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쁘게 며칠을 보내다 보니
문득 지난주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새롭습니다.
그래요.
간만에 흠뻑 웃음에 젖었고 몸은 피곤했어도
새로운 만남에 들뜬 며칠을 보냈었군요.
정월 대보름 행사를 이곳 합천에서도 치러보려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치르는 행사를 제외한다면 각 마을, 부락 단위로
작은 행사만 있지 전통을 살리거나 후손에게 물려줄,
혹은 외지인들을 유치할 만한 제대로 된 척사대회조차 없다는 것을
준비과정에서 느꼈습니다.
작년의 두 번에 걸친 축제에서 느낀바 있기에
이번에는 그냥 포기하고 멀리 견학삼아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우리 ‘귀농사모’ 카페에서 그런 행사를 한다기에
미리 입금하고는 날짜만 기다렸었지요.
강원도 원주 문막에서 치루는 행사라서
거리상 부담이 되기는 하였지만 멀어봤자 대한민국 땅이라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보았지요.
----------------------------------------------------
금요일 저녁,
대구에서 미음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인원이 많지 않은 대학원 동기들 만남이라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였기에 훌쩍 떠나서는 대구에서 출발하기로
마음먹고 일찌감치 합천을 떠났습니다.
같이 생활하는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여러 가지 신경 쓸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여러 님들이 편하게 다녀오라는 격려말씀을 주시는 덕분에
시동을 거는 기분은 마치 소풍 떠나는 아이들 같았지요.
새로운 만남, 평생 살아온 인생역정이 다른 이들과의 만남이 주는
감흥은 유달리 자극이 되곤 하기에 항상 설레기만 한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약속된 일주일 전부터의 만남도
못내 흥분을 주기도 하구요.
대구 동성로,
흔한 말로 번화가요. 만남의 장소.
즐거움의 골목길입니다.
미음의 만남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가볍게 저녁식사를 한다는 것이 간만에 입 호강을 시켰네요.
‘회 정식’과 ‘회전초밥’의 몇 개 메뉴.
게다가 소주 두 병까지.
어차피 화물차가 아닌 미음의 경차를 가져왔으니
운전은 회몽의 소관이 아니지요.
(잠깐, 이 부분에서 나중에 원망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여간에 기분좋게 저녁식사를 마칠 즈음에
전화를 받고 돌아가서는 대구를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출발시간이...아마도 저녁 9시가 조금 넘었겠지요.
그렇게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옆 좌석에 누운 듯 앉은 회몽은 잠에 쫓기기만 하였고
졸음에 쫓긴 운전사 미음은 제법 애를 먹었다네요.
휴게소마다 선잠으로 피곤을 내몰며 달려서 원주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30분경.
이리저리 물어 쉴 곳을 찾아 간 곳이
‘단계지구’라는 곳인데, 한마디로 불야성이더군요.
그러니 회몽으로써는 마음에 안 들 수 밖에.
술에 취해 수도 없이 깨어 나곤하던 잠이라도
그나마 휴식을 취한 회몽은 허기가 지기 시작했지요.
야식을 찾아도 2인분이 아니면 배달이 안된다 하기에
찌개와 두 공기의 밥, 소주 두병까지 아예 이인분을 시켜서는
몽땅 먹어 치웠습니다. 느긋하게 샤워까지 하고 잠을 청한 시간이
새벽 5시 30분.
오전 10시에 시작이라 했으니
불과 너댓시간이지만 미음의 상태를 보아서는
그 시간까지 도착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포기했기에
그냥 푹 자기로 했었네요.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던 습관은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닌가 봅니다.
너무 자서 늦은게 아닐까 싶어(오후가 된게 아닌지...)
얼핏 놀라서 깬 시간이 9시가 조금 넘었었군요.
----------------------------------------------------
11시가 되어서야 도착한 문막의 손곡리.
정월대보름 행사를 치룬지 3년차라는데
도착하자 말자 행사 준비하는 이들을 잠시 거들고
이곳저곳 사진으로 부지런히 자료화(?)하는 일에 나섰고
지신밟기에 가자는 소리에 잠시 망설이는데,
막걸리가 있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하여 허허 웃으며 따라 나섰습니다.
지리를 모르기에 남의 차에 편승하여 윗마을에 도착하니
막 한집에서 나오면서 한참 풍물을 울리는 중이라
절로 흥에 겨워 어깨춤이 나옵니다.
(참, 아는 분들은 아시는 바 제가 요즘 몸이 뻣뻣하답니다...ㅜ.ㅜ)
만장이 앞서서 풍물을 인도하면
척사를 요청한 집에서는 맞이를 준비하곤
작은 상을 두 개 냅니다.
한 상에는 술과 안주(흔히 찌개)들을 내고
한 상에는 쌀과 봉투(마을에 기부하는)를 차리지요.
그렇게 흥겨운 괭과리, 징, 북, 장구에 어울려 신나게 한판 놀면서
잠시 소원도 빌어 봅니다.
그러다 보면 일년 근심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흥에 겨워 절로 춤사위에 젖어가기 마련이고
올 한해는 그저 어렵사리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고
모두가 믿어지게 된답니다.
------------------------------------------------------
모두가 모여 인사하는 시간도 좋았고,
간만에 흥겹게 논 윷가락 한 판도 신이 났었답니다.
아이들과 같이 온 님들은 눈을 멀리두고 지켜보는 재미에
절로 흐뭇한 웃음이 배여나는 시간들이었지요.
작은 마을에 저희들처럼 폐교를 활용한 ‘손곡예술아카데미’가 있어
잠시 들려 그곳의 한분과 대화를 나눈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더구나 창고를 개조한 극단 ‘광대패 모두골’이 있었구요.
토요일 저녁에 관람한 작은 공연도 훗날의 얘깃거리가 될 것이고...
하룻밤을 보내고서(참, 많은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지요.
아마도 이 부분은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냥 묵혀두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채 얼굴을 익히기도 전에 먼저 길을 떠난다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나선 길을 재촉하여 목천에 들렸습니다.
'산적의 딸'님과 일주일 전부터 약속된지라 카메라를 챙겨가서는
기억에 남을 만남을 가졌지요.
그 자리에 합석한 이들과 짧은 인사 뒤에 나눈 깊은 대화들은
아마도 훗날까지 기억에 남을 겁니다.
그렇게....
돌아온 일요일 자정 무렵은 몸은 그럴 수 없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일이라는 시간이 기다리기에 짙은 피곤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휴식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겁니다.
스쳐가는 얼굴들이 많습니다.
마흔명이 넘는 얼굴들과의 만남이 있었지요.
그중에서도 특히 사물놀이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젊은이 한 사람을 만난 것을 아주 큰 소득으로 생각합니다.
어제 낮에 전화통화에서는 미처 회몽의 생각을 밝히지 못했기에
공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멀잖아 이곳을 방문해 주리라 믿습니다.
이곳의 노인과 귀농하는 분들에게 사물을 가르쳐 준다면
(같이 귀농하여 생활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내년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는 정말 긴 시간의 준비를 갖춘
제대로 된 행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도시인들과의 만남을 시골에 주고
귀농한 이들에게는 시골과 동화하는 기분을
맛보게 하고 싶은 것이 회몽의 심정입니다.
스쳐가는 얼굴들과의 깊은 교류를 꿈꾸며
아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잠시 시름을 잊습니다.
회몽.
첫댓글 회몽님의 맛갈나는 글 잘보았습니다. ^^ 모든 것은 예술원과 연관되어 생각하시고 생활하심이 존경스럽습니다. ^^ 글을 읽으며 미음님, 원장님도 뵙고 싶어지는 걸요. 두분 건강하시고 행복가득한 예술원 꾸며가시길~~ 저도 가끔 들려 행복조금씩 훔쳐올랍니다. ^.~
하여간 욕심쟁이셔 ㅋㅋ
아이님, 꼬맹님. 이제 얼굴아는 이도 있어 카페 출입이 더 즐겁습니다. 두분 다 건강하시죠?....ㅎㅎ
두분?? 저말고 또누구요??
모든일에 열정이 대단하시고 재주도 많으시고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만나뵙게 되서 너무 반가웠구요... 한번 시간날때 여행삼아 놀러 가겠나이다...
열정밖에 없고 재주는 메주입니다. 제가 머슴이고 미음이 원장이라는 것 아시죠? ㅎㅎ..부담없이 여행오세요.^^ 안부 전해주시구요.
참 회몽님 짐은 골치아푼 문제가 좀있어서 못내려가구요....좀 처리대문 갈꼐요....컴터 별루 아는게 없어서 도움이 댈지;; 걍 혼자 장난치는수준인디;;
걍 좀 쉬러갈께요 괜찬죠??
두 분...아이님과 꼬맹님의 답글을 한꺼번에 한거지요...ㅎㅎㅎ...그리고 계속 컴을 지켜보면서 처리하는 일이니 뭐, 휴식삼아서 오세요.^^
글에서도 역쉬 ~ 해박하심이 드러나네요... 열정,실력, 성실을 다 갖추셨으니 하시는 일에 좋은 결과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당. 밤새 꼬고는 소리에 잠 못들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귀막아 가며 씩씩거리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귀익은 목소리에 또 한번 뒤척 뒤척..회몽님 한 몫 거두셨어요. ㅋㅋ 추진하시는 모든일
에 좋은 결과 있길 바람하고, 인생 장기전이니 건강 잘 관리 하세요. 뻣뻣한 몸 잘 풀어주시고요...^^
막일로 굳어진 뻣뻣한 몸... 풀내님이 종종 와서 풀어주소. 동행자와 함께..ㅎㅎㅎ
저도 언제 함 같이 가봤음 좋겠습니다~~
농사꾼님 이번 토요일과 일요일에 여기서 황토염색 번개합니다. 참석하시면 어떨까 하는데, 많이 바쁘신가요?
회몽님 뵙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옆지기님도 어찌그리 고우신지..강인함이 묻어나오는 첫인상에서 저, 기죽었던 거 아실라나요?ㅎㅎ ..먼길 가시느라 오래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 언제 갚으셔야죠? 담에 또 뵐게요.
그러죠. 당연히 다음을 기약하면서 갚을 장부에 적습니다. 참, 여주로의 이주를 축하드립니다.^^ 다음에는 합천에서 한번 뵈었으면 하네요...ㅎㅎ
공지로 올립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건강하게 담번에 또 뵙겠습니다.
회몽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