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조차 운송 재개… 기름 공급엔 역부족
[민노총 파업]
품절 주유소 19곳 더 늘어 52곳
“월드컵 특수-연말 대목 놓칠라”
생업 걱정 배달기사 기름 사재기
경찰 호위 속 다시 화물 운송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9일째 이어지고 있는 2일 화물차들이 경찰 경비를 받으며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평택=뉴스1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서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 가운데서도 운행 복귀자들이 나와 파업 초기에 비해 석유제품 출하량이 증가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수요를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어 ‘주유 대란’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2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탱크로리 34대를 투입해 거점 저유소에서 각 주유소로 석유제품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또 화물연대 영향으로 운행을 일시 멈췄다가 운행을 재개한 기사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눈치 보느라고 운행을 중단했던 기사들이 꽤 있었다”며 “일부 기사들이 어제(1일) 오후부터 다시 운송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복귀자들이 나오고 있어 출하량이 파업 초기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며 “파업 후 1주일간 저유소 석유 출하량이 파업 직전의 절반가량으로 줄었지만 1일 기준으로는 평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1일 하루만으로는 향후 출하량을 판단하기는 어렵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9일째 공급 부족이 누적된 각 주유소의 재고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제외됐던 주유소들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불안감에 미리 기름을 넣는 소비 양상도 지속되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2일 오전 8시까지 휘발유나 경유가 품절된 주유소가 전국 52곳으로 전날(33곳) 대비 19곳 늘었다고 발표했다. 서울 등 수도권만 보면 27곳에서 32곳으로 5곳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부 물량이 품절된 주유소도 있지만 전체 주유소 대비 품절 주유소의 증가 폭이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석유제품 부족에 따른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요식업, 배달업 종사자들은 추운 날씨에 월드컵으로 특수를 맞았는데 자칫 기름을 구하지 못해 대목을 놓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배달 기사 박모 씨(27)는 “최근 주유소에 12L 페트 용기를 들고 가 기름을 미리 사뒀다”고 했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사무실에 기름통을 구비해 기사들에게 공급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세종=김형민 기자, 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