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이나 가구에 묻은 얼룩을 곧 닦아내지 않으면
엉겨붙어 찌든 때로 남는 것처럼
쌓인 눈도 곧바로 치우지 않으면 단단하게 다져져
청소할 때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쌓인 위에 또 쌓여 겹겹 층으로
두께 제법 됨직한 눈 땅은
원래부터 제 살 인 냥 대지에 꼭 들러붙어 있더니
따스한 햇살이 내리 쪼이자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약국 내부를 수리하여 새로 깔아놓은 돌바닥이 미끄러운 데다가
반들반들 눈 땅도 미끄러운지라
그 약국 약사는
노인네들 들어오실 때마다 조심을 이빨처럼 달고 주의를 주며
손님들 신발검사까지 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대다수가
운동화나 울룩불룩 바닥창을 댄 신발들을 신고 계셔 다행이지만
간혹 구두 신은 할아버지,
낡은 신발 신으신 할머니가 들어오시면
조심하라는 소리를 약 드리는 중간중간에 서너번씩 끼워 넣고
그것도 모자라 약국 문 나서서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다.
신발털이를 갖다 깔고
미끄럼방지 테이프를 여기저기 붙여 놓고
눈 오는 날엔 손님들 몰래 소금도 사다가
눈과소금 약 1:2 비율로 듬뿍 뿌리고는
바닥엔 신문지를 도배하듯 깔아놓으며
혹시라도 생길 미끄러짐에 대비하기 바쁜 날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어제저녁까지는 미끄럼 사고가 없었는데
어젯밤, 드디어!!!
사고 당사자는 바로
그 약국의 약사였다.
늦은 밤, 폐문 시간.
히터와 컴퓨터의 전원을 끈 후 플러그들을 점검하고
약국 간판과 내부의 소등을 하고 나서
문 찰칵 잠그며 나오다가
우당탕 쿵~ 나가떨어져 땅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린 그녀!
밤하늘이 맑더라~
별빛이 곱더라~ 여가도 없이 발딱 일어나려다가
중심 못 잡고 또 철퍼덕!
에구구...
겨우 일어나 보니
풀리는 날씨에 눈 땅이 녹아 온통 물기 자르르한 얼음물 땅이 된 것을...
더구나 그 약사,
손님들 신발검사만 했지 정작 자신이 신고 다니는
통 굽 가죽구두는 전혀 의식조차 못했겄다~~
다행히
푹신한 곰 파카에 가벼운 몸이라
골절이나 큰 부상 없이 경미한 멍과 찰과상 정도였고
마침 늦은 밤이라 아무도 보는 이가 없음을
천만다행으로 여긴 그 약사는
앞으로는 손님에게만 주의주지 말고 본인도 조심할 것과
모처럼 뜬 별을 본다거나
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밤바람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따위의
정신을 딴 데 파는 짓을 하지 말 것임을
파카와 바지로 젖어 들어가는
물과 흙 진창을 툭툭 털어 내며
다짐에 다짐을 했다는 말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