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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물론(觀物論)
바라봄의 시학
觀 : 볼 관
物 : 물건 물
論 : 논할 론(논), 조리 륜(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바꿔보면, 가장 중요한 진실은 사막의 우물처럼 어디엔가 숨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시학도 이 마음의 눈을 강조한다. 사물의 껍질보다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것이다. 이른바 관물론(觀物論)이 그것이다. 사물 속에 무궁한 이치가 담겨 있다. 듣고도 못 듣고, 보고도 못 보는 뜻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옛 사람들은 관물(觀物)이라고 했다.
관물(觀物)에서 관(觀)자는 ‘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는 ‘보다’라는 뜻을 가진 看(간), 見(견) 등과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관(觀)자가 쓰인 단어들을 찾아보면 관찰(觀察), 관광(觀光), 관객(觀客)등이다. 이 관(觀)자는 ‘자세히 들여다 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物)자는 단순한 사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物)은 천리가 구현되어 있는 사물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관물을 통해 그 속에 내재된 천리를 발견하는 과정이 관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면 자연과 사물에 유행하는 천리를 발견함으로써 자신을 수양하여 그 이치와 자신의 이치를 합치시키는 과정이 곧 관물인 것이다.
이런 관물은 성리학자들이 추구했던 자기 수양의 과정이었다. 예로부터 성리학자에게 있어 객관사물이나 자연은 단순한 관상의 대상이 아니었다. 자연의 온갖 사물은 각기 천리가 구현된 존재인 것이다. 성리학자들은 물리(物理)를 파악함으로써 천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공주에서 나는 밀초는 뛰어난 품질로 유명했다. 정결하고 투명해서 사람들이 보배로운 구슬처럼 아꼈다. 홍길주(洪吉周)가 그 공주 밀초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불빛이 영 어두워 평소 알던 품질이 아니었다. 살펴보니 다른 것은 다 훌륭했는데, 심지가 거칠어서 불빛이 어둡고 흐렸던 거였다.
그는 수여연필(睡餘演筆)에서 이 일을 적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마음이 거친 사람은 비록 좋은 재료와 도구를 지녔다 해도 사물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다.’
밀초의 질 좋은 재료가 그 사람의 집안이나 배경이라면, 심지는 마음에 견준다. 아무리 똑똑하고 배경 좋고 능력이 있어도, 심지가 제대로 박혀 있지 않으면 밝은 빛을 못낸다. 겉만 번드르르한 헛똑똑이 들이다.
뿔 있는 짐승은 윗니가 없다. 날개가 있으면 다리는 두 개뿐이다. 꽃이 좋으면 열매가 시원찮다. 이런 관찰을 나열한 후 이인로(李仁老)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사람도 다를 게 없다. 재주가 뛰어나면 공명은 떠나가서 함께하지 않는다.’ 파한집(破閑集)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을 받아 권필(權韠)은 ‘소는 윗니 없고 범은 뿔이 없거니, 천도는 공평하여 부여함이 마땅토다.’라고 노래했다.
牛無上齒虎無角, 天道均齊付與.
우무상치호무각, 천도균제부여.
뛰어난 재주로 명성과 공명을 함께 누리려 드는 것은 뿔 달린 범과 같다. 기다리는 것은 재앙뿐이니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어떤 사람이 야생 거위를 잡아 길렀다. 불에 익힌 음식을 먹이자 거위가 뚱뚱해져서 날지 못했다. 어느 날인가부터 거위가 음식을 먹지 않았다. 한 열흘쯤 굶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익(李瀷)이 말했다. ‘지혜롭구나. 스스로를 잘 지켰도다.’
먹어서 안 될 음식을 양껏 먹고, 그 맛에 길들여져서 살을 찌우다, 마침내 날지 못하게 되어 잡아 먹히고 마는 인간 거위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많다. 성호 이익 선생은 77항목에 걸친 관물 일기를 남겼다. 관물편(觀物篇)이 그것이다.
사물 속에 무궁한 이치가 담겨 있다. 듣고도 못 듣고, 보고도 못 보는 뜻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옛 사람들은 관물(觀物)이라고 했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고, 마음을 넘어 이치로 읽을 것을 주문했다.
관물론(觀物論)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쪽인가
지렁이를 두고 사람들은 수미(首尾)도 없고 배도 등도 없다고들 말한다. 찬찬히 살펴보면 실지로는 머리와 꼬리와 배와 등이 있어 해를 피하고 이(利)에 나아가며, 정욕을 모두 갖추고 있다.
옹(翁)은 말한다. “물건의 어리석고 굼뜬 것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하물며 사람처럼 칠규(七竅)와 오장(五腸)을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는 것에 있어서겠는가? 말을 듣고 빛깔을 보아 지각이 어둡지 않는데도 사람 중에 간혹 방향을 잃고 길을 헤매는 자가 있으니 슬프다.”
개구리는 달아나고 뱀은 뒤쫓는데 개구리가 빨리 가면 뱀은 천천히 가서 그 형세가 마치 미치지 못할 것같이 한다. 개구리가 처음에는 한 장 가량 뛰다가 조금 뒤엔 문득 멈춰서고 만다. 그때 뱀이 갑자기 와서 물어 버린다.
옹(翁)은 말한다. “개구리의 빠름이 해를 멀리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마침내 다른 놈에게 잡아 먹히는 것은 뜻이 게을러서다. 재앙과 근심이 닥치는 것은 흔히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나라가 가까운 적국이 밖에서 엿보는데도 느긋하게 요행으로 면하기만 바라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12월8일 아침 매화 화분에 물을 주라 하셨다. 날씨는 맑았다. 오후 다섯 시가 되자 갑자기 흰 구름이 집 위로 몰려들더니 눈이 한 치가량 내렸다. 조금 뒤 선생께서 누울 자리를 정돈하라 하시므로 부축해 일으키자 앉으신 채 숨을 거두셨다. 그러자 구름이 흩어지고 눈이 걷혔다.
문인 이덕홍(李德弘)이 쓴 퇴계선생고종기(退溪先生考終記)이다. 죽음 앞에서도 경(景)을 보는 눈은 예리하다.
조식(曺植)의 무제(無題)라는 시(詩)다.
雨洗山嵐盡(우세산람진)
尖峯畵裳看(첨봉화상간)
歸雲低薄暮(귀운저박모)
意態自閑閑(의태자한한)
산안개 말끔히 비 씻어가니
그림같이 드러나는 뾰족 멧부리
저물녘 녈구름은 낮게 깔리어
그 모습 저절로 한가롭구나
송시열(宋時烈)의 금강산(金剛山)라는 시(詩)다.
山與雲俱白(산여운구백)
雲山不辨容(운산불변용)
雲歸山獨立(운로산독립)
一萬二千峯(일만이천봉)
산과 구름 모두 다 희고 희거니
구름인지 산인지 붕간 못하네
구름 가자 산만이 홀로 섰구나
일만이야 이천 봉 금강이라네
이언적(李彦迪)의 무위(無爲)라는 시(詩)다.
萬物變遷無定熊(만물변천무정웅)
一身閒過自遊時(일신한과자유시)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성경영력)
長對靑山不賦詩(잔대청산불부시)
만물이 변천함은 일정함이 없나니
한가로이 자적하며 때를 따라 사노라
근년 들어 먹고살 일 살피지 아니하고
청산을 마주보며 시도 짓질 않는다
무릇 관물이라 하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지 않고 이치로써 보는 것이다. 천하 사물은 이치를 달지 않은 것이 없고 성(性)이나 명(命)이 없는 것이 없다.
소옹(邵雍; 송대의 이학자)은 관물함으로써 그 속에 구현된 이(理)를 읽어내고 그 이치를 본받아 인간의 삶과 연관짓는 유가인식론의 기본 바탕이다. 사물의 외피만 보는 것은 이아관물(以我觀物)이고, 마음과 이치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은 이물관물(以物觀物)이며, 이물관물은 반관(反觀)이라 하여 사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성(性)이요, 아(我)로 사물을 보는 것은 정(情)이라, 성(性)은 공변되고 밝지만 정(情)은 치우치고 어둡다고 말했다.
생동하는 봄풀의 뜻
권호문(權好文)은 관물당기(觀物堂記)에서 소옹의 뜻을 부연하여 아아! 관물의 뜻이 훌륭하구나.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한 것은 사물일 뿐이다. 사물은 저 혼자 존재하지 않고 천지가 낳은 바이다. 천지도 혼자 생길 수는 없고 이치가 낳은 것이다. 천지로 만물을 본다면 만물은 한 물건일 뿐이고 이치로 본다면 천지 또한 한 물건일 뿐이다. 사람이 능히 천지만물을 살펴 그 이치를 다룰 수 있다면 만물의 영장이고 그렇지 못하면 박아군자(博雅君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런 까닭에 이치로 본다면 만물을 한히 꿰뚫어 통하게 된다.
이색(李穡)의 관물(觀物)이다.
大哉觀物處(대재관물처)
因勢自相形(인세자상형)
白水深成黑(백수심성흑)
黃山遠還靑(황산원환청)
位高威自重(위고위자중)
室陋德彌馨(실루덕미형)
老牧忘言久(노목망언구)
苔痕滿小庭(태흔만소정)
크도다 사물을 바라보는 곳
형세를 인하여 꼴 지워지네
흰 물도 깊으면 검게 변하고
황산도 멀리 보면 푸르게 뵈지
지위가 높고 보니 위엄 무겁고
누추해도 덕은 더욱 향기로워라
늙은 몸 말 잊은 지 이미 오래니
이끼 자욱 작은 뜰에 가득하도다
서거정(徐居正)의 관물(觀物)이다.
萬機花錦萬錢苔(만기화금만전태)
幾日天工費剪裁(기일천공비전재)
物物自然生意足(물물자연생의족)
老夫觀物思悠哉(노부관물사유재)
만기(萬機)의 꽃 비단에 만전의 이끼 피니
조물주가 몇 날이나 마르재어 애 썼던가
물물마다 제 절로 생의가 넘치거니
관물하는 늙은이의 사념만 그윽하다
김시습(金時習)의 관물(觀物)이다.
南枝花發北枝寒(남지화발북지한)
强道春心有兩般(강도춘심유얀반)
一理齊平無物我(일리제평무물아)
好將點檢自家看(호장점검자가간)
남쪽 가지 꽃이 펴도 북쪽 가지 차가우니
봄 마음은 두 가지라 억지로 말해보네
한 이치가 나타나면 물아 구분 없으리니
점검하여 제 스스로 살펴봄이 좋겠네
이언적(李彦迪)의 관물(觀物)이다.
唐虞事業巍千古(당우사업외천고)
一點浮雲過太虛(일점부운과태허)
蕭灑小軒臨碧澗(소쇄소헌임벽간)
澄心竟日玩遊漁(징심경일완유어)
요순의 사업은 천고에 우뚝한데
한 조각 뜬구름이 허공을 지나간다
조촐히 작은 집은 푸른 시냇가에 있어
노는 고기 종일 보며 마음을 맑게 하네
이황(李滉)의 관물(觀物)이다.
芸芸庶物從何有(운운서물종하유)
漠漠源頭不是處(막막원두불시처)
欲識前賢興感處(욕식전현흥감처)
請看庭草與盆漁(청간정초여분어)
저 맑은 사물은 어디에서 왔는가
아득한 저 근원은 허망하지 않다네
선현의 흥감처(興感處)를 알고자 한다면
정원 풀과 어항 고기 살펴보길 청하네
권필(權泌)의 관물(觀物)이다.
鳶飛漁躍太和中(연비어약태화중)
萬物浮沈一氣融(만물부침일기융)
春雨歇時庭草綠(춘우헐시정초록)
這船生意與人同(저선생의여인동)
솔개 날고 고기 뛰는 큰 조화 가운데서
만물이 부침하며 한 가운데 녹아드네
봄비가 그칠 제면 뜰의 풀도 푸르니
이처럼 생의로움 사람과 한가질세
고상안(高尙顔)의 관물(觀物)이다.
牛無上齒虎無角(우무상치호무각)
天道均齊付與宜(천도균제부여의)
因觀宦路升沈事(인관환로승침사)
陟未皆歡黜未悲(척미개환출미비)
소에게는 윗니 없고 범은 뿔이 없나니
천도는 공평하여 부여함이 마땅토다
이로써 벼슬길의 오르내림 살펴보니
승진했다 기뻐 말고 쫓겨났다 슬퍼 말라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
청(淸)나라 말기 왕국유((王國維)는 관물론에서 개념을 빌려와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설을 제창했다
유아지경은 시인의 주관 감정이 객관 물태에 스며 강렬한 조관의 색채응 띠는 것, 무아지경은 시인의 주관 정서가 드러나지 않아 물아가 하나인 피아 구별이 무너진 상태인 것을 말한다.
왕유(王維)의 서시(西施)이다.
輕陰閣小雨(경음각소우)
深院晝牗開(심원주용개)
坐看蒼苔色(좌간찬태색)
欲上人衣來(욕상인의래)
그늘진 누각에 보슬비 내려
깊은 뜰 한낮에야 문을 열었네
앉아서 이끼 빛깔 보고 있자니
내 옷 위로 스멀스멀 오르려 하네.
왕유(王維)의 신이오(辛夷塢)이다.
木未芙蓉花(목미부용화)
山中發紅萼(산중발홍악)
澗戶寂無人(간호적무인)
紛紛開且落(분분개차락)
나무 끝에 부용꽃
산 속에서 붉은 떨기 피어났구나
시냇가 집 적막히 사람 없는데
분분히 피었다간 또 떨어지네
시경(詩經) 소아(小雅)에 실린 채미(采薇)란 작품의 유아지경(有我之境)이다.
昔我往矣(석아왕의)
場柳依依(장유의의)
今我來恩(금아래은)
雨雪霏霏(우설비비)
行道遲遲(행도지지)
載渴載飢(재갈재기)
我心傷悲(아심상비)
莫知我哀(막지아애)
옛날 내가 떠날 때는
수양버들 능청댔지
오늘 내가 돌아가면
눈비만 흩날리리
가는 길 멀고 멀다
목 마르고 배고프네
내 마음 서글퍼라
아무도 몰라주네
진정한 의미에서 무아지경의 시는 없다. 시인의 주관 정서가 없이 작시가 안된다. 다만 시인의 정신이 얼마나 사물로 녹아들어 물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잠시 자신을 잊어버릴 때 심웅형석의 경계에 도달함을 말한다.
권벽(權擘)의 춘야풍우(春夜風雨; 봄밤의 비바람)이다.
花開因雨落因風(화개인우낙인풍)
春去春來在此中(춘거춘래재차중)
昨夜有風兼有雨(작야유풍겸유우)
桃花滿發杏花空(도화만발행화공)
비를 맞고 피어나서 바람 따라 떨어지니
봄 오고 가는 소식이 가운데 있구나
간밤에 바람 불고 비까지 내리더니
복사꽃 만발하고 상구꽃은 다 졌다오
다음은 현대시(現代詩)이다.
박목월(朴木月)의 윤사월(閏四月)이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서정주(徐廷柱)의 영산홍(映山紅)》이다.
영산홍 꽃잎에는
산이 어리고
산자락에 낮잠 든
슬픈 소실댁小室宅
소실댁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산 너머 바다는
보름사리 때
소금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 觀(볼 관)은 형성문자로 覌(관)과 観(관)은 통자(通字), 观(관)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볼 견(見; 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雚(관)으로 이루어졌다. 자세히 본다는(見) 뜻이 합(合)하여 보다를 뜻한다. 늘어 놓아 보이다, 자랑스럽게 남에게 보이다, 잘 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觀(관)은 (1)한자어로 된 어떤 명사 아래에 붙어 체계화된 견해를 뜻하는 말 (2)관괘(觀卦) (3)도교(道敎)의 사원(寺院) 등의 뜻으로 ①보다 ②보이게 하다 ③보게 하다 ④나타내다 ⑤점치다 ⑥모양 ⑦용모 ⑧생각 ⑨누각(樓閣) ⑩황새 ⑪괘(卦)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살필 찰(察), 살필 심(審), 조사할 사(査), 검사할 검(檢), 볼 시(視), 볼 감(監), 바라볼 조(眺), 보일 시(示), 볼 견(見), 볼 람/남(覽), 볼 열(閱), 나타날 현(顯)이다. 용례로는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명승이나 고적과 풍속 등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관광(觀光), 자연 현상의 추이를 관측(觀測), 사물을 잘 살펴 봄을 관찰(觀察), 사물을 관찰하거나 고찰할 때 그것을 보거나 생각하는 각도를 관점(觀點),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 앉히고 깊이 생각하는 일을 관념(觀念), 영화나 연극이나 무용 등의 무대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을 관객(觀客), 연극이나 영화 따위를 구경함을 관람(觀覽), 사물을 꿰뚫어 봄을 관철(觀徹),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을 관찰하거나 음미함을 관조(觀照), 마음의 본성을 살핌을 관심(觀心), 구경하는 무리를 관중(觀衆), 사람의 상을 보고 재수나 운명을 판단하는 일을 관상(觀相), 인(仁)과 불인(不仁)은 곧 알 수 있다는 말을 관과지인(觀過知仁), 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얼굴빛을 자세히 살펴봄을 관형찰색(觀形察色), 풍속(風俗)을 자세히 살펴 봄을 관풍찰속(觀風察俗) 등에 쓰인다.
▶ 物(물건 물)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소 우(牛=牜; 소)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勿(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만물을 대표하는 것으로 소(牛)를 지목하여 만물을 뜻한다. 勿(물)은 旗(기), 천자(天子)나 대장의 기는 아니고 보통 무사(武士)가 세우는 색이 섞여 있는 것, 여기에서는 색이 섞여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物(물)은 얼룩소,나중에 여러 가지 물건이란 뜻을 나타낸다. 그러나 옛 모양은 흙을 갈아 엎고 있는 쟁기의 모양과 牛(우; 소)로 이루어져 밭을 가는 소를 나타내었다.나중에 모양이 닮은 勿(물)이란 자형(字形)을 쓰게 된 것이다. 그래서 物(물)은 (1)넓은 뜻으로는, 단순한 사고(思考)의 대상이건,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건을 불문하고, 일반으로 어떠한 존재, 어떤 대상 또는 어떤 판단의 주어(主語)가 되는 일체의 것 (2)좁은 뜻으로는, 외계(外界)에 있어서의 우리들의 감각에 의해서 지각(知覺)할 수 있는 사물(事物), 시간(時間), 공간(空間) 가운데 있는 물체적, 물질적인 것 (3)사람이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구체적 물건. 민법 상, 유체물(有體物) 및 전기(電氣) 그 밖에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自然力). 사권(私權)의 객체(客體)가 될 수 있는 것 등의 뜻으로 ①물건(物件) ②만물(萬物) ③사물(事物) ④일, 사무(事務) ⑤재물(財物) ⑥종류(種類) ⑦색깔 ⑧기(旗) ⑨활 쏘는 자리 ⑩얼룩소 ⑪사람 ⑫보다 ⑬살피다, 변별하다 ⑭헤아리다, 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건(件), 물건 품(品), 몸 신(身), 몸 궁(躬), 몸 구(軀), 몸 체(體)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음 심(心)이다. 용례로는 사람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거나 가공하여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 들고 다닐 만한 크기의 일정한 형태를 가진 대상을 물건(物件), 물건의 본바탕으로 재산이나 재물을 물질(物質), 물건 값을 물가(物價), 쓸 만하고 값 있는 물건을 물품(物品), 물건의 형체를 물체(物體), 물건의 분량을 물량(物量), 물건을 만들거나 일을 하는 데 쓰는 여러 가지 재료를 물자(物資), 어떤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란하는 상태를 물의(物議), 마음과 형체가 구별없이 하나로 일치된 상태를 물심일여(物心一如),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을 물외한인(物外閑人),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는 물유본말(物有本末), 생물이 썩은 뒤에야 벌레가 생긴다는 물부충생(物腐蟲生),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의 양면을 물심양면(物心兩面),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그것을 물아일체(物我一體) 등에 쓰인다.
▶ 論(논할 론/논, 조리 륜/윤)은 형성문자로 论(논, 윤)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侖(륜)으로 이루어졌다. 冊(책)은 나무나 대나무의 패를 이은 옛날 책, 집(亼)은 모으는 일을 말한다. 책을 모아 읽고 생각하여 정리하는 일과 여러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며 정리하여 말한다(言)는 뜻이 합(合)하여 논의하다를 말한다. 즉 상대방과 조리를 세워서 의논하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論(론, 륜)은 ①논하다, 논의하다 ②서술하다 ③말하다 ④언급하다 ⑤따지다 ⑥문제 삼다 ⑦문제시하다 ⑧토론하다 ⑨중시하다 ⑩평가하여 결정하다 ⑪의견(意見) ⑫견해(見解) ⑬학설(學說) ⑭문체(文體)의 이름 그리고 ⓐ조리(條理)(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시비를 따져 논하는 것을 논란(論難), 서로 의견을 논술하여 토의함을 논의(論議), 어떠한 문제에 관하여 연구한 결과를 논리에 맞게 풀이한 글을 논문(論文), 말이나 글에서의 짜임새나 갈피를 논리(論理), 말이나 글로 논하여 다툼을 논쟁(論爭), 어떤 사물을 논하여 말하거나 적음을 논술(論述), 논술하는 말투나 글투를 논조(論調), 어떤 주장이나 견해를 논하여 잘못을 말하는 것을 논박(論駁), 사물의 이치를 들어 의견이나 주장을 논하거나 설명함을 논설(論說), 의논의 요점을 논점(論點), 공이 있고 없음이나 크고 작음을 따져 거기에 알맞은 상을 준다는 논공행상(論功行賞), 논설의 요점을 벗어남을 논점일탈(論點逸脫)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