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오후, 상당산성 터널 입구 공원에 누워 등을 기댈 의자 하나를 벗 삼는다. 눈이 부시다 못해 시려오는 5월의 푸른 산을 바라보며 감미로운 망중한(忙中閑)에 깊이 잠겨본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어느새 성큼성큼 다가와 가슴 가득 안긴다. 온 대지를 싱그러운 초록으로 물들여가는 이 아름다운 달을 노래한 시인들이 참으로 많지 않은가?
문득, '귀천(歸天)'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고결한 영혼을 가졌던 천상병 시인의 **〈오월의 신록〉**이 떠오른다.
"오월의 신록은 / 너무 신선하다. /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 육십 두 살 된 나는 / 그래도 신록이 좋다. / 가슴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신록은 청춘이다. /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또한, 국민 수필가로 늘 그리움을 자아내는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은 그의 명수필 **〈5월〉**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여기에 서정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가수 송창식이 목놓아 부르던 〈푸르른 날〉의 멜로디까지 입안에 맴도니, 대자연을 마주한 가슴에선 절로 흥겨운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인간에게 자연이란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한 치유를 선사하는 신비로운 마력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는 **"숲은 인간이 신에게 바친 최초의 신전이었다(The groves were God's first temples)"**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연이 이토록 경이로운 까닭은, 그 자체가 신의 거룩한 창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시편 121편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이시라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늘 무심코 지나치던 저 산줄기를, 오늘은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더 주의 깊게, 그리고 더 오랫동안 바라보며 내 영혼을 가득 채워야겠다.
5월의 푸른 산성 공원에서,
정종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