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봄날의 숲길! 이보다 더 황홀할 순 없지
2024년 4월 <제주 봄여행 2박3일 : 돌오름, 서영아리오름, 서영아리습지, 조근대비악, 사라봉과 알오름, 베리오름, 동검은이오름, 모구악, 월라봉, 바굼지오름>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봄은 긴긴 겨울을 보낸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합니다. 제주의 봄은 더 그렇고요. 겨울에도 여기저기 다 푸른 땅이지만, 봄에 접어든 제주의 빛깔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4월 첫 주면 유채와 벚꽃이 만발하고, 동백도 붉은 꽃을 달고 있어서 풍광은 더없이 화사하죠. 오름을 오르내리기에 발걸음이 이만큼 상쾌하고 가벼운 때가 또 있을까요?
▲꿈꾸는 듯, 따스한 봄날 걷기 좋은 베리오름 자락길Ⓒ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제28강은 2024년 4월 4(목)-6(토)일로, <제주 봄여행 2박3일 : 돌오름, 서영아리오름, 서영아리습지, 조근대비악, 사라봉과 알오름, 베리오름, 동검은이오름, 모구악, 월라봉, 바굼지오름>을 찾아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반짝이는 봄날의 월라봉 올레코스.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이승태
2024년 4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024년 4월 4일 목요일 / 돌오름, 서영아리오름, 조근대비악
제주 중산간 숲길의 매력
영실 입구에서 출발해 평화로 근처의 광평리까지 중산간 숲을 걷습니다. 영실입구 삼거리에서 제주시 쪽으로 500m 남짓 간 곳에서 왼쪽 숲으로 길이 보입니다. 이곳이 들머리죠. 입구에 통나무에 새겨진 ‘돌오름임도안내도’가 있습니다. 1100도로에서 돌오름까지가 3킬로미터라 적혔습니다.
비포장 흙길인 임도는 승용차가 여유롭게 다닐 만큼 넓고 상태도 좋습니다. 1100도로에서 조금만 들어서면 적막강산입니다. 새소리 청아하고, 바람도, 햇살도 한없이 싱그럽죠. 키 작은 산죽이 가드레일인 양 길을 따라 예쁩니다.
4월엔 걷다가 숲으로 눈만 돌리면 어디든 고사리가 지천입니다. 제주에는 뭍에 없는 장마기간이 있습니다. 4월 말쯤, 자주 내리는 비를 고사리 잘 자라라고 내리는 비라 해서 ‘고사리장마’라 부릅니다. 고사리를 ‘칠손이’라고도 부르죠. 순이 올라오는 시기에 일곱 번이나 수확이 가능해서 그렇습니다. 여러 번 수확할 수는 있어도 갈수록 대가 세져 품질은 떨어집니다.
▲한눈에 펼쳐진 서영아리오름과 한라산. 그 중간에 볼록한 곳이 돌오름이다.Ⓒ이승태
정상부에 돌이 많아 돌오름
길을 따라 천남성이 많이 보입니다. 고사리보다 더 자주 나타나죠. 옛날 사약을 만들 때 천남성과 투구꽃을 이용했을 만큼 독성이 강한 풀입니다. 어떤 사람은 만지는 것만으로 구토를 하는 등 중독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더군요. 커다란 이파리의 ‘섬천남성’과 꽃대가 가느다란 ‘두루미천남성’에 ‘넓은잎천남성’까지 다양한 종류가 뒤섞여 자랍니다.
1.4킬로미터 들어선 지점에서 한라산둘레길이 합류해 돌오름 앞까지 동행합니다. 주변으로 표고버섯재배지가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그것도 대규모입니다. 이 숲속의 넓은 길은 표고버섯재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곧 개울을 만납니다. 평소엔 건천입니다. 폭이 10미터쯤 되어 보이는 개울은 온통 화산암으로 가득합니다. 신기하게도 전체가 하나의 바위입니다. 모양도 기이해 멋진 산수화를 보는 듯, 그 변화가 신비롭습니다. 이렇게 거친 바위로 된 개울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입니다. 그래서 바위의 선이 다 거칩니다.
임도에 면한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650미터 거리로, 왕복 30분 걸리는 돌오름(865.8m)은 정상부에 커다란 돌이 많아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말, 태평양 전쟁의 수세에 몰린 일본이 최후의 보루로 여긴 제주의 전역에 걸쳐 파놓은 동굴진지가 이곳 돌오름 정상에도 네 곳이나 있습니다.
중산간의 숲은 더욱 다양한 생태를 보이며 점점 깊어집니다. 엄나무를 타고 오른 으름덩굴이 꽃을 피웠고, 그 아래로 무성한 줄딸기 사이 새우난도 탐스럽습니다. 제주에서 ‘종낭’이라고 부르는 때죽나무도 자주 보입니다. 꽃 모양이 종처럼 생겨서 종나무, 즉 종낭이라고 부릅니다.
돌오름 자락을 벗어나자 갑자기 숲이 짙어집니다. 삼나무군락에 들어선 것이죠. 길 양옆으로 바늘처럼 곧추선 삼나무 숲 덕분에 길은 훨씬 좁아 보입니다. 현재 제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이 삼나무입니다. 삼나무는 박정희 정부 때 산림녹화를 위해 심은 것으로, 번식력이 좋아 빠르게 퍼져나갔죠.
▲조근대비악 굼부리 사이를 지나는 탐방객. 뒤로 오른쪽부터 정물오름, 당오름, 도너리오름, 원물오름이 펼쳐졌다.Ⓒ이승태
신령한 영아리오름
고씨의 무덤을 끝으로 긴 삼나무 숲을 빠져나가자 시야가 트이며 길은 다시 밝아집니다. 뒤돌아보면 돌오름이 가늠됩니다. 그리고 영아리오름이 멀지 않습니다. 영아리오름 들머리 북쪽으로 잘 가꿔진 잔디밭이 보이는데, 국내 최고의 골프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나인브릿지C.C.’입니다. 영아리오름은 골프장을 오른쪽에 끼고 오름자락을 따라 돌다가 왼쪽으로 치고 오릅니다. 오름 사면을 따라 세복수초가 많습니다. 제주 오름의 북사면은 대체로 자연 상태의 수풀지대입니다. 그에 비해 동이나 남사면은 인공조림지가 많죠. 이곳 영아리도 그런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서쪽으로 트인 말발굽 형태의 굼부리를 가진 영아리오름(693m)은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신령할 영(靈)’에 산을 뜻하는 만주어 ‘아리’가 붙은 이름 영아리.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입니다. 주변의 오름 이름들을 영아리오름을 기준으로 삼아 붙인 것에서도 그 격이 다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아리오름 남쪽에 있는 오름을 ‘마보기’라 하고, 서쪽에 위치한 오름을 ‘하늬보기’라 부릅니다. 남풍을 ‘마파람’, 서풍을 ‘하늬바람’이라 부르는 것처럼 영아리를 중심으로 명명한 것이죠.
영아리오름의 백미, 영아리습지
오름마다 신이 산다고 여겨 온 제주에는 ‘영아리’라는 이름의 오름이 몇 더 있습니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한라산 동쪽의 ‘물영아리오름’과 물영아리 바로 옆에 있지만 분화구에 물이 없는 ‘여문영아리오름’이 그것입니다. 이곳 영아리오름은 위의 두 오름과 구분해 달리 ‘서영아리오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은 숲에 가려 아무것도 조망할 수가 없습니다. 조망을 위해서는 사방이 트이는 건너편(남쪽)으로 가야 합니다. 돌오름 지나 볼레오름과 오백장군이 옹립한 영실기암을 펼친 한라산이 훤히 보입니다. 특히 서쪽으로 봉긋봉긋 솟은 수많은 오름이 포도송이처럼 가득합니다. 남송악, 원물오름, 감낭오름, 조근대비악, 도너리오름, 당오름, 정물오름, 금오름, 동박이, 고수치, 왕이메오름, 새별오름, 북돌아진오름, 폭낭오름…. 하나하나 짚어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영아리오름 서쪽엔 둥근 형태의 커다란 습지가 있습니다. 영아리습지죠. 영아리오름 최고의 비경입니다. 습지에 반영된 영아리오름이 장관입니다. 운이 좋아야지만 볼 수 있는 풍광이죠. 조금이라도 바람이 일면 꽝이거든요. 타원형을 띠는 습지의 긴 쪽이 족히 50미터는 넘어 보입니다. 무리 지은 골풀과 도깨비사초 등이 습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아직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잘 보존된 이곳은 산짐승들이 목을 축이고 가는 듯, 다양한 형태의 발자국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그들에게 이 습지는 생명에 다름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