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쨋날, 사랑과 우정과 행복에 열매 열리다>
오늘도 일정이 여럿이다. 아침일찍 기상해야 한다. 0700에 일괄 기상 후 회장님께서 친히 새벽부터 요리하신 누룽지를 먹는다. 누룽지는 병선이 형이 준비한 필살기다. 한 그릇씩 먹고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을 위해 희용형이 라면을 끓여 내었다.
0830 오늘의 첫 일정지 거문오름을 향해 시동을 건다.
거문오름은 세계유산 본부가 있는 곳으로 많은 이들이 꼭 들러야 하는 자연 친화 오름의 하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천연기념물 444호로도 지정되어 있다. 이 오름은 해발456미터에 높이 112미터, 둘레가 4.5키로다. 다랑쉬나 백약이의 둘레 3키로 비해 규모가 크다.예약을 하고서 찾았지만 해설사 아니 계셔 중요한 곳을 둘러보지 못했다. 다들 못내 아쉬워했다. 정상코스(1.8키로) 1시간, 분화구 코스(5.5키로) 2시간 30분, 전체코스(10키로)3시간 30분 소요.
이 중 분화구 코스는 반드시 보아야 하는데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우리가 다랑쉬오름의 분화구까지 없는 길 개척하며 내려 갔지만, 거문오름은 계단이 잘 놓여져 있고 한참 내려가면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그리고 수직동굴까지 가 볼 수 있다 한다.
7월의 국제트레킹대회가 열리면 전체코스가 개방된다 하니 그때 꼭 오도록 하자. 우리는 한 시간 남짓 새소리 피톤치드향에 빠져 있었다. 그걸로도 만족했다. 찔레꽃은 흰색인데 노래는 붉게 피는 걸로 되어 있다는 안내사의 멘트와 붉은 진달래가 정상에 있다 하였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거문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줄 대체제를 찾아 가까운 부대오름에 갔으나 입구를 발견 못해 더 좋은 대체지 물영아리오름으로 방향을 잡았다. 1130에 도착하여 1240까지 머물렀다. 정상까지 30분, 하산에 30분내외 걸리는 오름이다. 해발508미터 높이 128미텨 둘레4.3키로. 계단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직이다. 이총무와 만석이형이 접근하지 못했고, 회장님이 중간에서 포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꼬마의 산행을 보고서 힘을 얻어 끝까지 갈 수 있었다 한다.
물영아리는 우리나라에서 다섯번 째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습지를 방문했을 때 병선이 형이 사슴의 존재를 비밀스럽게 알려 주었다. 분화구에는 우리가 행운의 여신임을 아는지 풍성하지는 않아도 온갖 식생물을 적실 정도의 수량이 있었다. 급한 일정에 1진 병선형, 종원형 희용형이 후다닥 뛰어 오르는데 2진이 온다는 소식에 걸음을 늦추기도 했다.
습지 방문후 1203 능선길로 접어 들었다. 다시 계단길로 되돌아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능선길이 참으로 곱다. 잣성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상, 중, 하잣성으로 구분하는데 이곳은 중산간지라 중잣성이라 부른다. 목장 경계로 돌담을 쌓았다. 너무 아름답다. 연신 셧터를 눌러댄다. 생활의 결과물이 유산으로 남겨졌다.
1238 내려오니 총무 만석이형이 반겨준다. 출발 형태로 주차해 놓지 않았다 하여 한 소리 듣는다. 결국 그 날 저녁에 반전이 일어났지만. 거문의 허탈함을 물영아리가 충분히 메꾸고도 남았기에 신의 한수라 했다. 그렇다. 로드맵을 짜는 병선이 형과 그것을 검증하는 희용형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다시 또 오고 싶은 오름이다.
만석이형이 자리땜에 오전부터 애가 탄 오름나그네에 도착했다.1300. 맛집인지 사람들 꽤나 많다. 우린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무사히 자리를 잡았다. 주문은 병선이 형 도맡았다.인력이 없나보다. 보말5 성게1 들깨칼1과 파전, 막걸리를 시켰다. 음, 꿀맛이다. 진국이다. 무척 쫀득쫀득하다. 파전을 하나 추가 한 것 같다.병선이 형은 맥주를 시키고 희용형은 운전으로 술을 아니 먹는다. 그 좋아하는 술을 피하다니. 만석이형이 쏘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1347에 일어서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나눈다. 천년의 숲 비자림에 1420 도착하여 1510까지 머문다. 오전엔 산을 오르는 코스라면 오후는 휴식을 취하는 일정을 잡아 두었다. 벼락맞은 비자나무-송이길-돌멩길-새천년비자나무-비자연리지-돌담길의 코스로 움직였다. 숲이 무척 우렁차다.빼곡하다. 천년을 버텨온 무게감이 존경스럽다.누군가 오름나그네의 막걸리 총량을 이기지 못하고 시비를 하였다는 얘기가 흘려 나오고 있었다.차량이 많이 붐볐다. 날씨는 따갑다. 숲속이라 느끼지는 뭇했지만 나들이객이 이곳에만 온 것 같다. 그만큼 편안한 장소라서 그러지 아니했을까.
1510 출발하여 오수를 꿈꾸며 서귀포 자연 휴양림으로 향한다. 상당히 먼 거리다. 모두들 뻗어 버렸다. 희용형 혼자 운전 하느라 무척 고생했다고 나중에 들었다.1630 도착했으니 거의 1시간 20분을 쌩 운전한 셈이다.56키로 운전. 희생과 봉사에 경의를 표합니다.
1630 조금 늦은 것 같다. 1800에 나가야 하니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병선이형이 걷기를 주장하였으나 시간상 전망대 입구까지 차량으로 관통하여 전망대를 오르고자 하였다. 이곳은 생태관찰로, 건강산책로, 어울림숲길, 유아숲체험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들 가고 싶은 곳이다. 숙박동에서 머무는 사람은 한결 여유있어 보였다.
1650전망대 입구 도착하여 법정악전망대까지 620미터 걸었다. 분홍꽃이 높다란 나무에 걸려 있어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만석이형이 네이버 식물찾기 서비스를 통해 척척 맞추었다. 전망대에 이른다. 주변 경관이 아주 좋다. SBS적힌 컵을 사용한 자매(모녀?)가 위치를 잡아가며 우리들의 인생샷을 선물해 주었다. 제주도의 푸른 밤 노래가 계속 울려 퍼졌다. 유튜브로 말이다.
원래 이곳서 독서하자고 회장님 엄명있었던지라 가져 간 시집을 펼쳐 놓고 몇 수 읽었다. 이곳서 텐트치고 싶어하는 병선형을 달래어 하산길로 나섰다.
1755에 자연휴양림 후문으로 빠져 나와 곧장 서귀포로 돌렸다. 날씨는 여전히 좋다.
환속의 절차를 밟고 있다. 주변이 시끌벅적하다. 우리는 귀향하였는가. 우리의 고향은 산인가, 도회인가. 신선의 세계에서 넘어 온 것만은 확실했다. 서귀포 명물 백반집 삼보식당에 1830 도착한다. 약간은 흐름해보이지만 허영만 식객에 그려진 맛집이란다.
뚝배기4 고등어조림 구이 갈치구이를 시킨다.
우도땅콩막걸리를 만석이형이 놓칠리 없다. 총무가 운전대를 잡는다. 희용형 부담없이 술병을 지휘한다. 병선형은 소화가 안된다며 탐방을 떠났다. 음식이 기가 막히다. 기가 막히다는 소리 여기 저기서 들린다. 특히 만석이형의 리액션은 아주 컸다. 희용형의 만담에 호랭이가 뿜어내는 리액션에 못지 않았다. 회장님이 쏘았다.감사할 따름이다. 서귀포에 온다면 놓치고 싶지 않는 식당이다.
밖으로 나와도 어둡지 않았다. 탐방나간 병선이형의 차량 요청으로 하논분화구로 달려갔다. 노을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병선이형은 아주 세심하다. 노을을 사진에 담기 위해 콜이 많다.나중에 확인보니 역대급 사진이 나와 있었다. 하논 분화구는 주택과 경작 논이 혼재되어 있는데 곧 정비하여 세계적 유산으로 거듭날 것 같았다. 근육량 측정을 한다면 누가 일등일까. 희용형 병선헹 종원형 다들 만만치 않은데 호랭이는 병선이형에게 한표 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니 여덟시 쯤.
해수사우나에 다들 가고 호랭이 희용형 종원형은 리조텔 방안에서 목욕한다.
마지막 파티가 시작되었다.
총무가 헌정한 금문고량주(56도)가 주인공이다. 속으로 타들어가는 짜릿함에 전율하며 한잔 한잔 쌓여 갑니다. 삼일간의 얘기들 끝없이 이어집니다. 고생한 얘기도 서운한 얘기도 나눕니다. 총무와 병선이형 몇 마디 주고 받는데 전기가 나가버립니다. 아니 요새도 불이 나가나. 전기는 곧 복구됩니다. 물영아리 주차장건도 사실은 총무가 이동하기 편하게 차를 다시 주차해 놓았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네요
드뎌 고량주가 동이 났다. 편의점에 가서 17도 21도와 카스맥주를 사온다. 총평이 시작되고 한 마 디씩 정리를 한다. 한결같이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혜은이의 감수광,열정이 울려퍼진다.
이번 여행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펼쳐집니다.
희용형 벌떡 일어서더니 진주난봉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한 소절 들어봅시다
사랑방에 나가보니 온갖가지 안주에다
기생첩을 옆에 끼고서 권주가를 부르더라
이것을 본 며늘아가 아랫방에 뛰어나외
아홉가지 약을 먹고서 목매달아 죽었더라
이 말 들은 진주낭군 버선발로 뛰어나와
내 이럴 줄 왜 몰랐던가 사랑 사랑 내 사랑아
화류정은 삼년이고 본댁정은 백년인데
내 이를 줄 왜 몰랐던가 사랑 사랑 내 사랑아
희용형의 구수한 타령이 리조트를 휘감아돌았다. 다들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 최고의 한 장면이다.
이제 대놓고 노래 부른다. 희용형이 명태를 부르고, 종원형이 아빠의 청춘을, 만석이형이 한의한(제목 확실치 않음), 호랭이가 광야에서 , 직녀에게를 부릅니다.
리조트가 뜨들썩합니다. 술이 떨어지고 맙니다. 편의점에서는 12시 넘어 팔지 않는다고 종원형이 다급히 전합니다. 나가자, 밖으로 나가자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희용형이 바람을 잡습니다. 호랭이는 고민이 됩니다. 첫 비행기 예약으로 다섯시 반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민끝에 주저 앉습니다.
다들 마지막으로 행복한 잠자리에 들어 갑니다. 우리의 사랑과 우정과 행복이 꽃을 피우더니 열매를 맺었습니다.
첫댓글 단숨에 세편을 다읽었다. 타고난 순수의 감수성으로 읽다보면 자연스런 운률로 뭇 사람의 마음을 즐겁고 감탄을 자아내게한다. 우리 산악회의 보물! 희용의 말빨도 훌륭한터 녹음으로 들을 방법없을까? 아톰은 연구하라.
하 😄하 😃하😚
재밌네, 호랭이가 쓰는 산행기는 항상 여전하다는 생각이 드네
항상 그 맛을 유지하는 노포 맛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