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들은 말 즉시 닛고
송인
들은 말 즉시 닛고 본 일도 못본 듯이
내 인사(人事) 이러 홈애 남의 시비(是非) 모를로다
다만지 손이 성하니 잔(盞) 잡기만 하노라
♣어구풀이
-닛고 : 잊고,
-내인사(人事) : 내가 하는 처사. 내가 하는 버릇이
-이러 홈애 : 이러하매
-시비(是非) : 옳고 그름. 잘잘못
-다만지 : ‘다만’의 힘준말. ‘지’는 종장 첫구의 석자를 채우기 위해서 덧붙인 것.
‘다만당’도 같은 경우다.
♣해설
초장 : 남한테서 들은 말도 돌아서면 곧 잊어버리고
중장 : 내가 봤던 일도 그때 뿐이요, 못 본 것이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내 버릇이
이러하기에 남의 옳고 그름을 알 리가 없으렷다.
종장 : 다만, 아직은 손이 성하니 술잔이나 기울이면서 마음 편히 세월을 보내고 있다.
♣감상
남의 잘못이나 단점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않는 것이 군자의 처신이다.
더군다난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던 지은이가 살던 시대에는 더더군다나 필요한 처세법이다.
어수선한 세상에 부질없는 참견을 했다가는 누명을 뒤집어 쓰기 십상인 것이다.
다만 술을 마시는 일은 남의 시비거리가 될 수 없으니 현실 도피의 방법으로는 최상의 길이었던
것이다. 이 한 수의 시조만 보더라도 그 당시의 사회가 얼마나 어수선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작가소개
송인(宋寅, 1517~1584) : 자는 명중(明仲), 호는 이암(頤庵), 중종의 부마(駙馬-중종의 셋째 서녀(庶女)
정순옹주(貞順翁主)와 결혼)로서 학식이 높고 서화(書畫)를 즐겼으며 성품이 고결하였다.
퇴계, 율곡, 조식, 성흔 등과 친분이 두터웠으며, 가사로는 「수월정가(水月亭歌)」를 지었고,
시조 3수가 전한다.
첫댓글
남의 일 참견말고
술잔이나 기울이자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