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을 들여 지은 신 시청사가 화려한 외관과 이미지 부각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공무원들이 일하는 업무공간은 비좁아 오히려 구청사만 못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78,118㎡의 부지에 연면적 27,352㎡ 규모로 의회청사와 함께 건립된 신청사는 남한산성의 성곽과 도자기의 곡선미를 강조했으며, 의회청사는 조선백자를 상징하는 달 항아리 모양을 본 따 전체적으로 수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신청사 내부는 보육실과 휴게실, 샤워실, 체력단련실 등 각종 복지시설을 갖추고 컨벤션 기능을 갖춘 대회의실과 시정홍보와 지역 특산품 홍보를 위한 홍보관 등 다양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정작 공무원들이 일하는 업무공간은 오히려 구청사 사무실보다 좁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회의실과 문서고, 전산교육장, 환경상황실이 있는데다 22개 부서가 몰려 있는 7층은 민원인이 방문해 앉을 공간도 없을 정도로 비좁다.
사무실 공간이 좁다보니 5개 부서가 밀집해 있는 환경보호과는 복도 한켠을 터서 책걸상을 배치해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사업단과 공원개발과, 도로사업과 등 3개 과만 있는 8층은 휴게공간이 3곳이나 있어 업무를 보는 사무실 또한 비좁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부서간 칸막이가 없어 옆 부서에서 전화통화 목소리 등의 소음으로 인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다. 시청을 항의 방문한 민원인의 목소리가 조금만 커도 사무실 전체가 소란스러워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의 복지를 위한 휴게실과 체력단련실 등도 좋지만 일하는 사무실 공간을 배려하지 못한 것 같다”며 “7층은 부서들이 너무 빽빽하게 배열돼 있어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운 날이면 통풍도 잘 안돼 숨이 콱콱 막힐 지경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사무실이 좁은데다 칸막이가 없어 매우 산만하다”며 “심지어 어느 부서는 구청사 별관에서 일할 때가 훨씬 넓고 낫다’고 한다”고 전했다.
시는 이 같이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시민들의 비난을 의식해 외부 차단을 위한 ‘특별 함구령’까지 내렸다는 후문도 있다.
시의회도 십년 후를 내다보지 못한 설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1층 대회의실은 현재 의원8명과 국장급만 자리하게 돼 있어 과장급 이하는 2층 방청석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소선거구제로 바뀐다면 그마저 국장급도 2층 방청석으로 올라가야할 판이다.
신 시청사의 불만은 민원들에게도 터져 나온다. 접근성이 떨어진데다 주차장에서 1층으로 내려가야 민원실을 갈 수 있어 노약자나 장애인들의 불편이 따르고 있다.
청사는 넓고 다양한 기능을 갖췄지만 도의원 사무실이 없다는 것도 도의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대부분의 시.군청에 도의원 사무실이 있는 반면 광주시는 아직 설치계획도 없다.
시민 장모씨(35.경안동)는 “시민들의 막대한 혈세로 지은 시청사가 오히려 공무원들의 업무효율을 떨어뜨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너무 서둘러 입주를 하다보니 그런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당초 계획단계부터 꼼꼼히 따져 청사를 설계, 배치했어야 한다”고 허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