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 은빛 수필문학회 :소 순 원
부모님들이 어렵게 일궈온 삶의 유산을 힘겹게 유지하려는 부모님을 돌봐 드리기 위하여 처자식들과 별거중인 가장들이 있다. 처는 자식들이 대학에 다니거나 결혼하지 못하고, 직장에 다니는 자식들을 거두어 돌보느라 자식들 곁을 떠나지 못한다.
정년퇴직한 남편은 연세 높으신 부모님이 어렵게 영농하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어서 선택한 방법이 부모님 곁으로 내려와 부모님의 중노동을 적극 만류하고, 규모를 줄여가며 영농 활동을 떠맡아서 생활하는 방식이 백세시대의 가장들이 선택한 생활방식이 된 것이다.
연세 높으신 부모님들이 생존해 계시고 정년퇴직한 가장들이 부모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인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가장을 낳아서 길러주시고 취직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신 부님께 보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행복한 가장이기도 하다. 처자식들과 별거 중이지만 고마우신 부모님들과 동고동락하는 기쁨도 있는 것이다.
인후공원 도당산에 효자 소나무가 있다는 신기한 소식을 듣고, 부모님의 경제력과 유산에 빌붙어 살아가는 자손들이 증가하는 시대상황에서 귀감이 될 것 같아 그 소나무들의 생존 실태를 탐색해 보기로 작정하였다. 평소에 가보지 못한 산자락을 뒤졌지만 그런 소나무들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구석 저 구석 후미진 곳을 헤매다가 어렴풋이 모자지간 같은 소나무 두 구루를 발견하였다. 두 소나무가 자리한 곳은 대광사 사찰의 뒷산에서 동동남쪽의 왼쪽 방향으로 원호를 이루며 미약하게 뻗어난 산줄기가 있는데 그 산줄기 끝 부분에서 생존하고 있다. 대광사, 송정써미트, 삼호아파트 뒤로 난 산책길에 접해 있었다. 주변엔 작은 채전들이 산재해 있다.
동쪽, 북쪽으로 텐트를 치듯 많은 가지들이 널따란 그늘을 드리우고, 서쪽으로도 우산을 펼친 듯 가지를 뻗은 거대한 소나무가 남쪽으로 기울어진 원줄기로 백년도 넘은 듯이 생존하고 있다. 그 소나무에서 두자 가량의 거량의 거리의 남측에 아들 소나무의 원줄기도 남측으로 기울어진 채 중앙으로 가지들을 뻗어 삼단 같은 그늘을 드리우고 서남방으로 뻗은 가지는 부모 소나무에서 남측으로 뻗은 가지를 휘감아 잡을 듯이 서쪽으로 굽어서 뻗어 커다란 그늘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현상을 목격한 친구는 아들 소나무가 부모 소나무를 업고 있는 모습이라고 판단하고 휴대폰 인터넷에 올렸다. 그렇지만 내가 볼 때는 작은 소나무는 튼실한 지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사람이나 짐승 식물체까지 보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전체적으로 드러난 형상은 부모 소나무는 사방으로 아들 소나무를 둘러싸 안아 보호하는 형상이고, 아들 소나무는 감당이 지난한 커다란 몸체의 부모소나무를 지팡이처럼 지지하거나 업으려는 모습으로 생존하는 현상을 목격하였다.
준령의 끝자락에서 가물을 타고 있지만 두 소나무가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오래도록 생존하기를 기대한다. 큰 나무는 근변의 작은 나무들에게 큰 위해가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지만 이 소나무는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상태가 아름다운 생존이다.
도당산의 산책길은 대광사와 효자 소나무를 품어 안고 있어서 더 소중한 전주 시민들의 유산이라는 믿음이 깊어진다. 연세 높으신 부모님이 생존한 사람들은 부모님의 전업을 성의껏 도우며 효도하는 생활을 성실하게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참되고 아름답게 사는 중이라는 점을 마음깊이 새겨 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