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단체 정치파업 안 따른다”… 민노총 투쟁서 줄줄이 이탈
[민노총 파업]
서울지하철 이어 철도 파업 철회
서울교통공사노조(지하철노조)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 엔진’이 연이어 꺼지면서 민노총의 ‘대정부 총력 투쟁’ 로드맵이 무너지고 있다. 3일 전국노동자대회와 6일 전국 동시다발적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개별 노조들이 총파업 대오에서 줄줄이 이탈하면서 파급력이 줄 것으로 보인다.
○ 극적 타결 뒤 국토부 ‘막후 압박’ 전략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2일 협상 타결 배경엔 최근 코레일의 잦은 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실시 중인 감사가 영향을 미쳤다. 국토부는 지난달 5일 오봉역 사고, 같은 달 6일 무궁화호 탈선 등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노사 양측에 법적 책임을 언급하며 한 발씩 양보를 끌어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노조는 본인들 입맛에 맞게 근무 강도를 낮추는 데 치중했고 사측은 인력을 재배치하는 노력조차 없었다”며 “파업 명분과 달리 안전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점에 대해 양측 모두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코레일 노사는 통상임금 지급 방식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3년간 단계적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승진 제도는 2025년까지 부분적으로 변경하고 사고 방지를 위한 인력 충원 등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소셜미디어에는 “시민을 볼모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 “인파가 몰리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 등 비판이 확산됐다.
○ 화물연대 비(非)노조원 현장 복귀
민노총 ‘동투 로드맵’의 시작점인 화물연대 파업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시멘트 업계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업무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초기 시멘트 출하량은 평시의 10% 내외였으나 2일 기준 65%(11만7000t) 수준까지 회복했다.
국토부는 5일부터 개별 차주를 대상으로 2차 현장조사에 착수해 운송개시명령서를 전달받은 425명의 차주가 실제로 업무에 복귀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비조합원에게 ‘파업에 참가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화물연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경찰 수사도 개시됐다.
정부 일각에서는 ‘민노총이 고립되는 양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과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파업의 동력과 명분도 잃고 있다”고 했다.
○ 공정위 현장조사… 전국 총파업 거세지 않을 듯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화물연대 총파업 위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에도 착수했다. 공정위 조사관들이 이날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건물과 부산 남구의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에 출동했다. 다만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로 건물에 진입하지 못한 채 조사 개시 공문 전달로 끝났다.
불리한 상황을 반영하듯 민노총은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민노총은 1일 ‘110만 조합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오늘 화물노동자를 공격하는 윤석열 정권은 내일은 노동개악, 다음 날은 비정규직 차별을 제도화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도 5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기나 현재 분위기상 3일 노동자대회, 6일 전국 총파업이 위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론이 악화된 데다 이미 대다수 민간기업이 연말을 앞두고 임단협을 끝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이 없는 탓이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개별 노조들이 노사 타협이 합리적으로 가능하다면 더 이상 정치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 민노총도 상급단체로서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일 것”이라며 “정치적 투쟁을 외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사 문화를 만들어 나갈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 1일 서울교통공사의 노조 파업이 하루 만에 끝난 데는 “정치 세력화되지 않겠다”며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제3노조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노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노조는 최근 한 달 사이 조합원이 600여 명이나 증가했다.
김예윤 기자, 박민우 기자, 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