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원당종마목장과 울창한 서삼릉 그리고 아기자기한 박물관을 돌아보는 코스로, 가볍게 나들이를 즐기기에 좋은 코스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언제 가도 좋다. 가까운 곳이라 놓치기 쉬운 좋은 여행지들이 있는데 이 여행 코스도 그런 코스 중의 하나이다. 간혹 멀리 떠나는 것만 여행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행은 거리의 멀고 가까움이 문제가 아니라 여행자의 마음이 문제이다. 중남미박물관은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화려한 곳이어서 깊은 가을에 떠나기에도 좋다.
원당 종마목장
원당 종마목장은 경주마 육성을 위해 한국마사회에서 조성한 목장이다. 완만한 구릉의 목초지와 하얀 펜스 그리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경주마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답답한 가슴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시원한 정경이다. 총 부지는 11만평이지만 일반인들이 돌아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넓지 않다. 1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지만 천천히 걷도록 하자. 사진이 멋지게 잡히는 곳이니 사진도 많이 찍을 것. 그리고 이웃한 서삼릉에서 보이는 종마목장의 풍경도 훌륭하다. 또 종마목장 앞의 진입로가 아주 멋진 은사시나무길로 한 번쯤 걸어볼 만한 길이다. 그러나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 길이 주차장으로 쓰여 보기 안쓰럽다. 주차 공간이 없으므로 이 길가에 차를 세워야 한다. 3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개방하고 공휴일은 개방하지 않으며,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고양의 원당종마목장으로 가려면 강북 강변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강북 강변도로를 타고 자유로 방향으로 달리면 행주산성 옆을 지나자마자 행주산성 이정표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우측으로 내려가서 행주산성으로 들어가는 길을 지나치면 사거리가 나오고 이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39번 국도로 접어든다. 이 39번 국도를 타고 고양시내를 지나 벽제 쪽으로 가다보면 1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고가도로 밑으로 해서 우회전해 삼송 방향으로 간 뒤 삼송에서 농협대학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농협대학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이 길을 가다가 농협대학을 지나면 서삼릉 입구가 나오고 여기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종마목장과 서삼릉이 있다. 구파발에서 1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가 삼송역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도 된다.
서삼릉
고양의 서삼릉은 서울의 서쪽에 희릉, 효릉, 예릉, 이렇게 세 개의 능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희릉은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의 계비인 장경왕후 윤씨의 능이고, 효릉은 인종과 인성왕후 박씨의 능이고, 예종은 제25대 임금인 철종과 계비인 철인왕후 김씨의 능이다. 서삼릉에는 이 세 개의 릉 외에도 의령원, 효창원, 소경원 등의 세자들의 묘가 있고 또 조선의 후궁, 황자, 공주 등 왕실 가족의 묘 51기와 조선 임금들의 태실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는 것은 희릉, 예릉 그리고 의령원과 효창원뿐이고, 다른 능묘와 태실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개된 공간의 숲이 울창하고 산책로가 아늑해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서삼릉은 원당종마목장 바로 옆에 있다.
서삼릉으로 가다가 농협대학 못 미쳐 길 오른쪽에 있는 너른마당(031-966-7485)이 오리 요리로 유명한 집이다. 대표적인 음식은 통오리밀쌈(35,000원)으로 장작 화로에 통째로 구운 오리를 겨자소스와 야채를 곁들여 밀전병에 싸서 먹는다. 오리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담백한 맛을 낸다고 한다. 녹두부침(10,000원)과 칼국수(5,000원)도 맛있다. 이름 대로 마당이 넓은데 마당에 광개토대왕비의 모형과 맷돌탑, 다듬잇돌, 장독과 농기구 등 볼거리가 많은 것도 이 집의 장점이다. 또 농협대 앞을 지나 서삼릉 입구를 직진으로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서삼릉보리밥(031-353-5694)이라는 유명한 집이 있다. 식사 시간에 가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집이다. 주 메뉴는 옛날보리밥(6,000원)과 코다리구이(8,000원)다. 보리밥은 대여섯 가지의 나물과 함께 비벼먹는데 같이 나오는 된장찌개도 맛이 좋다. 보리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쌀밥을 준다. 코다리는 명태를 보름 정도 말려 반 건조시킨 것으로, 황태보다 살이 많다. 이 집의 코다리구이는 양념이 잘 배어들어 매콤하면서도 깔끔하다. 이 외에도 우거지수제비(2인 10,000원)도 푸짐하고 시원하다.
중남미문화원
고양시의 중남미문화원은 30여년간 중남미 일대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신 이복형 원장이 운영하는 개인 박물관이다. 중남미문화원은 아늑하게 잘 꾸며진 야외공간과 박물관 건물 그리고 미술관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원의 야외정원은 한 바퀴 돌아보기만 해도 상쾌함이 물씬 느껴지는 아늑한 공간이다.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빨간 단풍의 숲을 만날 수 있다. 문화원은 모두 5개의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중앙홀을 중심으로 5개의 전시실을 차례로 보게 되어 있는데, 토기 전시실인 제1전시실, 가구 전시실인 제2전시실, 석기 및 목기 전시실인 제3전시실, 가면 전시실인 제4전시실, 민속 공예실인 제5전시실이 있다. 모두 중남미의 유적과 생활상을 볼 수 있는 희귀한 전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중남미의 가면들을 전시하고 있는 제4전시실은 사람들의 발길을 오래 잡아끈다.
중남미문화원으로 다시 삼송역을 지나 차량기지앞 사거리까지 돌아간 뒤 이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번 국도를 타고 간다. 이 길을 달려 39번 국도를 만나는 대자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9번 국도를 타고 벽제 방향으로 간다. 이 길을 가다가 고양1교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중남미문화원 이정표를 따라 좁은 골목을 따라가면 된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다시 고양1교앞 삼거리로 나와 우회전하여 39번 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이 길이 자유로로 이어진다. 이렇게 자유로를 타고 오거나 아니면 삼송역 쪽으로 빠져 구파발을 거쳐 들어와도 된다.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를 즐기기에 모두 좋은 코스이다. 종마목장에는 그늘이 없으므로 모자가 필수이며 서삼릉에는 나무 그늘이 많으니 돗자리와 간단한 점심을 준비해 가도 좋다. 단 종마목장이 월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공휴일은 개방하지 않으므로, 공휴일을 피해 수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다녀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