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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립취지 잃은’ 영재학교 ‘폐지론’ 비등.. '원년 20년만에 의대 양성기관? '
'8개교체제 이후 이탈비율 늘어나는 구조적 역설'.. ‘글로벌 AI시대 역행 장본인’
[베리타스알파=이상현 기자] 전국 8개 영재학교 출신들의 이공계 현장 이탈이 심화하면서 설립취지를 잃은 영재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베리타스알파는 2003학년 영재학교 효시인 한국영재 출범 이후 첫 졸업자를 배출한 원년 2006학년부터 2025학년까지 20년간의 영재학교의 운영실태를 면밀히 따져봤다. 진학상황이 첫 공개되기 시작한 2010학년부터 2025학년까지 지난 16개년간 대학알리미 ‘신입생의 출신 고교 유형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재학교의 이공계 이탈규모(서울대+이공특 미진학 인원)는 지난 16년 전보다 88배 폭등했다. 대학입학인원이 약 7배(2010학년 139명→2025학년 963명) 늘어나는 동안, 영재학교의 이공계 이탈규모는 무려 88배(4명→352명)나 급증한 상황. 이공계 인재양성을 취지로 설립한 영재학교가 정치적 나눠먹기식으로 8개까지 확장되면서 의대이탈을 중심으로한 이공계 이탈규모가 오히려 늘어난 모순이 수치로써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AI시대, 이공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기는 커녕 역행을 주도하는 주체가 영재학교임이 드러난 이상 8개 영재학교 폐지를 통한 국가전략의 전면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입학에서의 이탈보다 심각한 문제는 영재학교의 의대 주요 진학 루트인 ‘징검다리 이탈’까지 고려하면 실제 영재학교 이공계 이탈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7학년 영재학교에 입학한 학생을 25년간 추적관찰하는 연구인 ‘영재종단 2017’을 분석한 결과 N수를 통한 ‘징검다리 의대 이탈’이 신입생이탈보다 최소 160%는 많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태. 실제 2017영재학교 신입생 490명 가운데 고3 신분으로 의약계열로 진학한 학생은 약 31명(6.4%), 졸업생은 약 49명(10%)으로 ‘징검다리 이탈’ 이 고3보다 규모가 컸다. 전체 490명 기준으로는 80명(16.3%)이 의대로 향했다. 특히 2017영재학교 출신의 대입원년이 2020학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대열풍 3년(2023-2025학년)을 거치면서 징검다리 이탈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대열풍이 본격화한 2023학년부터 의대증원으로 방점을 찍은 2025학년 3년간 의대에 도전하는 영재학교 출신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대 이탈규모는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학입학자수에서 영재학교 8개교의 통상 고3 현역규모인 800명을 빼서 추정한 'N수생 규모'도 최근 3년간(2023~2025학년) 의대열풍의 위력을 그대로 반영한다. 전국 영재학교 8개교가 처음으로 졸업자를 동시에 배출한 해는 2019학년. 당시 8개교의 대학입학인원은 845명. N수생이 포함된 점, 8개교의 모집인원이 정원내 790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8개교의 고3 현역 규모는 800명 안팎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 800명을 8개교 현역 대입자원이라고 가정하고 N수생 규모를 추정해보면 2023학년 142명(대학입학자 942명), 2024학년 126명(926명), 2025학년 163명(963명)이다. 의대열풍 본격화 이전인 2020학년 105명(905명), 2021학년 106명(906명), 2022학년 107명(907명) 대비 N수생 규모가 유독 두드러진 게 확인된 셈이다.
알리미 대학입학자수에서 추정한 N수생 규모에 영재종단 2017 데이터와 서울대+이공특 미진학 규모를 활용하면 2025학년 영재학교 출신의 70%까지 이공계를 이탈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실제 2025학년 영재학교 고3 자원 약 800명 가운데 얼마나 이공계를 이탈했을까. 우선 영재종단2017 연구를 분석한 결과 당시 고3 현역으로 의대에 간 인원이 6.4%임을 환기하면 2025학년 800명의 6.4%인 50명 정도가 고3현역으로 의대에 갔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여기에 통상 800명 안팎이라는 영재학교 대입자원의 규모보다 많은 대입입학인원 963명에서 사실상 의대가 목표인 N수생의 규모를 163명으로 추정 가능하다. 결국 현역 고3과 N수를 합한 전체 '의대 이탈규모'는 213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4명 중 1명 꼴로 의대로 이탈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물론 N수생 163명이 모두 다음 2026대입에서 의대에 가지는 못하겠지만 '대학 입학'이 아닌 '졸업' 기준의 전주기적 관점에서 보면 N수를 해서라도 의대로 향할 확률이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여기에 사실상 고3 현역의 선택지인 이공계 이탈인원 352명(서울대+이공특 미진학) 중 현역으로 의대로 간 50명가량을 제한 302명을 합하면 최대 515명까지도 서울대+이공특 외 의대를 포함한 다른 대학으로 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비율로 보면 64%(서울대+이공특 미진학 515명/입학인원 800명). 영재종단 2017 조사 시기보다 최근 3년간 의대열풍이 거셌던 점을 반영하면 최대 70%이상까지도 이탈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해 영재학교 대입자원 10명 중 7명이 이공계 현장을 이탈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수치다.
다만 본 기사의 영재학교 기준은 졸업생을 최초 배출한 ‘대입 원년’별로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인천영재는 2016학년 출범했으나 대입 원년인 2019학년부터 수치에 포함되는 식이다. 영재학교 출신들의 대학 진학 현황은 2010학년부터 2025학년까지 11년간 대학알리미 ‘신입생의 출신 고등학교 유형별 현황’을 바탕으로 취합했다. 2010~2011학년엔 한국영재가 유일한 영재학교로 졸업생을 배출했고, 2012학년에 대입원년을 맞은 서울과고가 합류하면서 2개교로 늘어났다. 이후 2013학년 경기과고, 2017학년 대전과고 광주과고 2개교, 2018학년 세종영재, 2019학년 인천영재 순으로 대입 원년을 맞아 2019학년에 최초로 8개교가 졸업생을 모두 배출했다. 기사 내 ‘이공특’ 기준 역시 연도별로 다르다. 2010학년 GIST 최초 학부 선발, 2014학년 DGIST 최초 학부 선발, 2022학년 켄텍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즉 2010~2014학년까지는 ‘카포지유’ 4개교, 2014~2021학년은 ‘카포지디유’ 5개교, 2022~2025학년까지는 ‘카포지디유켄’ 6개교가 이공특에 해당하는 것이다.
영재학교 출신들의 이공계 이탈규모가 심화하면서 영재학교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DGIST 제공
<‘훼손된 설립취지에 폐지 목소리’.. ‘이공계 이탈규모 폭등’>
전국 8개 영재학교 출신들의 이공계 현장 이탈 규모가 영재학교 대입원년 때보다 급격하게 확대되자 영재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재학교 효시인 한국영재의 대입원년은 2006학년이지만 대학알리미 첫 공시인 2010학년부터 2025학년까지 ‘신입생의 출신 고등학교 유형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재학교의 이공계 이탈규모(서울대+이공특 미진학 인원)은 지난 16년 전보다 88배 폭등했다. 2010학년엔 대학입학인원 139명 중 단 4명이 서울대와 이공특에 진학하지 않았으나 2025학년엔 965명 가운데 352명이 이탈한 상황. 대학입학인원이 약 7배(2010학년 139명→2025학년 963명) 늘어나는 동안, 이공계 이탈규모는 무려 88배(4명→352명)나 늘어난 셈이다. 영재학교와 교육 지향점이 같은 이공특과 국내 최고 학부이자 연구중점대학인 서울대를 제외하고 의대 등 다른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비율로 봐도 이공계 현장 이탈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공계 이탈비율은 2010학년 2.9%에서 2025학년엔 36.6%까지 1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시확대 기조 영향으로 2022학년엔 이탈비율이 무려 42.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는 영재학교의 설립취지가 훼손된 상황. 영재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배경이다. 이공계 이탈비율은 서울대+이공특 미진학 인원을 영재학교 전체 대학 입학인원으로 나눠 산출했다. 주의할 점은 영재학교 당해 고3 대입 자원이 아닌 대학에 입학한 모든 영재학교 출신들의 대학 진학 현황 기준이라는 점이다. 고3 가운데 재수를 택한 학생, 영재학교 졸업 이후 다른 대학에 입학 후 재입학한 경우도 모두 포함된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역설적이게도 영재학교가 늘면서 이공계 이탈비율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한국영재 1개교 시절인 2010학년 이탈비율은 2.9%(서울대+이공특 미진학 4명/입학인원 139명)였으나 2019학년(대입원년 기준) 8개교 체제가 형성된 이후 이탈비율이 가장 높았던 2022학년엔 42.1%(382명/907명)로 약 15배 급증했다. 같은기간 대학입학인원은 약 6.5배 증가했으나, 이탈규모는 무려 95.5배 확대된 것이다. 한국영재에 이은 두 번째 영재학교인 서울과고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2학년 역시 이탈비율이 23.5%(50명/163명)로 한국영재 1개교 시절보다 8배가량 확대됐다. 대학입학 학생 수는 1.5배 밖에 늘지 않았으나 이탈규모는 무려 12.5배 확대됐다. 경기과고가 대입원년을 맞은 2013학년엔 3개교 18.8%(72명/382명), 대구과고 합류한 2014학년엔 4개교 23.9%(119명/498명), 대전과고 광주과고가 합류한 2017학년엔 6개교 33.1%(217명/655명), 세종영재가 합류한 2018학년엔 7개교 32.2%(236명/734명), 인천영재가 합류한 2019학년엔 8개교 35.1%(297명/845명)의 추이로 대체적으로 영재학교 확장에 따라 이탈비율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물론 비율이 소폭 감소한 연도가 있긴 하나 이공계 인재 육성이 목적인 영재학교 확장에도 이탈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예산은 예산대로 나가고 이공계 이탈규모는 커져만 가니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비판 역시 거세지고 있다.
영재학교 출신들의 서울대+이공특 이탈은 사실상 의대행으로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의대 주요 진학 루트인 ‘징검다리 이탈’까지 고려하면 이탈비율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영재종단 2017’을 분석한 결과 2017영재학교 출신의 ‘징검다리 의대 이탈’이 고3 규모보다 최소 160%는 많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2025학년엔 의대 이탈비율이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게 정설로 통한다. 최근 3년간 정시확대, 의대증원으로 대입판도가 의약계열-서울대-이공특으로 서열화된 데 더해 의대증원으로 의대열풍이 방점을 찍은 상황. 영재종단 2017데이터에 알리미 대학입학인원을 통한 추정한 N수생 규모와 영재학교 출신의 서울대+이공특 미진학 규모를 통해 이공계 이탈비율을 추정해보면 70%까지도 이탈을 점쳐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공계 인재양성이라는 취지하에 존립하는 영재학교의 운영목적이 위배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재학교 이공특 진학 비율.. 2010학년 79.1%→2025학년 21.5% ‘대폭 하락’>
서울대와 이공특을 나눠보면 영재학교 출신들의 이공특 진학 비율은 지난 16년 전보다 대폭 하락했다. 2025학년 대학에 입학한 영재학교 출신 중 카포지디유켄에 입학한 신입생은 207명이다. 전체 입학생 963명의 21.5%에 해당한다. 16년 전인 2010학년 79.1%와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이다. 2010학년 한국영재 1개교 시절, 대입자원 139명 가운데 110명이 이공특에 진학했으나, 2025학년 8개교 체제에선 963명 가운데 단 207명밖에 이공특에 진학하지 않았다. 대입자원은 약 7배 확대됐으나, 이공특 진학규모는 2배도 넘기지 못한 셈이다.
영재학교의 이공특 진학비율은 서울대 진학과 의대 이탈이 맞물리면서 대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공특 진학비율은 2010학년 79.1%(이공특 110명/입학인원 139명)를 시작으로 2011학년 60.9%(92명/151명), 2012학년 41.3%(88명/213명), 2013학년 37.2%(142명/382명), 2014학년 34.1%(170명/498명), 2015학년 39.6%(194명/490명), 2016학년 35%(181명/517명), 2017학년 34.2%(224명/655명), 2018학년 32.2%(236명/734명), 2019학년 30.1%(254명/845명), 2020학년 28.4%(257명/905명), 2021학년 24.2%(219명/906명), 2022학년 21.2%(192명/907명), 2023학년 25.9%(244명/942명), 2024학년 22.8%(211명/926명), 2025학년 21.5%(207명/963명)의 추이다. 2010학년부터 2014학년까지 감소하다, 2015학년 소폭 상승, 다시 2022학년까지 8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2023학년 또 한 차례 소폭 반등했으나 이후 2년간 다시 축소세에 접어들었다.
이공특 진학비율 감소 원인으로는 서울대 진학과 의대이탈도 주효하겠지만 중도이탈을 우려한 이공특의 선발 경향과 영재학교 출신들의 선호도 하락이 맞물린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광풍 영향 탓에 영재학교 출신 사이에서도 의약계열-서울대-이공특 순으로 판도가 굳어지면서 의대를 최우선 선택지로 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공특 입장에서는 중도이탈 리스크가 큰 영재학교 출신보다 이공계 진학에 대한 진실성이 돋보이는 일반고 출신을 선발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영재학교 학생들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굳이 이공특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재학교 서울대 진학 비율.. 2015학년 18%→2025학년 42% ‘상승’>
반면 영재학교 출신들의 주요 진학대학인 서울대의 경우 이공특과는 상황이 반대다. 2010학년 18%(서울대 25명/입학인원 139명), 2025학년 42%(404명/963명)로 16년전 보다 약 24%p 증가했다. 16년전보다 진학 비율이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이공특과 달리 압도적인 선호도를 자랑하는 서울대의 경우 영재학교 출신에게 여전히 높은 선호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영재학교 출신들의 서울대 진학비율은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상승폭이 더 두드러진다. 2010학년 18%(서울대 25명/입학인원 139명)를 시작으로 2011학년 27.2%(41명/151명), 2012학년 35.2%(75명/213명), 2013학년 44%(168명/382명), 2014학년 42%(209명/498명), 2015학년 32.7%(160명/490명), 2016학년 37.3%(193명/517명), 2017학년 32.7%(214명/655명), 2018학년 35.7%(262명/734명), 2019학년 34.8%(294명/845명), 2020학년 31.2%(282명/905명), 2021학년 36.1%(327명/906명), 2022학년 36.7%(333명/907명), 2023학년 35.6%(335명/942명), 2024학년 39.2%(363명/926명), 2025학년 42%(404명/963명)의 추이다. 최근 3년간 거셌던 의대열풍에도 서울대 진학비율이 상승한 모습이다.
특히 학종의 정량화를 가속화한 ‘서류 블라인드’ 도입 영향으로 2021학년 진학비율의 상승폭이 큰 점이 눈에 띈다. 영재학교의 경우 학생부 틀이 일반고와 명확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수업 시수 자체가 달라 이수 과목에서 일반고와 정확히 구분되는 상황.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블라인드 취지와는 달리 영재학교 등 특목고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아 버린 셈이다. 실제 영재학교 출신들의 서울대 진학 비중은 서류 블라인드 도입 이전인 2020학년 31.2%에서 도입 이후 2021학년 36.1%까지 증가했고, 2022학년 36.7%, 2023학년 35.6%, 2024학년 39.2%, 2025학년 42%의 추이로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 업계전문가는 “학종의 정량화를 가속화해온 서류 블라인드 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대에 영재학교를 비롯한 과고/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건 학종의 서류 블라인드 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블라인드 도입 이후 고교별 학업환경 차이를 확인할 자료가 사라지면서, 수시에서 일반고가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서울대 진학비율이 늘긴 했어도 의대로 이탈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문제다. 서울대가 이공특보다는 선호도가 높긴 하나 의대에는 밀리는 만큼, 영재학교 출신 역시 서울대보다는 의대를 최우선 순위로 두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시40%로 문호가 열려 있는 만큼 무한N수를 통한 의대 진학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학업역량이 출중한 영재학교 학생의 경우 일단 서울대에 진학 후 다시 정시로 의대 입학을 노리기 충분한 셈이다. 영재학교 출신들의 ‘징검다리 의대 이탈’이 고3 현역보다 규모가 컸다고 밝혀진 만큼 서울대 역시 영재학교 출신들의 종착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총체적 난맥’ 영재학교 폐지론..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 멈춰야>
총체적 난맥을 겪고 있는 영재학교 폐지론이 힘을 얻는 가장 큰 배경은 최근 심상치 않은 글로벌 흐름이다. AI시대, 대만의 엔디디아 중국의 딥시크 등 이공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글로벌 시류가 거세질수록 거리는 더욱 멀어지도록 만든 영재학교인 만큼 폐지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공계 양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세계흐름과 반대로 국내에서는 이공계 양성의 큰 축인 영재학교에서 의대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한 명의 이공계 인재라도 제대로 육성해야 100년의 세계패권싸움에서 뒤처지지 않을터인데 의대 사관학교냐는 비아냥만 커지고 있으니 영재학교 폐지론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립취지를 잃은 영재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10명 7명 꼴로 이공계 현장을 이탈할 수 있는 상황의 영재학교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과고도 있는 마당에 광역시급마다 8개의 영재학교를 우후죽순 늘린 점도 지적된다. 진짜 과학영재를 육성하려는 교육적 의도보다는 ‘지역별 나눠먹기식’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교육의 정치화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 인재 육성이 목적이라기보다 최고 선호도 고교유형을 지역에 유치해 표를 획득하기 위한 선심정책에 불과한 만큼 우후죽순 늘린 영재학교가 과연 과학인재양성의 실효성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영재학교가 현 고입체제에서 유일하게 ‘특차'라는 대접을 통해 4차례나 고입기회를 얻는 특혜받은 고교유형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성이 더해진다.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이공계 양성 오직 하나만을 취지로 전기 과고, 후기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별개로 지원 가능하고 거주지역에 제한 없이 전국단위 선발이라는 일종의 특례까지 받고 있음에도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영재학교 출신들이 의대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차이자 전국단위 모집인 영재학교에 떨어지면, 전기 모집을 실시하는 지역 내 과고로, 여기서 또 떨어지면 후기에 과학중점학교까지 지원가능하다. 과중마저 떨어져도 일반고로 갈 수 있어 4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외고 국제고와 달리 이공계 인재양성을 취지로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거라 볼 수 있는데 이공계 이탈이 되레 심화하니 영재학교 폐지론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시점 영재학교의 이탈을 막을 실효성 있는 제재가 없다는 점도 심각하다. 영재학교 차원에서 의대 진학을 제재하고 있긴 하나 종합대나 이공특에 진학 후 다시 의대로 재진학하는 이른바 ‘징검다리 이탈’은 막을 방도가 없다. 영재학교 출신들의 N수를 통한 징검다리 이탈이 고3 현역으로 의대에 한 규모보다 통상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대 진학을 전혀 막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재학교 차원의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책이 아닌 대입 주체인 대학(의대)이 영재학교 출신을 선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최대 사교육유발전형 20년동안 운영되어온 데다 수요자를 무시한 학교의 깜깜이입시 운영이 겹치면서 완벽하게 사교육을 통해 입성가능한 문호를 만들었다는 점 역시 심각한 문제다. 영재학교 8개교는 아예 상위 교육과정 문제, 선다형이나 단답형 위주의 지식평가, 과다한 문항 수를 수반한 높은 수준의 지필고사를 입학시험 해설 없이 시험지만 달랑 공개하는 만행으로 수요자들을 아예 사교육으로 몰아가고 있고 사교육관행에 찌든 수험생과 학부모는 영재학교 진학이후에도 다시 학원의 의대반체제에 머물면서 의대진학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게다가 진정으로 수학 과학에 흥미를 느끼거나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아예 기회를 잃고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소위 ‘있는 집안’ 자식들만 의대보내고 있다는 사회계층적 심각성까지 거론되면서 폐지론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성' 차원에서라도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 대신 ‘초중등 관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공계 이탈이 곧 수학과학에 진정으로 뜻이 있는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을 경시하지 않는 차원에서라도 수학과학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있고, 인간성까지 갖춘 학생을 초중등 교사가 추천하는 식으로 입시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진정으로 과학의 진로를 펼치고자 하는 학생들의 기회를 사교육 여부로 박탈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있는 집 자식들 의사 만들어주기 위해 영재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현행 영재학교 입시에도 관찰제인 한국영재의 ‘장영실 전형’이 있지만 한계를 보완해 관찰제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영실 전형은 수학과학 지식을 묻는 지필고사 없이 기록물 평가와 심층구술면접만을 진행하는 일종의 관찰제전형이다. 다만 선발 규모가 정원내 25%로 30명 내외로 작다는 점과 한국영재 자체적으로 시행하다 보니 선발체제가 제대로 잡혔을지 의문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한 업계전문가는 “장영실전형의 경우 정원내 25%로 규모가 작다. 입학생 전원을 100% 관찰제로 선발해야 사교육이 사그라들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제대로 된 영재선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각 영재학교가 관찰제를 따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으로 통일된 체제하에 동일하게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결국 전국의 초중등 교사들에게도 어떻게 영재성을 발굴할 수 있는 지 등을 자세하게 교육하면서 선발방식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