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잔디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개벽』 19호, 1922.1)
[작품해설]
임을 잃은 비극적 정한(情恨)이 봄의 생동감과 어울림으로써 한층 더 슬픔을 느끼게 하는 이 시는 보여 주고 들려 주는, 이른바 ‘노래하는 시’의 전형으로 ‘잔디 / 잔디 / 금잔디’와 같은 리듬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인은 죽어 돌아오지 못하는 임과 해마다 임의 무덤가에 돋아나는 금잔디를 대비시키는 방법을 통해 임에 대한 그리움을 간절하게 나타낸다. 임의 뜨거운 사랑의 불길처럼 피어난 금잔디로 인해 ‘무덤가’를 찾아온 봄이 더욱 원망스럽고, ‘가신 님’이 한츠 더 그리워진다. ‘봄이 왔네 / 봄빛이 왔네 / 봄날이 왔네’라는 점층적 표현은 봄이 왔음을 강조하는 한편, 임의 부재를 더욱 절실하게 나타낸다. 이렇듯 소월에게 있어서 임의 죽음은 부활을 예비하는 죽음도 아니고, 임의 떠남은 돌아올 것을 준비하게 하는 떠남도 아니다. 그러므로 소월은 임의 죽음 그 자체, 임의 떠남 그 자체를 노래함으로써 그의 임은 현재나 미래의 임이 아니라 항상 과거 속의 임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이 작품에서도 소월은 금잔디를 바라보며 과거 속의 임을 그리워하거나 돌아오지 못할 임을 체념으로 이겨내려는 몸부림만을 보여줄 뿐이다.
[작가소개]
김소월(金素月)
본명 : 김정식(金廷湜)
1902년 평안북도 구성 출생
1915년 오산중학교 중학부 입학
1923년 배재고보 졸업
1924년 『영대(靈臺)』 동인 활동
1934년 자살
시집 : 『진달래꽃』(1925), 『소월시초』(1939), 『정본 소월시집』(1956)
첫댓글
금잔디에
봄이 왔네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쉬임없이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