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체험 봉사현장'은 1년 동안 우리 이웃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현장을 찾아갑니다.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은 배우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면서 누구보다 내가 먼저 변화하고
행복해지는 봉사활동의 즐거움을 체험하고 소개합니다. => 그 세번째로 해뜨는집을 찾아오셨어요...
집수리 자원봉사 '해뜨는집'
결코 아깝지 않은 하루
"몇 년전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방송되던 '러브하우스'에 숨겨진 원조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셨는가 그리고 그 원조가 지금도 우리 동네에 나타난다는 사실은 또 알고 계셨는가? 내 집 한 칸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서울 시내에 '우리'집이 수두룩한 부자 사람들을 만나 이 어찌된 사연인지 들어보자."
'우리'집 고치기 프로젝트 - 해뜨는집
2009년 3월, 내가 '해뜨는집'을 취재하고 「공감 PLUS」에 썼던 기사의 서문이다. 만 2년이 지나 다시 찾아 왔건만, 송문식 사무국장도, 최규환 단장도, 조길래 공동대표도 그때 만난 그 모습 그대로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알 수 없는 감사함이 나의 가슴을 스쳐간다. 긴 시간에 녹아 누군가의 사람과 하나가 된 봉사활동은 이렇게 종종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사람, 또 사람만 생각하는 곳,
(사)열린사회강동송파시민회
(사)열린사회강동/송파시민회의 모토는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이곳에서 진행 중인 사업들에는 집수리 자원봉사(해뜨는집)를 비롯해 고덕동과 천호동에 위치한 어린이 도서관(함께크는우리, 웃는책), 구립 천일방과후어린이집, 청소년 자원봉사 마을학교(세움터)운영 등이 있다.
내가 참가했던 4월 9일 (매월 둘째 토요일) 집수리 봉사활동은 74번째 해뜨는집 정기 나눔활동이었다. 1월과 2월에는 야외활동이 어려워 집수리를 하지 않는데, 그러면 대략 언제부터 집수리 봉사가 시작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계산하기 귀찮으실까봐 알려드리자면, 2003년 6월 시작), 그리고 봉사활동에도 프랜차이즈(?)가 있어서 현재 서울시내에는 북부, 동대문, 은평, 구로, 강서/양천, 관악/동작, 서대문/종로 해뜨는집이 있다고 송문식 사무국장은 말한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뭔가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훌쩍 늘어난 사람들,
특히 눈에 띄는 '젊은이들'
5호선 명일역 4번 출구, 오전 9시. 계속 늘어나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 놀랐다. 2년 전보다 2배는 늘어난 것 같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여서 더 신기하고 기뻤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나눔의 가치와 즐거움을 느끼고 배우는 것이 건강한 삶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아빠와 함께 온 초등학생들, 친구들과 함께 온 중·고등학생들, 봉사활동 동아리에서 함께 온 대학생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해뜨는집에는 현재 총 5개의 팀이 있는데,자원봉사 참가자들이 팀에 배치되면 각기 다른 집으로 지수리 활동을 간다. 한 번 팀이 정해지면 1년 동안 그곳의 고정멤버가 되는데, 사람들이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다. 집수리에 도가 튼 숙련자들과 참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들이 골고루 팀에 들어간다. 이제 여기저기 차를 나눠 타고 목적지로 출발한다.
희망느림팀,
우리는 천천히 합니다.
이날 내가 속한 희망느림팀(팀장 전상현)은 15명으로 구성되었고, 고덕동의 한 옥탑방에 홀로 살고 계신 할아버지의집을 수리하러 갔다. 방의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다 보니 할머니와 함께 찍은 환갑사진이 벽에 걸려 있어 잠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집에서 21년을 사셨고,도배는17년 만에 하는 거라고 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 각자 어떤 일을 할지 자원하고 분배한다. 페인트칠, 도배, 도배 풀 바르기, 장판 깔기, 냉장고 청소, 전기(전등과 콘센트함) 교체 수리, 방충망과 싱크대 설치 등 은근히 할 일이 많다. 팀에 전문가가 없는 편이라 천천히 일한다 해서 붙인 이름, 희망느림팀. 심지어 팀의 첫째 수칙도 '못하는 사람 구박하기 없기'란다.
나는 도배 보조 업무를 맡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께서 미리 장롱의 옷들을 야외에 꺼내 두신 덕에 일이 한결 수월했는데, 먼저 냉장고의 내용물과 냉장고를 밖으로 꺼내고, 장롱을 제외한 모든 물건들을 밖으로 꺼냈다. 오랫동안 쌓인 먼지들이 눈과 손이 닿지 안흔 곳에 수북이 쌓여 있다. 인근의 '함께크는우리' 어린이 도서관에서 진공청소기를 빌려와 먼지들을담았다.
새 도배지가 벽에 붙기 좋도록 옛 벽지들의 위아래 끝부분 5㎝씩을 칼로 잘라낸다. 오래 되었다고 벽지를 다 뜯어버리면 오히려 새 도배지가 잘 안 붙고, 또 시멘트벽이 도배지를 뚫고 비치기도 한다. 도배 풀 바르기 전담 팀에서 풀을 발라 접어놓은 도배지를 차곡차곡 공급하고, 천장은 봉사활동 경력이 많은 봉사자 한 분이 혼자, 벽은 중급 봉사자 두 분과 내가 함께 바른다. 예전에 도배를 하는 옆에서 재료심부름을 하며 구경해 본 적은 있으나, 내가 직접 벽에 벽지를 붙여보는 것은 처음이다. 비뚫어질까 조심조심 도배를 마치고, 장판을 깔기 시작할 무렵 점심이 도착했다.
짬뽕을 먹으며
인사한 사람들
집수리 활동을 시작해 점심시간이 되기까지, 일에 필요한 대화 외에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시원한 짬뽕과 군만두, 괜찮다고 여러 번 사양했지만 기어코 집수리를 의뢰한 할아버지가 점심값을 내셨다. 이 중국집이 정말 소문난 맛집이거나, 일한 후 먹는 밥맛이 꿀맛이거나... 이렇게 맛있는 짬뽕이 다 있구나 싶다. 점심을 먹기 시작한 후, 누군가 가져온 막걸리가 한 잔씩 돌며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진다.
해뜨는집의 팀장들 5명 중 3명은 중학교 동창으로 시작한 오랜 친구사이이고, 나이는 39세에서 42세 사이. 희망느림팀의 팀장 전상현님은 해뜨는집을 위해 주말에 일하지 않는 곳으로 직장까지 옮겼다고 하니, 그 열정을 짐작할 만하다. 아까 천장 도배를 하던 분은 21년간 롯데월드에서 전기와 관련된 일을 하다 명퇴를 했고, 을지대학교에서 온 대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봉사동아리에 속한 이들이다. 분당에 사는 고3 여학생은 아빠를 따라 함께 왔는데, 그 아빠의 말씀이 인상적이다. '토끼와 거북이'에서 거북이가 이긴 이유, 거북이는 그저 자기의 길을 갔고, 토끼는 거북이를 생각하며 경쟁했기 때문이라는 것. 아빠의 입장에서 공익차원의 활동을 하고 싶어 딸과 함께 오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아, 그리고 자칭 서울얼짱, 다음날 시리아로 출국한다는 축구 국제심판 강도준 님도 희망느림팀에 있었다.
받은 월급을 저축하듯,
한 달에 하루
다른 날보다 조금은 일찍 끝났다는 오후 3시쯤, 남은 일들을 모두 마치고 오랜만에 바깥 구경을 한 짐들을 다시 방에 넣어 주고, 오전부터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으며 우리팀 단체사진을 찍었다. 한 달에 하루, 두 번째 토요일. 나는 이번 「공감 PLUS 05+06월호」가 나오면 가지고서 5월 14일에 다시 해뜨는집을 찾아오기로 약속했다. 봉사활동은 저축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 날짜와 시간을 미리 떼어두지 않으면, 결코 쉽게 참여할 수 없으니까.
봉사활동을 하며 점점 느끼는 바는 이것이 나를 소비하는 일이라기보다, 나를 더욱 채우는 일이라는 점에대한 확신이다. 내가 즐거운, 혹은 내가 뭔가 배울 수 있는 봉사활동 한 가지. 나 자신의 성취감과 활력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찾아 해보시기를... (이상, 해뜨는집에서 결코 아깝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온, 「공감 PLUS」강민지 기자였습니다 )
첫댓글 잔잔하니 강기자님 글 좋네요^^
조회수는 엄청 많은데... 댓글은 없는...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