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통신 34호> - 비자 연장은 얼마나 어려울까?
외국에 나와서 생활하고 있을 때 제일 골치 아픈 문제는 역시 비자 문제일 것이다.
지난 학기만 해도 이곳 상하이에서 더 머물며 공부하고 싶었지만, 숙소문제와 학교등록문제가 비자 문제와 겹치면서, 결국에는 일찍 떠나야 했던 전철이 있었다.
만일 지난학기 여름방학에 비자 연장이 2개월만 쉽게 될 수 있었다면, 계속 공부할 수 있게 되어서, 지금보다는 중국어 공부 진도가 더 나가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는 중국생활이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던 탓이리라.
그러나 지금은 두 번째 접하는 중국 생활이다 보니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
일단 관광비자로 3개월을 버티고, 한 번에 한 달씩 연장해서 두 번까지 비자 연장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봤다.
언제쯤, 무슨 서류를 가지고, 어디에 가서, 무슨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를.
물론 이런 것들은 누구의 도움이라도 받으면 제일 좋겠지만 중국에 대해 하나라도 더 느끼고 배우고 가려면, 직접 해 보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벗씨와 둘이서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우선 관할파출소에 가서 거주지 등록 신청을 해야 했다.
물론 이것은 여기에 오자마자 이미 다 해 놓았고, 거주지등록증도 받아 놓았다.
그리고 여권 사진과 동일한 사진 한 장을 준비해야 했다.
이것도 한국에서 올 때 이미 준비를 해 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자 연장 신청서를 작성해서 그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이것은 물론 직접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작성하면 된다.
(출입국 관리사무소 정면, 정확한 명칭은 상하이시 공안국 출입경관리국)
그래서 지난 12월 초 벗씨와 난 관광비자 3개월이 만료되는 시점보다 일주일 앞 당겨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던 것이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 10호선까지 간 후, 10호선을 타고는 다시 난징동루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고, 그러고 나서 과학관 역에서 내려서는 10분 정도 걸어서야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학기 같으면 약속장소까지 이 정도로 물어물어 가려면 벌써 일주일 전부터 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장소만 말하면 바로 버스, 택시,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가면서 요령껏 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으니, 상하이 사람이 다 되기는 다 된 모양이다.
출입국관리사무가 상하이에선 하나밖에 없는지 1층부터 볼일 보러 온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어떤 줄은 건물 안을 돌고 돌아 100여 미터가 넘은 것도 있었고, 어떤 줄은 10여 미터 남짓 되는 것도 있었다.
건물 1층 구석구석과 2층, 3층의 일부 부서는 민원인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정보를 알고 간 터라 3층으로 바로 직행했다.
3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는 대기표를 뽑도록 안내하기 위해 직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비자 연장 접수창구 중 2번 창구의 직원이 까다롭기로 유명하고, 갖은 핑계를 대서라도 비자 연장을 안 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반드시 번호표를 두 개 뽑아서 대기하다가 2번 창구에 걸리면 그냥 통과시키고, 다른 창구로 가라는 친절한 정보가 돌고 있었다.
그래서 번호를 두 개 뽑으려는데 안내 직원이 번호표를 두 개 뽑지 말라고 했다.
잠시 당황한 우리는 할 수 없이 번호표 하나만 뽑아서 그냥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1층에는 중국인들이 홍콩 등으로 가기 위해 비자 신청하러 와서 100미터 이상 줄 섰어요.)
의외로 다른 부서의 창구와 달리 3층 비자연장 코너는 조용했다.
준비해 온 비자와 서류를 꺼내서 비자연장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신청서 양식을 일일이 읽어가면서 빈칸을 채워 넣는다는 것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옆에 견본이 배치되어 있지만 알지 못하는 내용도 있고, 알지 못하는 한자도 있고, 또 적어야 할 것이 앞뒤 양면으로 너무나 많았다.
이럴 땐 모르는 것은 그냥 비워두고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사실 말도 잘 통하지 않았으므로 혹시 서류작성이 잘못 되었다고 퇴짜맞을까봐 겁이 나긴 약간 났다.
잠시 후 전광판에 우리 차례가 되었다는 번호가 떴다.
그런데, 아뿔싸!
바로 그 2번 창구였다.
우리가 피해야 한다는 2번 창구.
하지만 알고 보니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창구는 2번과 3번 창구밖에 없었다.
이날은 민원인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일단은 떨리는 마음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최대한 웃으면서 잘 보여야지’ 하는 마음의 준비 말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항상 잘 써 먹는, 다시 말해 우리 경험상 그 효과가 즉방(!)으로 나타나는 방법으로 바로 들어갔다.
그게 뭐냐고?
“닌 하오? 우리는 한국인인데요. 어쩌고저쩌고···.”
‘우리는 한국인인데요’라는 이 말은 이곳 상하이에서 정말 많이도 써 먹었다.
이 말만 하면 아무리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부서, 혹은 사람이라도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고 웃음이 넘쳐흐른다.
그리고 바로 친절하게 모든 일을 해결해 준다.
은행에 갔을 때나, 학교에 갔을 때나, 병원에 갔을 때나, 이발소에 갔을 때나, 과일가게에 갔을 때나, 할인매장에 갔을 때나, 그리고 허름한 식당에 갔을 때조차도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한결같이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정말 친절한 2번 창구직원, 우리한테 '짜이쩬(再见, 안녕)이 한국말로 뭐예요?' 라고 묻기까지.)
아니나 다를까.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직원들이 근무하는 출입국관리소사무소의 2번 창구직원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돌고 있었다.
벗씨와 난 눈짓을 주고받으며 안심해도 된다는 신호를 서로 보내고 있었다.
“지금이 비자 연장 처음이네요? 다음에 한 번만 더 연장할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안 됩니다.”
젊고 잘 생긴 그 남자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게다가 차근차근하게 설명까지 하고 있었다.
‘뭐야, 이건? 너무 싱겁잖아?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전부 잘못 된 것이잖아?’
여기에 왜 왔느냐, 어디에 사느냐, 무엇을 하느냐, 언제까지 머무를 것이냐, 그리고 친구 관계는 어떻게 되느냐 등등의 질문은 전혀 없었다.
그냥 그게 전부 다였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비자연장 신청이 다 끝나버렸다.
굳이 한 마디 더 붙인다면 비자를 직접 받으러 이곳으로 올 것이냐, 아니면 우체국 퀵서비스를 신청해서 집에서 받아볼 것이냐 하는 질문이 더 있었다고나 할까.
우리는 결국 나중에 직접 와서 찾아보는 경험을 해 보기로 하고 그 자리를 떴다.
여기에 와서 서류접수 하고자 대기할 때까지만 해도 온갖 고민거리들로 머리가 복잡했는데, 너무나 간단하게 끝나는 바람에 괜한 마음고생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나 할까.
서류 접수증에는 딱 열흘 후에 1층 창구에서 수수료 160위안을 내고 여권을 찾아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중국에서 이와 비슷한 공식적인 이런 일을 경험해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프로세스가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등등의 6하 원칙이 프로세스에 딱딱 맞아떨어지게 준비되어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열흘 뒤에 1층의 지정된 창구로 가니, 비자연장이 깔끔하게 처리된 내 여권이 봉투에 쏙 넣어져 보관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용 160위안, 12월 13일에, 1번 창구에서, 여권을 찾으란 내용이 적힌 비자연장 신청 접수증)
그리고 또 한 달이 흘러 마지막 남은 기회인 한 번의 비자연장을 하러 갔을 때였다.
바로 그때가 12월 31일이라 그런지 지난번과는 달리 중국인들이 몰려오는 1층 창구는 한산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볼일을 보는 3층 창구는 지난번보다 훨씬 복작대고 있었다.
지난번에 하나밖에 열려 있지 않던 창구가 15개나 열려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번에는 한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으므로 전혀 걱정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먼저 번에 경험해 보지 못한 우체국 택배 시스템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택배비용은 이곳 출입국관리사무소와의 떨어진 거리에 따라 최저 19위안에서 50위안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우리는 두 사람이므로 19위안씩 해서 두 배를 받아야 하지만, 한 집에 사는 부부이므로 두 사람에 25위안밖에 받지를 않았다.
이럴 때는 참으로 이상하게도 괜히 횡재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11번 창구에서 우리가 볼일을 보고 있는데 아까부터 서른쯤 되어 보이는 아줌마 같은 아가씨가 상기된 얼굴로 우리 창구를 왔다 갔다 하며 당황해 하고 있었다.
더듬거리며 하는 중국어 실력이 꼭 지난학기의 3개월차 우리 수준과 같았다고나 할까.
“저 아직도 비자연장 수수료 못 냈는데, 어디에서 내요? 언제 내요? 택배는요? 그냥 집에 가도 돼요? 여권이 오기는 옵니까?”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담당직원이 아까부터 몇 번이나 중국말로 대답을 해 줬는데도 불구하고, 못 알아듣고 저렇게 왔다 갔다 하며 방황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한테 하는 눈치가, 저 사람도 한국인이니까 우리가 대신 설명해 주라는 의사표시를 보내고 있었다.
하하하.
그렇구나.
지난학기에 딱 우리가 저 모양이었는데···.
옆에 서 있던 벗씨가 창구직원의 눈짓을 받은 즉시, 정말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그것도 아주 간단명료하게 그 아가씨를 감복(!)시키고 말았다.
“열흘 뒤에 집에서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수수료는 그때 지급하고요. 호호호.”
비자연장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2011년 1월 2일
상하이에서 멋진욱 서.
<참고>
멋진욱 중국 상하이 직통 전화 : 159-0042-7896
한국휴대폰 요금 정도로 싸게 전화하는 방법 : 1688-0044 연결후 86-159-0042-7896-# 하면 됩니다.
그래도 연결이 안 되면 한국 로밍폰 011-530-1479 문자 주세용.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올 해도 재밌게 살기를, 애기애타를 실천하면서.
2011년의 새해가 밝았군요~^^ 저의 本明年입니다. 많은 좋은 일들이 생겨나겠지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건강 하시고요....
총무님의 활기찬 모습에 저도 덩달아 기분좋은 적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요^^
새해---
벙게회장님 사업도 나날이 발전하시기를...^^
새해에는 어떤 통신이 날아 올지 기대됩니다. ㅎㅎ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ㅎㅎ좋은 통신 날려보내도록 힌트 많이 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멋진욱!
오랜만이외다
비자 연장 하시느라 수우고가 많았소이다 !
201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상하이 통신이 벌써 34회라,
귀중한 산 체험의 원고를 정리하여 편집하면,
중국 유학생을 위한 멋진 안내 책자가 한권이 출판 될 수도 있겠소이다.
멋진 욱 과 아름다운 장윤자 두 부부단우,
건강 하시고 항시 행운이 같이 하시길.....
과찬과 동시에 부담을 살짝 주시니...^^ 언젠가 뒤돌아 봤을때 그때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을까 걱정되어 정리하는거랍니다. 단우님,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