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겨울바람이 지나가자 낙엽을 떨군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내 놓고 서있다. 겨울이
깊어지면 다시 또 새해가 시작되리라.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즈음, 근로복지공단 등에 이것
저것 신고할 일이 생긴다.
지난여름 어느 일요일이었다. 갑자기 우리 아파트 관리원이 병원에 입원하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6시 교대하려고 아침에 깨어보니 왼쪽 팔에 감각이 없어 우선 119에 신고했다고
한다. 급히 가까운 일원동 한 병원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았다.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원대복
귀의 날을 남겨놓고 있지만 말 대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가끔 비번 날 과음한 흔적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 나타났지만 어디 하나 아픈 기색이 없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대체근무자는 급한 대로 충원하고 어느덧 반년이 가까워온다. 지금은 병
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다지만 지팡이를 짚고 아직 불편한 왼쪽 팔의 모습은 세월 흐름에 따
라 마모된 육신을 보게 한다.
뇌졸중은 보통 고혈압 등의 지병으로 나타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보통 열악한 아파트
현장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아파트 관리원은 최근에야 산업재해 대상자로 결정되
었다. 심야에 주차 문제로 취객에게 시달리는 등 일상의 분쟁으로 여러 가지 건강을 해친 사
유를 적은 것도 주효했다. 산재대상자는 근로기준법 상 복직 후 1개월까지는 해고가 안 된다
고 명시되어 최소한의 신분보장 규정이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물었다. 산재대상
자가 고혈압도 없고 당뇨병도 없는데 어떻게 뇌졸중이 올 수 있냐고? 혹시 요새 맞은 예방
접종 때문인 것 아니냐며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듯 했다.
누군가 기적은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라고 했다. 건강의
중요성을 미처 못 느끼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다. 몇 년 전 일이다. 정원에 있는 은행나
무, 단풍나무, 향나무 등의 전지작업을 며칠 간 마치고 잘라낸 가지를 일일이 잘게 톱으로 썰
어버리는 과정에서 조금 무리했는지 오른 쪽 팔꿈치에 통증이 왔다. 동네 정형외과에 갔더니
비급여가 너무 많이 나온다. 오히려 큰 병원이 의료보험 적용으로 더 저렴하다. 그때 처음 산
재보험을 신청했지만 무슨 까닭인지 불가판정을 받아 실망한 적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근로복지공단의 퇴직 경력이 있는 상담사가 출장 나와서 산재근로자가 직장을
복귀하면 여러 가지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고 보니 연 초에 미화원이 퇴
근하다가 지하철 입구에서 발목을 접질려서 정형외과 치료와 함께 몇 개월 산재대상 판정을
받고 휴직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 대체인력지원금이 최대 월 60만원까지 보조된다는 사실
을 그제야 알고 대처를 못한 게 아쉬웠다. 진작 알았다면 대체인력을 고용했을 텐데 괜히 아
르바이트를 쓴 것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고 굳이 경험을 통하지 않고도 무수히 널려있는 정
보 속에서 고르면 될 일인데 말이다. 아무튼 주변에서 갑작스런 산업재해를 당한 분들이 하
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여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