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회화(3) - 고개지 3(낙신부도)
낙신부도는 송대의 모본만 전해온다. 모본도 여러 본이 있다. 본마다 차이가 있다. 고궁박물관 본과 요령성 박물관 본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낙신부도는 위나라 때의 문인 조식의 문학작품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문학작품이 회화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은 남북조 시대의 남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심미의식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그때까지의 그림은 장인(匠人)인 화가가 그렸으므로 정교하고 세밀하게 그렸다. 화려하였다. 회화의 화면 구성도 인물이 중심이고 배경은 부수적 요소였다. 그러나 남북조 시대에는 기술적인 능숙도만을 중요시 하던 예술 전통이 글(文)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었다. 낙신부도는 그와 같은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구성이나 묘사에서 합리적으로 정밀하게 그리던 전통이 색채를 사용하여 생략하고 간략하게 표현하는 기법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형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의미 내용을 중시하는 미술의 표현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준다. 고개지는 이것을 이론화하여 전신론(傳神論)을 주장하였다.
전래되고 있는 낙신부도는 고개지의 진적이 아니다. 후세에 모작한 모본이다. 모본이더라도 작품의 초기 양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낙신부도의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을 중국 산수화의 기원으로 보는 학자가 많다. 낙신부도에서 묘사한 나무, 인물, 산의 모습은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산수와 유사하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시기적으로 남북조 시대와 일치한다. 벽화는 모본이 아니므로 고개지 시대의 회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고구려 고분 중에는 씨름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는 각저총이 있다. 씨름하는 사람의 옆에 나무가 그려져 있다. 나무의 모양이 낙신부도의 나무와 닮았다. 잎은 마치 쥐고 있는 사람의 주멱의 모습이다. 무용총에 그려져 있는 인물도도 낙신부도의 인물과 닮았다.
고개지의 그림은 정밀한 묘사보다는 색채를 사용하여 간략하게 묘사하였다. 이것은 형상보다는 정신의 표현을 더 중요시한다는 이론을 반영한 그림이다. 고개지 회화는 정교한 장인의 회화에서 사대부 회화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중국 회화에 대한 고개지의 공헌으로 전신론을 꼽는다.
‘약(略)과 전신(傳神)’의 이론을 받침하는 또 다른 이론에 풍격(風格)과 기운(氣韻)이 있다. 풍격과 기운을 완성해내는 방법론으로 용필(用筆)을 내세웠다. 붓은 중국 회화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요소이고 붓의 사용은 그만큼 중요하였다. 고개지의 용필은 선 긋기이다. 남북조 시대는 선묘에 의존하여 형상을 표현하고, 형상 표현을 통하여 기운과 풍격을 나타낸 것이 회회의 기본이었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