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는 자식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지 다 하시는 은혜다. 자기의 생명을 나누었기에 무엇을 아까워하겠는가. 그런 자식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더 이상 무엇을 못한단 말인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준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이다. 무엇이든 해 달라고 하면 안 해 줄 수가 없다. 자식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
애꾸눈의 자식을 가진 과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오래 전에 이름 모를 병을 앓다가 죽었다. 자식은 어릴 때 혼자 마당 한구석에서 놀다가 넘어졌는데, 하필 뾰족하게 잘린 나뭇가지에 눈이 찔리고 말았다.
그래서 왼쪽 눈이 애꾸가 되었다. 그들의 생활은 비참했다. 겨우 남의 논밭 일을 해 주면서 입에 풀칠 할 정도로 살아가고 있는 처지였다.
자식이 점차 장성해지자 자식이 도지를 짓는 논밭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팍팍하던 그들의 삶이 조금씩은 나아져 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자식이 장가들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 맞는 짝을 구하고자 하는데 이 자식이 황당하게도 그 마을에서 제일 권세있는 부잣집 딸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처녀가 아니면 절대로 장가를 가지 않겠다고 어미에게 떼를 쓰는 것이었다.
그 처녀는 곱고 예쁘기로 사방에 소문이 나 있었다. 거기다가 무남독녀이기도 해서 그 집에서는 아주 금덩어리보다도 더 귀한 그런 보물 같은 자식이었다.
그래서 남의 눈을 탈까봐 한 번도 밖으로 내 보내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 처녀를 가슴에 품고 있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의 입담에 오르내리는 그녀의 공주같은 이야기에 넋이 나간 모양이었다. 그래서 자기 혼자 그녀를 맘껏 상상하며 극도로 흠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라리 최진사댁 셋째 따님을 데리고 왔으면 데리고 왔지 그 처녀의 집안은 절대 난공불락이라는 것을 어미는 잘 알고 있었다.
쳐다볼 걸 쳐다봐야 하는데 이 경우는 뱁새가 황새를 쳐다보고 있는 것과 같은 격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너무나 무모하고 절대로 불가능한 억지인 것이다.
기가 막히는 현실을 접한 어미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여기서 어미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마디 다. 너의 마음을 알았으니 가만히 있어라.
이것은 다른 사람이 알면 큰일 난다. 그러니 너의 속마음을 결코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주는 것뿐이었다.
이런 어쭙잖은 상태로 하루하루를 겨우 보내고 있는데 기어이 불에다 기름을 붓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그 처녀가 곧 시집을 간다는 소문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자식은 아예 드러누워 버리고 말았다. 그녀를 곧 잃고 만다는 절망감과 허탈감에서였다.
그 처녀는 너의 배필이 아니라고 입이 닳도록 설명해 주어도 자식은 막무가내였다. 그 처녀가 아니면 이대로 굶어 죽어버리겠다고 했다.
아무리 타이르고 윽박질러도 한번 독하게 마음먹은 자식의 요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자식은 결국 음식을 끊고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나날이 죽어가는 자식을 보고 있는 어미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살려내어야 하는데 어찌할 방도가 없다.
몇날 며칠을 자식과 함께 곡기를 끊고 끙끙대던 어미의 뇌리에 번갯불같은 생각이 하나 퍼뜩 떠올랐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외출준비를 하였다. 자식이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어미는 자식이 이렇게 죽어 가는데 손을 놓고 마냥 있을 수 만은 없지않느냐 하면서 그 처녀를 어떻게든 만나야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빌고 또 빌어 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한숨을 쉬며 문지방을 넘어갔다.
외출에서 돌아온 어미의 얼굴은 희색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더니 그 처녀가 자식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오른쪽 눈빛이 바로 생기를 찾았다. 결혼은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하룻밤은 어떻게든 같이 보내줄 수 있다고 했다. 대신에 부끄러워서 얼굴은 절대 보여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대화도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자식은 그 정도라도 어디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미는 말했다. 이것은 너와 나만이 아는 평생 비밀이다. 발설했다가는 그 처녀가 큰 곤욕을 치를 수가 있다. 내일 모레는 그믐이다. 그날 밤 아무도 모르게 온다고 했다.
방에 불은 반드시 꺼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너는 그때까지 기운을 차리고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고 했다.
ㅡ계속ㅡ
출처:대승기신론 해동소 혈맥기 2권 _공파스님_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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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향한 어미의 패륜은 천륜까지 뛰어넘는다. 주의! 충격적 내용 포함.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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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헐.....
홀로 된 어미 앞에서 굶어 죽어버리겠다는 후레자식을 어떻게 할까요?
부모은중경에 나오는 부모님의 큰 은혜 열가지 중 아홉 번째.
자식을 위해서라면 죄업도 마다않고 덮어쓰시는 은혜.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 대목입니다.
다음 편이 기다려지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관세음 보살
이런 자식 정말 죽일수도 없고 살릴수도 없는데, 이 어미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내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부처님의 제자로서 저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마땅할까요?
아무리 자식이 죽는다고 하지만, 어쨌든 지금 저 아늘의 상태는 똥자루 몸뚱이가 일으키는 욕망에 집착하는 것에 불과한데,
그걸 안타까워서 어떻게든 들어줘야 옳을까요?
중생적인 생각이 아니고 부처님의 제자로서 현명한 방법은 어떤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