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강원도 평창군 면온리에 거주하며 펜션(건평 65평, 5실 규모)를 운영하던 윤모(60)씨.
그는 지난해말 이 펜션을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 기대했던 만큼 펜션의 운영수익이 나지 않아서다.
윤씨가 펜션을 짓기 위해 투입한 돈은 자그마치 5억여원(땅 구입비 포함)이지만 연 평균 매출은 2000만원을 조금 웃돌았다.
결국 윤씨는 이용객 급감으로 투자비 대비 연수익률이 4%에 불과해 정상적인 운영관리가 어렵게 되자 펜션을 처분키로 했던 것. 그는 투자원금 수준인 4억9000만원으로 매도호가를 낮춰 불렀지만 시장 침체로 이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현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펜션 매매시장은 아직 한겨울
주택ㆍ토지 시장과 마찬가지로 펜션, 콘도 등 레저용 부동산 매매시장에서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이용객 감소 등으로 운영관리가 어려워지자 소유주들이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지만 이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2003년 펜션 열풍을 타고 1000여 동의 펜션이 난립한 강원도 평창에는 중개업소마다 펜션 매물이 1∼2건씩 쌓여 있다. 도암면 뉴용평공인 조을수 사장은 “돈 벌 목적으로 펜션에 투자했던 수요자들 중 일부가 지난해부터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자 호가를 5000만∼8000만원 가량 낮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높은 충남 태안에서도 가격을 30% 이상 낮춘 펜션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4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던 소원면 소재 B펜션(대지 201평, 객실 수 6실)은 사려는 사람이 없자 현재 값이 4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1월 시세보다 5000만원이 싼 11억5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온 안면읍 G펜션(대지 1400평, 객실 수 5실)도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태안 지오랜드공인 문제능 사장은 “겨울철 비수기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펜션 주인들이 주로 매물을 던지고 있다”며 “10여개의 매도 물건이 접수됐지만 토지거래허가제로 외지인 투자가 어려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콘도 회원권도 급매물 쌓여
펜션과 함께 대표적인 레저용 숙박시설로 꼽히는 콘도 회원권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콘도업계에 따르면 이용이 불편하고, 시설이 낙후된 일부 콘도를 중심으로 회원권 값이 크게 떨어면서 일부에선 투매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콘도 회원권 전문 거래업체인 에이스회원거래소에 따르면 전북 무주리조트 내 로얄(2차) 콘도 39평 회원권은 지난해 12월(2600만원)보다 150만원 하락한 2450만원에 매물이 쌓여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다.
제주도 한림읍 하일라 콘도 31평형도 지난해 12월(600만원)에 비해 100만원 하락한 500만원에 매물이 많이 나와 있다. 강원도 원주의 한솔 오크밸리 31평형 회원권 값은 현재 50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150만원 가량 떨어졌다.
이처럼 콘도 회원권 값이 내리고 매물이 느는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네오골프 원유철 사장은 “지난 2~3년간 멤버십 콘도회원권 신규분양이 남발돼 적정 공급량을 넘어섰다”며 “갈수록 수급 불균형은 심해져 회원권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레저용 부동산시장 왜 이러나
레저용 부동산 매매시장이 침체 현상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공급과잉과 해외여행 자유화에 따른 국내 레저수요 감소 때문”으로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콘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숙박시설로 인기가 많았던 펜션은 현재 전국적으로 3500여동에 1만4000여실 가량 공급돼 있다. 주로 2001년∼2005년 사이 일었던 펜션 붐을 타고 강원도 평창, 충남 태안, 제주도 등에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결국 수요가 한정된 일부지역에 펜션이 집중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
전국적으로 6만여실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진 콘도도 공급과잉에 따른 후유증으로 회원권시장이 위축돼 있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내국인의 해외여행 급증도 국내 레저용 부동산시장의 침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 수는 최근 4년간 매년 평균 23%씩 급증, 지난해에만 1059만명에 달했다.
해외부동산전문 컨설팅업체인 뉴스타부동산의 이원희 이사는 “국내 부동산 거래 규제는 갈수록 심해지는 반면 해외 부동산 매입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레저용 부동산 매매시장의 위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