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事多難다사다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 는
그 多事多難다사다난 이 올해도 어김없었습니다.
1976년.
낮에 동사무소(지금의 주민센터)에 근무해 번 돈
으로, 밤에 종각(종로) 건너 지금은 없어진 화신
백화점 뒤에 있는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며 어렵
게 주경야독하던 친구부부 5쌍과 색다르게 떠난
‘괴산 산막이 옛길’ 여행은, 평범한 보통날이 특
별해지고 있었다.
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에 당도하니 〈산막
이 옛길〉이란 시가 장승에 둘러싸여 있다.
산막이 옛길
이인순
사오랭이 지나
괴강 물은
물 빛 산 그림자로 흔들린다
배암 같은 다래 덩굴들
산허리를 감고 돌아
어디로 가는가
어슬렁어슬렁 호랑이 발자국
물 마시러 내려온 토끼 노루
다래 순 베어 물고
괴강물 따라
빙글빙글 돌고 돌다
어지러워
산막이 옛길 토해 낸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한나무처럼
합쳐지는 ‘연리지’.
연리지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연리지 앞에서 지
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사랑이 성취되고 소
망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처녀총각들은 참고하시
도록.
십리옛길을 시작하는 고갯마루에 ‘산막이 옛길’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한쌍은 조금 늦게 도착했고, 사진 찍는 친구는 빠졌다.
모자 쓴이가 필자.
소나무 동산으로 이어지는 옛길.
그 소나무 너머로 호수가 쾅쾅 얼어 있다.
얼려 있는 논에서 온종일 지칠 줄 모르고 썰매를
타던 일이 반세기 전의 일이던가.
山 깊숙한 곳에 장막처럼 주변 산이 둘러싸고 있
어 막혀 있다고 해서 산막이라고 한다.
이 ‘산막이 옛길’은 예전부터 이곳에서 살던 사람
들이 오고 가던 십리길이다.
지난해에만 140만 명이 찾았다고 하니 이제는
알릴대로 알려져 오지 신세를 면하게 됐다.
호수를 굽어보며 완만한 흙길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얼음 위 저 멀리 괴산 수력 발전 댐이 보인다.
댐이 건설되고 난 후부터 산막이 옛길이 조성
되었을 것이다.
그 옛날 충청도 양반들이 한양을 오고 가던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길.
괴산호 주변의 노송과 20리 수려한 물길따라 펼
쳐지는 장관은 하얀 이불을 덮은 것 같다.
산막이 옛길의 최고 명소는 소나무 출렁다리로
삼림욕과 함께 재미를 더한다.
소나무 출렁 다리
산막이 옛길에서
진란
마음 안으로 난 지도의 옛길을 따라왔네
물비늘 파닥거리는 가을 호숫가.
꽃피고 잎지고 아스라이, 검은등 뻐꾸기 절절하던
그날의 아미도, 검푸른 눈빛 또 피어나네
출렁다리를 건너와 안기는 滿月, 벼랑에 걸린 그대여
꽃잎 흐득거리는 것만 같은 입술 속의 새여*,
오래오래 우리, 순한 짐승처럼 말없이
말없이도 먼 영원을 바라는 오늘은
마음 저리도록 길 위에 바재이고 싶어라
이 길에서는 스치는 바람처럼 보고싶다고,
보고 싶었다고 바람처럼 말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지금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고
도고하니 말고, 香아 나처럼 생생하고 절실하게
시인이 5섯째 줄에 ‘출렁다리를 건너와 안기는’
이라고 설파한 대목은 필시 소나무 출렁다리를
말함이 아닐는지.
괴산 산막이 옛길이 ‘생태 관광 100선’에 뽑힌
게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저만치 ‘다래 숲 동굴’이 나타나네.
다래숲 동굴
앞 쪽에 먼저 소개된 이인순 시인의 〈산막이 옛
길〉2연, ‘배암 같은 다래 덩굴들 / 산허리를 감고돌아
/ 어디로 가는가’ 그 다래 동굴일 게다.
산막이 옛길에서 가장 험난한 마흔 고개를 넘어
서니 마을이 지척이다.
40계단
마을이래야 고작 몇 집에 불과하지만.
일행이 들어선 곳은 소문난 맛 집 ‘하얀집’.
87세 할머니가 운영하는 '하얀집' 식당.
보기만 해도 침샘이 돋는 상큼한 도토리묵 무침
을 앞에 두고, 어찌 막걸리 한 잔 들이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원주민이 직접 운영하는데, 2017년 3월 개그맨
윤택이 출연하는 ‘대동여지도’에 소개된 식당이다.
'대동여지도'에 소개된 맛집, 하얀집.
아욱이 들어 간 구수한 올갱이국, 이 맛 안 보고
갈 수 없겠지요.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네요.
‘대동여지도’에 출연했던 주인장 할머니와 V자
를 그리며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3시간 후면 88세가 되는 주인장 할머니와 필자.
87세라시는데 정정하시네요.
할머니 오늘 하루 지나면(2018년) 88세가 되시
니 팔팔(88세)하게 건강하셔요.
향기로운 추억 차곡차곡 쌓아 갑니다.
첫댓글 함께 새해맞이 친구분들이 잘 통하시는지
멋진 길동무가 되어 괴산 산막이 옛길을
가셨군요.
아름다운 괴산의 기를 받으셔서 새해
건강히 즐겁게 사시길 바람니다.
계획하시는 일 순조롭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