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작] 다만 꿈이길. 그저 꿈이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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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속보입니다. 올림픽대교에서 버스와 가스를 실고가던 트럭이
추돌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큰 폭발음과 함께 트럭의 가스가 불로 번져.... ]
삑-
" 야. 진수정! 뉴스속보라잖아. 왜 끄고그래? "
" 이거봐. 나 또그래.."
" ....뭐..아 그거? 데자뷰라니깐? "
" 데자뷰아냐! 꼭 일어난단 말이야! "
" 어이구. 무당님 납시셨네~ "
옆에 있던 쿠션을 나에게 던지며
이제는 짜증난다는 듯 휙- 토라져서는
방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언니.
언니는 짜증이냐? 나는 공포다.
몇 달전부터 내가 꾼 꿈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곧 현실이 되어나타나버렸다.
처음에는. 우연이겠거니하였으나...
점점 한 차례. 두 차례..
현실이 되어나타나니, 이건 뭐. 완전 공포다.
" 언니라는게..도와주지는 못할망정. "
언니가 내게로 던졌던 쿠션을 원위치 시켜놓고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테이블 위에서 지잉~ 하고 울리는 내 휴대폰.
발신자를 보아하니.
남자친구 해승이었다.
" 여보세요? "
[ 마누라. 남편이다]
" 우리남편. 왜? "
[ 집 앞이니까, 나와라 오바 ]
해승이의 끝말과 동시에 끊겨진 전화.
집 앞이면 냉큼 들어올 것이지,
전화는 왜 한담?
투덜거리면서도 내심 해승이의 등장에
기분이 좋은 나는 빙긋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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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나가니, 정장차림의 남자친구가
꽤나 멋진 폼으로 서 있는 것이 보인다.
" 전해승! 혼자 영화찍어? "
" 그냥 멋지다고 해라~ "
장난끼 섞인 해승이의 말투에 픽- 웃어보이며
나는 그의 주변을 빙그르르 돌아주고는
굿이라는 사인(sign)을 엄지손가락으로 대신했다.
" 오늘 어디가? "
" 응. 촬영하러 "
" 무슨 촬영이길래 나한테 순순히 보고하셔? "
해승이는 어엿한 베테랑 모델.
고등학교 때 부터 잡지모델을 시작한 그는
이제 패션쇼 무대에서도 볼 수있는 유망주이다.
해승이와 3년을 사귀면서
모델촬영 스케줄을 나에게 말해주는 것은 처음.
그것도 직접 말이다.
" 전해승, 너. 항상 말도 안하고 있다가
짜짠- 하면서 잡지책 갖다주는 스타일아니었나~? "
" 얼굴을 못보니깐요. 당분간
그거 보고하러 왔습니다. "
" 응. 왜? "
" 6박7일로 영국간다 "
영국? ..말로만 듣던 해외촬영을
우리 해승이가 한단 말이야?
" 꺄. 잘됐다! 우리 남편 멋지네~ "
" 갑자기 잡힌 일정이라, 바로 가야돼.
이따 4시간 뒤에 비행기 뜨거든 "
" 어머. 정말?....너무 갑자기다. "
난 해승이의 얼굴을 잡아땡기다가
이내 울상어린 표정을 지었고.
해승이는 피식- 웃다가 나를 꼬옥 안아준다.
" 마누라야. "
" 응? 왜. 남편아 "
" 그렇게 유혹적인 표정은 나한테 치명탄데.. "
" 뭐? 유혹적인 표정? "
" 남편아. 가지말아주세요. 라는 표정 "
,,이라 말하며 해승이는 날 더 꽉 껴안았다.
휴. 일주일이래잖어.
혼자여행가는 것도 아니고 일하러가는건데.
그깟 일주일. 참으면 되지?
" ..갔다와. 올때 선물사오구! "
" 오케이. 그럼 남편 다녀오겠습니다 "
짧은 포옹을 마친 후.
활짝- 웃으며 멀어져가는 해승이.
난 그런 모습을 보며 굿바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
어? 여기가 어디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들 어딜가나봐.
커다란 짐가방에 외국인,,,,,
아. 공항이구나. 공항.
그런데 내가 왜...공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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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수정아! 진수정! "
아..꿈?
눈을 부비적 거리고 일어났을 때
모기잡는 홈키파를 든 채로
나를 흔들어 깨우는 언니가 보였다.
" 기집애야. 자려면 방에 들어가서 자. "
" 아...응. 몇시야? "
" 오후 5시. 해승이 영국간다며?
이제 비행기 떳겠네. "
" .....비행기..?.. "
" 그래! 비행기! 잠이 덜 깼니?
비켜, 모기 잡아야돼 "
쇼파에 누워있던 나를 밀어내는 언니.
비행기.
그래. 해승이 영국간다고 했지.
왜...내가 공항에 있는 꿈을 꿨을까?
.....설마.
안좋은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방으로 들어온 나는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해승이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리고 동시에 떠올려지는 공항에서의 나.
" 꿈은 꿈일 뿐이야...
꿈에서 난 그냥 공항에 서 있었을 뿐야.
...이유는 모른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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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각째각.
잠이 오질 않았다. 아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공항에서의 뒷 이야기가 꿈에서 나올까봐.
꿈을 믿는 건 아니었지만, 석연찮게도
꿈은 현실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해승이가 무사히 돌아올때까지.
난..잠을 자지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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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아. 너 도대체 몇 일밤을 샌거야? 응? "
" 아냐..잤어...방금.. "
" 거짓말 하지마, 너 피부가 장난아니야.
눈은 퀭해가지고..어서 들어가서 자.응? "
" 아냐..잤다구..잤어...
언니..오늘 몇 일이지..? "
" 10월 1일 "
10월1일..? ...하.
이틀만 참으면 된다...이틀만.
그러면 해승이가 올테니깐.
영국에서 무사히 돌아올테니깐.
힘없이 작은 미소를 짓는 내 등을 팍- 하고 치던
언니가 별안간 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 야! 너 얼른 안자? 너 도대체 왜그래? "
" ..잤다구..!! 잤다니까..!! "
" 자기는!! 내가 엊그제부터 너 봐왔는데,
카페인 든 차나 계속 마시구, 너 도대체 왜그러냐구!!! "
" 잤어..!!! 언니는...알지도 못하면서 왜그래!!!!
내가 꿈......... "
그 때였다. 언니에게 소리를 치던 그 순간
내가 쓰러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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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일 뉴스속보입니다. 어제 영국에서 출발한 YJ항공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탑승객은 모두 사망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큰 폭발로 인해 형체를 알 수 없는 YJ항공기에서
현재 블랙박스의 존재여부도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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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꿈이길. 그저 꿈이길 바랬다.
다만 꿈이길. 그저 꿈이길 바랬다./END
첫댓글 그럼 여주인공 꿈이 또 현실로 된거에요?예지몽??
오신기. 전 그런거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데 ;
호;; 안됫다...
오오그래서어덯게된거져
번외 써주세요 ㅠㅠ 이대로끝나기엔 ㅠ해피였음 좋겠는데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