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일요일, 남편과 서울에 있는 딸을 찾아가기로 하고 KTX를 탔다. 서울역에서 만난 딸과 우리는 성북동 길상사로 향했다. 길상사라 하면 바로 백석과 자야와 법정스님과의 깊은 사연이 있는 곳!
우선 점심을 해결하기로 합의하고(이럴 때 우리 가족은 참말 잘 화합한다ㅋㅋ) 길상사 근처 <구백집>으로 향했다. 마지막에 나온 냉모밀은 사진도 안 찍었다~요렇게가 36000원. 강추할 만한 맛집 인정!
길상사 가는 길, 성북동이 진정 부촌이다 싶었다. 집집마다 대저택 포스. 길상사 앞에 효재 가게가 있어 잠시 구경했는데 기념 삼아 사기에는 가격이 사악하기 그지없다. 보는 걸로 만족!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길상사.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눈이 푹푹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내리는날 흰당나귀를 타고 산골로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가 마가리에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가 없다 언제 벌써 나한테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게 아니라 세상같은 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라고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것이다
*이 시의 주인공을 김영한 여사로 알고 있는데 다른 의견도 있다. 아무래도 백석이 돈주앙 기질이 있었던 듯(제 생각입니다ㅎㅎ)
우리나라 3대 요정 중 하나였던 대원각. 이 대원각의 주인은 백석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주인공 김영한 할머니. 백석과의 애틋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셨던 김영한 할머니는 당시 싯가 1000억원에 해당하는 대원각을 법정스님께 맡겼고 스님은 길상사를 만드셨다. 무소유를 지향했던 법정스님의 면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상사.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서 우리는 법정스님이 그러셨을 자세로 마루에 걸터 앉아 비를 감상했다. 아무 일도 안하고 비를 감상한 게 얼마만인가...
그리고 걸어서 향한 곳은 작가 이태준의 <수연산방 > 비가 왔지만 그래도 걷기 좋은 곳 성북동. 이태준이 정성을 다해 지은 수연산방은 지금 찻집으로 성업 중. 사람들이 바글바글~~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서대문 형무소. 독립기념관에 비하면 규모는 작았지만 역시 역사의 현장이라는 위압감 때문인지 가슴이 찡하고 무거웠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안 남아 자세히 관람하진 못했다. 아래 사진은 사형장 입구에 있는 미루나무. 그리고 사형장 안에 있는 미루나무는 죽어있다. 나무도 그 기운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존경하는 강우규 열사가 순국하신 곳, 서대문 형무소. 착찹했다.
다시 KTX를 타고 돌아오는데 너무 피곤했는지 천안아산 역을 놓칠뻔했다. 남편과 나는 고개를 요란하게 떨구며 잠이 들었는데 아산 어쩌구 하는 소리에 후다닥 일어날 수 있었다.
첫댓글 선생님~ 모습 여전히 고우시네요. 달콤한 가족나들이 보기 좋아요. 궁금한 모습 카스에서만 살짝살짝 엿보고 있었답니다.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 존경을 보냅니다.
선생님 모습 오랜만인데 하나도 안변하셨네요.... 여전하시네요~~~ 너무 보기 좋아요....
모모님~~반갑습니다~~~어째 뵙기가 정말 힘드네요~~저는 여전히 도서관 수업하며 지내고 있어요. 쌤~~예쁜 가을되시고 오가다 뵐 수 있길 빕니다^^
푸르뫼님~~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죠~~시간은 참말 무정하네요. 늘 잘 지내시고 뵐 수 있는 날을 고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