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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올림픽 얘기로 돌아와서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오사카에서 있었던 일본전 패배로 팬들은 상당히 불안해 했는데.
그 경기는 솔직히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우리팀 선수 전원이 프로 소속이었는데 다들 올림픽팀 해외 전지훈련에서 돌아왔다가, 소속팀에 갔다가 다시 모인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개인적으로는 호주 전지훈련에서 발목 부상을 입고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어서 경기에 출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계속 올림픽대표팀에 소집됐다. U-20 대표팀에 있을때 김호곤 감독님이 세계 청소년대회에 오셨는데, 그때 나를 좋게 보셨던 것 같다.
- 이후 계속 교체 출장되다 4월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에서 처음 선발 출장했다.
사실 비중 있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중국전과 이란 전에서 계속 1분, 5분, 이런 식으로 뛰다보니까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행히 경기중 단 한번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골을 기록할 수 있었고 자신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 이후 올림픽 최종예선 말레이시아 전에서도 선발 출장하며 두골을 기록했다. 수원에서 열린 경기여서 그랬는지 김두현과 함께 멋진 활약을 펼쳤다.
아직 프로 경기를 뛰기 전이었는데, 그래도 내 홈인데 이전의 청소년대표 소속으로 수원컵 때는 별로 활약을 못했으니까 이번에는 잘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골망을 흔들어서 골대에 미리 길을 들여 놓아야겠다고나 할까.(웃음)
- 당시 두골을 넣었는데도 MVP를 못 받았다.
뭐 이라크 전에 받았으니...(웃음) 그날 말레이시아 골키퍼가 잘한 것도 사실이고.
- 그렇게 같이 고생을 하며 일궈낸 올림픽 진출인데, 정작 본선에서는 예비 엔트리로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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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표팀에서 ⓒ축구협회 홍석균
| 사실 예선을 끝내고 그리스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예상을 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마음을 접어두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막판에 어찌어찌 하다 보니 예비 엔트리로 가긴 했지만.
선수로선 아쉬움이 남지만 또 어떻게 보면 상당히 재미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그걸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매 경기 힘들었지만 다른 선배형들도 경기 외적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도와줬고.
- 예비 엔트리 선수들끼리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선수 숙소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던데?
오히려 그 덕분에 좋은 호텔에서 잘 수 있었다.(웃음) 4명이서 4일정도 따로 떨어져 있으니까 뻘쭘했다. 그냥 호텔에 쳐박혀 있는 것보다는 나가서 운동하고 돌아다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호텔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같이 하고, 택시 타고 해변에 나가서 이런 저런 훈련도 하고, 관광도 다니고 했다.
- U-20 대표팀에서는 18번, 올림픽대표팀에서는 11번을 달았고, 수원에선 27번을 달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번호는?
학창 시절에는 계속 18번을 달았다. 또 어떻게 하다 보니까 존경하는 황선홍 선배님이 달았던 번호고. 그래서 18번에 가장 애착이 간다.
- 어떤 점에서 황선홍 선수를 존경하는가? 프로필에 보니까 닮고 싶은 선수로 되어 있던데.
플레이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따라 가고는 싶지만 이미 내게 정형화된 스타일이 있으니... 플레이도 그렇지만 축구에 대한 생각이나 축구인 황선홍의 인격을 닮고 싶다. 전에 황선홍 선수의 자서전을 읽었는데 공감한 부분이 많았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사석에서 한번 뵌 적이 있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고...
- 김동현 하면 무엇보다 성실함이다. 지도자와 동료들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천성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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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김치곤과 맞대결 /수원 구단 제공
| 부지런함이 천성이라기보다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까 운동에 대한 욕심이 크다. 내가 저 선수, 저 팀을 이기기 위해선 두배, 세배 더 많이 뛰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어린 나이에 그런 부분을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지만 워낙 오래 해온 일이다 보니 어느 정도 극복되는 것 같다.
- 웨이트 트레이닝에 애착이 많은 걸로 안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경기를 계속 뛰다 보니 근력이 금방 떨어졌고, 웨이트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프로에 오고 나서는 꾸준히 하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무리하게 하진 않지만 평소에 시간 날 때 짬짬이 해두는 편이다. 바벨 같은 경우는 많이 들 때는 120kg 정도까지 든다.
- 체력이 대단한데, 어떤 식으로 관리하는지?
좋아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몸에 좋은 것도 이것저것 먹는다. 육류를 좋아하는 편이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우유도 많이 마시고. 아무튼 먹을 수 있는 건 다 챙겨 먹는다. 최근에는 두현이 형과 함께 숙소 부근의 산을 오르는 데 맛을 들였다.
- 항간에서는 굼뜨다는 평도 있다.
덩치가 크고 스윙이 크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나 본데 절대 느리지 않다. 인정할 수 없다. 팀 내에서도 (김)대의 형을 제외하면 스피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 부순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부딪히고 공격수로서의 투쟁심이 있어 보인다.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는 덩치가 큰데 왜 상대를 피하냐고. 그러면 너는 더 성장할 수 없다고.
나 같은 경우는 몸싸움을 꾸준히 하고 상대를 괴롭혀 주면서 우리 팀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역할, 그런 역할에 더 충실하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동국이 형 얘기를 꺼내면서 그런 역할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다.
- 이동국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같은 포지션의 선수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어렸을 때부터 봐왔고 동경했던 선수가 동국이 형이다. 학교 시절에 포항 스틸러스가 대구에 경기를 하러 온 적이 있는데, 경기장에서 동국이 형의 플레이를 구경한 적이 있다. 직접 뛰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저런 선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선수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다만 그동안 너무 혹사당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잠시 슬럼프였다고 생각한다.
- 포워드도 많이 뛰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비 가담이라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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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뒤풀이를 하는 김동현 ⓒ축구협회 홍석균
| 포워드가 존재하는 첫번째 이유는 골이다. 결정적인 기회가 오면 골을 넣을 수 있게 그 힘을 간직해야 한다고 본다. 재진이 형의 경우에도 덜 움직이고 최전방에서 골을 노렸다면 K리그에서 훨씬 많은 골을 기록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그런 스타일의 플레이를 고집한다면 경기에 출전하기가 힘들 것이다. 요즘엔 포워드에게도 모든 것을 다 잘하길 바라는 것 같다. 그래야만 인정받을 수 있고...
- 과거에 큰 부상 경력이 있었다고 하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브라질에 유학을 가서 몸에 담석이 생겼다. 몸에서 돌을 빼는데 7개월이 걸렸고, 그렇게 운동을 쉬다 보니까 체중도 불고, 1년 내내 부상이 몸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경기를 나가지 못했는데 정말 힘든 시기였다.
그 부상으로 인해 포항의 영입 대상자 명단에서도 제외됐었다. 물론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이후에 다른 팀에서 오라고 했을 때도 포항에 가서 확실한 의사를 물어봤고, 포항 구단에서도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나중에 포항에서 다시 오퍼가 들어오긴 했지만 모든 게 해결된 상태였고 큰 미련은 없었다.
- 브라질에서의 생활이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1년간 있었는데, 성공을 하든 못하든 외국에서 지낸다는 것은 실력에서나 정신적인 부분에 큰 경험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 자신의 축구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으로 작용했던 시기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역시 U-19, U-20 대표팀 시절이다. 그 시기를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당시 박성화 감독님이나 팀 동료들에게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역시 U-19 대표팀으로 처음 출장했던 아시안게임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다.
- 몇가지 단점이 있다고 본다. 결정적인 상황에서도 왼발을 고집한다든가 하는... 또 많은 이들이 공격수로서 센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덩치가 크다 보니까 그런 지적이 있는 것 같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 스스로가 투박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주영이처럼 몸싸움을 하지 않고도 센스있게 빠져나가는 스타일도 있지만, 어차피 나는 몸싸움을 피할 수 없고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다.
-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난감한 질문인데...(웃음) 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는 비에리(인터밀란)와 쉐브첸코(AC밀란)의 장점을 닮고 싶다. 힘과 감각의 면에서는 비에리를, 순간적인 기지와 기술에서는 쉐브첸코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사는 동안 내 자신에게 납득이 갈 수 있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싶고, 축구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다 누려보고 싶다.
- 남은 시즌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짧은 계획은 나드손이든, 마르셀이든 어느 한 명의 다리를 잡는 한이 있어도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말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서 지금보다 훨씬 발전된 선수가 되어야겠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소속팀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고 활약하는 것이다.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대표팀에 대한 욕심이다. 대표팀에 뽑히고 싶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가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가 됐든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겠다. 축구 선수로서 정상에 서고 싶은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다.
- 긴 인터뷰 감사드린다. 최고의 선수가 되는 모습을 기대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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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특급 유망주 김동현...!
이제보니 최수범하고 비슷한..
같은선수가 보기에도 이동국이 혹사당한거 같다니...맞아!!!이동국선수의 부진은...대한민국의 혹사때문이야..ㅠㅠ
김동현... 뭐 자기는 누가 힘이 대단하네 누구의 몸싸움이 좋네 하지만 실제루 경기장 가서 보면 상대 수비수들이 뻥뻥 나가 떨어집니다... 괴물같으니 ㅡㅠㅡ 스피드는 글쎄요 -_- 달리기라면 모르겠지만 순속은 ^^;;;; 나쁘진 않지만 브라질리언들이나 서정원 같은 선수만큼은 안될텐데...;;
그리고 정면에서의 1:1 돌파를 성공시키는건 거의 못봤습니다. 대신 수비수들과 터프한 몸싸움을 통해 수비망을 그야말로 "파괴하는" 능력이라면 지금 K리그 스트라이커 중에서 적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포스트 플레이어죠... 차범근 감독님께서 정말 아끼는 선수고...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이고요...
분명 대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범근감독도 아끼는거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