공격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무장한 훈련기로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으나 방위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FA-50은 세계시장에서 이미 경공격기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것.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무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양은 경험이다. 실전이나 그에 준하는 훈련을 통해 성능을 검증해 봐야 비로소 무기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FA-50은 2013년 한국 공군에 실전 배치됐다. 수십 차례의 작전을 치른 역전의 용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연합훈련(한미연합훈련)을 한 경험도 있다.
FA-50은 필리핀에서도 전과를 올렸다. 2017년부터 필리핀 정부는 FA-50을 이용해 반군을 토벌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필리핀 공군은 FA-50의 추가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16, F-35와 연계성 우수F-16, F-35 등 다양한 무기와 연계성이 좋다는 점도 FA-50의 강점이다. T-50은 록히드 마틴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기체다. 개발사가 같은 F-16, F-35와 체계가 비슷하다. 게다가 한미 훈련을 통해 연계 전술 경험까지 갖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F-16, F-35 등 미군 전투기를 도입한 국가들은 훈련기와 경공격기로 T-50 시리즈를 찾는다"며 "주 전력기를 쓰기는 어려운 소규모 전장에 FA-50을 투입하거나, 주 전력기 파일럿을 양성하기 위한 훈련기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FA-50과 F-16을 모두 몰아보면 유사성은 더 두드러진다. 박지원 조종사는 "FA-50의 별명이 '미니 F-16'일 정도로 두 기체가 많이 닮아 있다"며 "FA-50 조종에 숙달된 파일럿이라면 F-16에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A-50은 조종 편의성 측면에서도 경쟁 기종을 앞지른다. 박지원 조종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러시아 전투기 MiG-29에 앉아볼 기회가 있었다.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조종해 보니 FA-50에 비교해 훨씬 불편했다. FA-50은 파일럿이 더 편하게 조종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동해야 하는 전투기 특성상 파일럿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버튼의 수를 줄이고 터치스크린 등을 도입해 파일럿이 기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러시아와 동유럽 전투기나 훈련기에는 이 같은 장치가 없다. 수송기 조종석처럼 버튼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이 버튼의 사용법을 다 익히는 일에만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KF-21에는 FA-50보다 더 많은 파일럿 편의 장비가 들어간다. 그만큼 파일럿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F-21, 세계 각국 관심 집중
이날 KAI 격납고에서 KF-21 시제기를 볼 수 있었다. KF-21은 2015년 개발을 시작해 2019년 시제기를 완성하고 현재 시험비행을 수차례 반복하는 단계다. 이날도 KAI 임직원들이 KF-21과 연결된 PC를 들여다보며 시험비행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같은 시험비행을 총 2600회 마치면 개발이 끝난다. KAI는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및 실전 배치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직 개발도 다 되지 않은 전투기지만 KF-21은 국내외 방위산업체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경쟁기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데 1대당 가격은 6000만~70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등급의 F-16V, F-15EX 등은 지금도 1대당 가격이 8000만~9000만 달러 수준이다.
비슷한 성능에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경쟁 기종도 있다. 프랑스 라팔(Le Rafale)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라팔은 미국제 기체들과 호환성이 떨어진다. 동유럽에서는 사용할 수 있겠으나 미국제 기체를 주로 사용하는 나라라면 라팔 도입이 어렵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합작회사 유로파이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도 경쟁 기종으로 꼽히지만 이 세 나라의 오랜 군축으로 향후 수년간은 수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두 기종 모두 가격대가 약 8000만 달러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KF-21이 경쟁 기종보다 가격이 낮아지면 FA-50을 능가하는 수출 실적을 기록할지도 모른다"며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주주의 진영 국가에 한국 전투기가 팔릴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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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역량이 없는 국가는 물론 미국제 기체를 주로 사용하는 국가도 KF-21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FA-50뿐만 아니라 미국제 F-35와 F-15도 주문한 폴란드는 KF-21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7월 26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F-35의 빠른 인수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한국의 KF-21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FA-50 운용 경험이 있는 필리핀도 KF-21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메이나드 마리아노 필리핀 공군 대변인은 9월 5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KF-21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실제 인수가 이뤄진다면 2027년부터 필리핀 공군용 KF-21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해 9월 CNN 보도에 따르면 T-50이나 FA-50 운용 경험이 있는 태국, 이라크도 KF-21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 관계자는 "20년 전 T-50을 개발할 때처럼 KF-21을 두고도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T-50이 세계시장에서 각광을 받은 것처럼 KF-21도 명품 무기로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LAH·수리온도 세계시장 데뷔 준비
KAI는 회전익 개발에서도 도약하고 있다. 최초의 국산 헬기 수리온(KUH-1)을 필두로 최근에는 소형 무장 헬기 LAH(Light Armed Helicopter)를 개발하고 있다. 2018년 시제기를 완성했고, 올해 11월 개발 완료를 목표로 시험비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은 세계 7번째 공격헬기 보유국이 된다.
헬기는 재난 구조, 소방, 인원 수송,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지만 공격헬기 제작과 조종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KAI의 회전익 분야 시험비행 조종사 김택수 책임은 "헬기 조종은 균형을 잡기가 무척 어렵다"며 "파일럿들 사이에선 외발자전거를 타고 이마에 장대를 세우는 것만큼이나 신경 쓸 게 많다는 농담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택수 조종사의 설명에 따르면 헬기 파일럿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호버링'이다. 호버링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띄워두는 기동 방식이다. 언뜻 쉬워 보이는 기동이지만 사실은 가장 어렵다. 이 상태에서 바람만 불어도 헬기의 균형이 깨지고 동체가 기울기 시작한다. 파일럿은 바람 방향에 따라 조금씩 헬기를 움직이며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 와중에 일정한 출력을 유지하며 지상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미묘한 균형 상태로 제자리에 떠 있는 헬기가 무기를 발사하는 순간 조종 난도는 크게 높아진다. 김택수 조종사는 "무장 헬기의 기본 무기 중 하나가 기관총인데 총을 쏠 때마다 헬기가 흔들린다"며 "파일럿은 목표물을 향해 총을 쏘는 동시에 동체를 조종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LAH는 이를 자동화로 해결했다. LAH에는 자동비행조종장치(Automatic Flight Control System)가 탑재돼 있다. 이를 이용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헬기의 고도를 유지해 준다. 무기 사용도 자동화돼 있다. LAH의 전면부에는 20㎜ 구경의 3열 기관총이 달려 있다. 총을 쏘면 그 반동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미세 조종을 해준다. 김택수 조종사는 "이 기능 덕분에 파일럿은 표적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명중률도 크게 오른다"고 설명했다.
탑재된 무기도 자동화돼 있다. 조종사가 고개를 돌리면 그 시선에 따라 기관총이 회전한다. 눈으로 보고 격발 버튼만 누르면 표적을 맞힐 수 있다. 이외에도 LAH에는 70㎜ 로켓 7연장 발사기나 천검 공대지 유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무인기와 연계 작전 펼치는 헬기 연구 중KAI 회전익동에서 조립이 끝난 LAH를 볼 수 있었다. LAH의 꼬리날개는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를 닮았다. 날개 안쪽에 테일 로터가 설치돼 있다. 이를 '페네스트론(Fenestron프랑스어로 창문이란 뜻)' 혹은 '덕티드 팬(Ducted Fan)' 방식이라고 한다. 테일 로터를 감싼 외부 장치가 로터의 운동 효율을 높여준다. 이 덕에 로터의 크기를 줄여 진동을 줄일 수 있다.
헬기의 로터는 보통 같은 간격으로 날개가 배치돼 있다. LAH의 테일 로터 날개 간격은 서로 조금씩 달랐다. KAI 관계자는 "이 테일 로터 덕에 다른 헬기보다 소음이 적다"고 설명했다.
KAI는 수리온에도 LAH에 도입된 다양한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2013년 개발된 수리온은 아직 수출된 이력이 없다. 경쟁기인 UH-60에 비해 특별한 장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봤지만 이후 최신 기종인 AW189, H175 등이 쏟아지며 성능 경쟁에서 밀렸다. KAI는 이를 조종 편의성과 헬기 개발 능력 고도화로 해결할 계획이다. LAH의 다양한 편의 장비를 도입하고, 기어박스 등 핵심 부품을 국산화해 기체 자체 성능을 높여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KAI는 수리온과 LAH는 물론 고정익에도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Manned-Unmanned Teaming'의 앞 글자를 따 붙인 이름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투기나 헬기에 무인기를 실어 이들이 동시에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전투기보다는 헬기에 먼저 MUM-T가 적용되고 있다. KAI는 지난해 10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MUM-T가 적용된 상륙공격헬기를 전시하기도 했다. KAI 관계자는 "지금은 고정익이 수출 효자지만, 추후에는 국산 헬기도 세계 방산 시장을 호령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FA-50으로 열린 수출 하늘길로 KF-21·LAH 날아오른다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