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적 길을 나설 때가 있다
언제 도착하고 무엇을 먹고 몇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규칙과 틀은 등에 짊어진 무거운 걸망을 벗어 던지듯
내려놓고 그렇게 길을 나설 때가 있다.
#'지리산 옛살비 꽃담'
딱 그이름 하나들고 구례 섬진강 줄기를 따라
지리산 줄기의 골짜기로 들어선다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산 175
옛살비 꽃담 쥔장 구절초 010 2611 8272)
'옛살비 꽃담' 이름뒤에 비가 들어 있어 비가 내리기 전에 한두 방울 툭툭 꽃송이 처럼 떨어지는
비꽃의 의미인 줄 알았다
'옛살비'는 고향의 순우리말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꽃비라도 좋고 고향이라도 좋다
사성암과 용서폭포 중간에 있는 동해마을길로 접어들어 약천사가 있는 쪽으로 산길을 오른다
울울창창한 숲길이 좋다
약천사를 지나 기암괴석이 병품처럼 둘러쳐진
거친 산줄기에서 가장 연약한 부분의 속살을 따라 길을 만들고 길의 끝트머리에 삶의 터전을 잡은
옛살비 꽃담 황토펜션이 보인다
제일먼저 꼬리 흔들며 반겨주는 녀석들이
내게 다가온다
누가 있나 싶을 때쯤 선녀와 나뭇꾼에 나오는
선녀같이 고운 쥔장(구절초)이 얼굴을 내미신다
경우가 아닌줄 알면서 대뜸
"꽃차 한잔 마실 수 있을까요?" 내뱉었다
사전에 예악이나 통화를 한적없이 사진속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추구하는 삶의 언저리를 구경하고 싶어
무작정 산길을 올랐다고 말했다
상대입장에서 느닷없는 객의 방문에
꽤나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을 텐데
주저없이 환한 미소로 맞이해준다
연휴가 이어져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채로 안내하여 정성스레 천일홍과 홍화꽃차를 내어주신다
고운 빛깔,향기로운 꽃차가 입안에 퍼지고
소쩍새 울음소리 풀벌레소리가 깔리고
달빛으로 젖어드는 지리산속은 그야말로
무극의 세계다
이곳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이란
내용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곳이다
우리는 흔히 가난을 빈곤과 연결시켜 연상하지만
자발적 가난이란 소득과 소유와 소비를 줄이고
자유와 마음의 평화와 여유와 행복의 시간을 늘리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차를 마시면서 손수 흙을 쌓아 만든 황토집과
살아온 삶을 바닷가에서 모래한줌 퍼내듯
그렇게 기웃거려보았다
직접따서 말리고 덖은 꽃차가 방안에 가득하다
사계절 꽃을 즐기고 사는 마음 그 행복이 부럽다
어둠이 짙어지고 달빛이 빛날 때
황토펜션의 이곳저곳을 설명해주었다
마음을 씻는 다는 세심정
마음을 쉬게하는 휴심정
마음을 내려놓는 하심정
돌아오는 길
구절초님이 주신 구절초꽃차가 내 손에 들려져 있다
오늘 밤하늘에 유성우가 비처럼 쏟아진다고 한다
이미 내맘속에는 구절초님의 고운 마음으로 별똥별이 꽃비처럼 내린다
첫댓글 이 황토방펜션은
그제(4월 3일) 용서폭포~둥주리봉 취재산행 후 차편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숙박지로
너무나도 유명한 곳이기에
사진과 글을 펌하여
회원님들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