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남긴 이 격언은 노력의 중요성을 새삼 상기시킨다. 세상 모든 가치 중 땀과 노력만큼 진실한 것은 없을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친 땀과 노력은 반드시 그만큼의 성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는 스포츠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육체와 정신의 부단한 단련을 위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 운동선수들이 쏟아붓는 노력과 땀의 양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김동현을 얘기하는 데 있어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땀과 노력일 것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김동현을 평가할 때 하나같이 칭찬하는 것이 운동에 대한 그의 욕심과 성실함이기 때문. 최근 몇 개월 사이 김동현이 K리그에서 보여준 급격한 성장 역시 그런 데서 기인했다는 평가가 크다.
조금은 과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운동에 몰두하는 김동현의 모습은 지난 시절 자신에 대한 아쉬움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교 시절 입었던 큰 부상으로 인해 삼켜야 했던 분루, 유럽 진출 실패와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에서의 좌절, 수원 입단 이후 팀 내에서의 극심한 주전 경쟁과 올림픽 본선 엔트리 진입 실패.
분명 20살의 청년이 감내하기엔 그 굴곡이 너무 큰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흘렸던 땀은 수원의 후기리그 우승이라는 큼지막한 결과로 돌아왔다. ‘노력은 결코 자신을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그의 믿음이 큰 결실을 이룬 것이다.
현 시점에서 김동현을 주목하는 것은 조금 늦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 축구에서 공격수라는 포지션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고, 현재도 그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김동현도 속해 있지만 아직 그의 진정한 가치는 파악되지 못한 듯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땀과 노력의 양만큼은 현재 동일 선상에 선 자신의 경쟁자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
후기리그 마지막 경기인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앞둔 지난 17일 수원 선수단 숙소에서 김동현과 인터뷰를 가졌다. 각급 대표팀에서 맹활약해 왔음에도 개별적인 인터뷰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였지만, 이내 논리정연하고 여유 넘치는 대답이 쏟아졌다.
- K리그와 수원에서의 첫 시즌이 끝나간다.
일본 생활도 했지만 프로에서의 진정한 첫 시즌은 올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 축구 선수로서 또 한번의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정원 코치님이나 이임생 코치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팀 동료 중에서는 (김)두현이 형과 잘 다니는데 나이에 비해 오래 프로 생활을 해서인지 자기 관리 부분에서 배울 게 많다. 팀의 동갑내기 친구들인 남궁웅, 정윤성, 박주성과 특히 친하게 지내는데 모두 상무에 입대하게 된다. 이제 나 혼자만 남게 되었는데,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수원의 징크스 중 하나가 시즌 초에 잘 안 풀리다 막판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것인데, 올 시즌도 그런 식이다. 그런 징크스가 있었던 사실을 아는가? |
|
인터뷰 중인 김동현 ⓒ스포츠인터렉티브
| 팀의 선배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 내가 잘 해서 그 징크스를 깼으면 했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듯싶다. 언젠가 내가 그 징크스를 깨는 몫을 담당했으면 한다.
- 현재까지 22경기 출장에 4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수치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이 결과에 만족하나?
당연히 만족하지 못한다.(웃음) 시즌을 앞두고 가진 서포터즈 데이에서 매 경기 골을 넣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한다.
- 시즌 초에 구단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올 시즌 기대주 1위에 뽑혔었다.
그 얘기를 듣고 시즌 초반에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팬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 그와는 반대로 시즌 초에는 김동현 선수에 대해 불만어린 이야기들도 분명 있었고.
구단에서 장비를 담당하는 (강)민호 형과 자주 어울리는데 그런 얘기가 있다고 전해줬다. PC 게임 말고는 컴퓨터랑 그렇게 친하지 않은데, 이곳저곳 돌아보며 나에 대한 반응들을 찾아봤다. 확실히 안 좋은 얘기들이 많더라. 솔직히 속상했다. 물론 보는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나의 플레이가 못마땅할 수 있지만 나는 항상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다. 선수를 비판하기에 앞서 그런 점은 알아줬으면 한다.
- 인터뷰 등을 보면 차범근 감독의 믿음이 절대적이다. 평소에도 개별적으로 칭찬을 하시는지? 감독과 대화는 많이 하는 편인가?
감독님 스타일이 면담 같은 걸 제외하고는 따로 특정 선수에게 많은 대화를 하진 않으신다. 오히려 경기가 끝나고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그런 칭찬을 하시는 편이다.
- 어떻게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던 차범근 감독 입장에서는 어떤 포지션보다 애착이 가는 곳이 포워드 쪽일 테고, 김동현 선수를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는게 아닐까?
분명 그런 의도도 있으실 거라 본다.
- 수원 서포터인 그랑블루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수원에 입단하기 전에도 수원 경기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원에 입단하고 그라운드에 서서 그랑블루를 보니까 온 몸에 전율이 왔다. 저 사람들이 모두 내 편이구나라는 생각에 말이다. 경기 시작 전에 몸을 풀기 위해 나가면 우선 오늘은 그랑블루가 얼마나 왔는지부터 본다. 많이 오면 ‘오늘은 이기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긴다.
- 그랑블루는 어떻게 보면 선수들에게 시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보인다. 못할 때는 지적을 하고, 잘할 때는 격려하고. 팀에 대한 충성도랄까, 그런 것을 특히 강조하는 것 같다. |
|
골을 넣고 환호하는 김동현 /수원 구단 제공
| 전에 (조)재진이 형이 FC서울과의 경기 때 (김)동진이 형과 평소에 올림픽 대표팀에서 하던 것처럼 친근하게 행동하다가 서포터들에게 크게 비난받은 적이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서포터즈들이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수원 소속의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이해하게 됐다.
그날 이후부터는 나도 조금 눈치(?)를 보게 됐다고 할까? 친한 형들이지만 경기를 할 때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FC서울의 (김)치곤이 형과 상당히 친한데 지난번에 경기할 때 말을 걸어왔지만 내가 피했다. 그런데 경기 끝나고 전화했다가 혼났다.(웃음)
- 4월 17일 포항과의 홈 개막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소감은 어땠나?
올림픽 대표팀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발 풀타임으로 뛸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막상 기회가 오니까 떨린다는 느낌보다는 무덤덤했다. 포항의 산토스와 경기 중에 계속 맞섰는데 정말 대단한 수비수라는 느낌이었다. 힘이나 운동량으로는 내가 훨씬 앞섰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플레이할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지능적인 플레이도 대단했고. K리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 이후 계속 교체로 출장하다 다섯 번째 경기인 5월 26일 부천전에서 교체되어 들어가자마자 첫 골을 터트렸다.
교체 되어 들어가니까 바로 코너킥 찬스가 났다. 두현이 형이 킥이 좋으니까 잘 올려줬는데 그것을 바로 헤딩으로 연결했다. 이번만큼은 골을 넣어야겠다는 집중력이 강했던 것도 골을 넣을 수 있던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 김동현 선수의 골은 단순한 한골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할 정도로 결정적인 순간에 넣은 골이 많다. 항간에서는 김동현이 골을 넣거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 반드시 승리하는 징크스가 생긴 게 아니냐고 하고.
(올 시즌 공격 포인트들을 회상하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런 얘기가 있다면 나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다음 시즌에는 매 경기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웃음)
- 전반기에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역시 전남과의 어웨이 경기였다. 차범근 감독도 상당히 칭찬했고.
내 개인적으로도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다. 대학 시절에도 전남과 연습 경기를 자주 가졌는데 좋은 플레이를 펼쳤었다. 그런 자신감들이 프로에 와서도 전남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하는 것 같다.
정말 그날 경기는 정신없이 달렸던 것 같다. (손)대호 형이 퇴장 당해서 어려운 상황이었고. 나도 경기 중에 전남 선수의 머리에 부딪혀 눈두덩이가 찢어졌다. 아마 (김)정겸이 형으로 기억하는데 경기 끝나고 상처를 꿰맸는데도 자국이 남았다. (박)건하 형도 헤딩하다가 부딪혀서 머리를 다쳤고.
- 인천전도 엄청났다. 두골을 먼저 내준 뒤 후반 중반 내리 세골을 터트리며 대역전극을 일궜고, 역전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본인이었다.
가장 스릴 있는 경기였다. 팀이 이겼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고 승리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 나였기 때문에 더욱 기뻤다.
- FC바르셀로나전은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한 선수들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선수들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동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그 경기를 통해 얻은 자신감이나 경험은 정말 컸다. 나 같은 경우 올림픽 대표팀 때문에 자칫하면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특히 푸욜은 (이)천수 형이나 다른 선배들로부터 대단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직접 상대해 보니 왜 그런 이야기들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키가 크지도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공격수를 괴롭히는데 정말 징그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후반에 교체 들어온 풀백 포지션의 선수(편집자 주 - 가브리)도 대단했다. 덩치는 작았지만 한번 부딪혀 보니 묵직한 느낌이 왔다. 몸싸움도 상당히 잘하고.
- 최소한 제공권 면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득점 기회도 있었고.
(아쉬워하며) 그때 골을 성공시켰어야 했는데... 우리 팀의 우르모브가 크로스가 좋으니까 후반에 들어와서 좋은 걸 몇 개 올려줬을 때 하나 정도는 넣을 수 있었다.
-> 2편에 계속... |
| |
첫댓글 이임생은 k리그 경기에서 영표형님한테 그리 잘못한 일도 아닌거가지구 욕지꺼리 해댔던 인간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