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928 --- 토정비결 보며 엇갈린 희비
육칠십 년대 만해도 새해가 되면 한 해의 신수로 토정비결에 관심이 많았다. 비록 재미 삼아 보는 것으로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나쁘다고 하면 한동안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아 몹시 언짢았다. 그만큼 운에 관심이 많았다. 토정비결은 조선 중기의 학자인 토정 이지함이 지은 도참서로 개인의 사주 중 태어난 연·월·일 세 가지로 육십갑자를 이용하여 일 년 동안의 신수를 열두 달로 나눠 알아보는 방식으로 한 해의 사주팔자인 셈이다. 신수는 드러나 보이는 사람의 겉모양을 말한다. 그런데 용, 봉황, 주작, 현무, 해태 같은 상상 속의 동물을 신수가 좋은 신령스러운 짐승으로 여겨 신성시했다.
신수가 훤하다고 하면 얼굴에 웃음기가 넘쳐흘렀다. 취직하려면 인상이 좋아야 한다며 관상을 보기도 했다. 인상이 좋다고 하고 신수가 좋다고 했다. 그만큼 운을 따지며 중요시했다. 물론 좋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나쁘다고 하는데 문제의 발단이 된다. 인상이 좋다고 한다. 그것도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 첫 모습이 각인되어 오래도록 떠오른다. 취직하려면 얼굴을 뜯어고치는 성형수술까지 하다가 부작용도 속출했다. 같은 값이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노력의 결과이지만 끝에 가서는 운이 좋았다거나 없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미리 점을 보며 점괘에 따라 액막이굿까지 하였다.
사회가 불안하거나 불경기에는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점집이 불티났다. 내 운이 어쩐지 내 앞날이 어쩐지 궁금한 것이다. 지금은 비록 부족해도 앞날은 좋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평소에는 미신이라고 코웃음 치다가도 막상 다급해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번연히 헛된 일인 줄 알면서 빠져든다. 입시나 선거철이면 절정을 맞았다. 묘한 심리전으로 신기가 있지 싶다. 세상은 토정비결이나 점괘처럼 되지 않는다. 그래도 믿으며 위안을 받고 싶은 것이다. 물론 좋다고 하면 듣기에도 좋아 싱글벙글하면서 그냥 의례적인 것으로 여겼지만 나쁘다 하면 한동안 초조하며 불안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