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의 밀사
원제 : Against All Flags
1952년 미국영화
감독 ; 조지 셔먼
출연 : 에롤 플린, 모린 오하라, 안소니 퀸
앨리스 켈리, 밀드레드 냇윅, 로버트 워릭
'인도양의 밀사'는 조지 셔먼 감독의 1952년 작품입니다. 조지 셔먼은 그다지 유명한 인물은 아니지만 '대 정복자(51)' '바그다드의 밀사(53)' '황금의 총좌(55)' '로빈훗의 복수(58)' 같은 제목의 영화들이 우리나라에 개봉된 것을 보면 오락 활극 전문 감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30-50년대 활극영화에서 많이 활약한 에롤 플린이 주연이고, 모험과 로맨스가 가득한 오락 활극입니다.
1700년 영국이 인도와 교역을 위해서 인도양으로 배를 항해하던 시절, 마다가스카르 섬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섬에 주둔하고 있는 해적들이 골치거리였습니다. 그래서 그 섬에 스파이를 파견하여 해적을 무력화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은 영국인 장교 호크(에롤 플린) 였습니다. 그는 영국군함에서 탈영한 것으로 꾸미기 위해서 일부러 채찍질을 20대나 감당하면서 등에 심한 상처투성이가 됩니다. 마다가스카르 섬에 잠입한 뒤 해적의 두목인 브라실리아노(안소니 퀸)는 호크를 의심하지만 호크의 매력에 한눈에 반한 스티븐스(모린 오하라)가 호크의 편을 들어서 겨우 그 섬에서 예비 해적으로 살게 됩니다. 스티븐스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를 물려받고 총기 가게를 운영하는 여걸이었는데 브라실리아노는 이런 스티븐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호크는 해적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 브라실리아노와 함께 출항하여 지나가는 배를 터는데 성공합니다. 그 배에는 인도 황제의 딸 파트마 공주가 타고 있었고, 호크는 죽을뻔한 공주를 구해냅니다. 이때 공주와 키스를 하게 되는데 공주는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하고 호크와 만날때마다 키스를 요구합니다. 파트마 공주를 은근 질투한 스티븐스는 배에서 데려온 여인들을 경매에 부칠때 거액을 제시하고 공주를 데려옵니다. 해적들의 신임을 얻게 된 호크는 대포의 위치를 파악한 후 영국 함선에 알리고 공주를 데리고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런 와중에 스티븐스와 실제로 사랑에 빠집니다. 과연 그의 탈출계획은 성공할까요?
약간 개성없는 악역인 부분이
아쉬웠던 안소니 퀸
터프한 여걸같은 여주인공 역의
모린 오하라
전형적인 오락 활극입니다. 아주 위험한 임무를 갖고 목숨을 걸고 섬에 잠입한 스파이 주인공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데 영화가 전혀 진지하지 않고 약간 코믹한 전개입니다. 20대 시절인 1930년대부터 이미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 많이 밀어줘서 여러 활극에서 왕성하게 활약한 에롤 플린인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나이가 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활극의 대가답게 흥미로운 역할을 수행합니다. 위험한 임무를 몰래 수행하긴 하지만 오락영화의 주인공 답게 여복이 많아서 섬의 여걸같은 터프한 여인과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공주 두 여자의 사랑을 듬뿍 받습니다. 이건 뭐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러 온건지 여자들과 노닥거리러 온건지.... 아예 18세기 버전 007 제임스 본드가 따로 없네요.
에롤 플린의 상대역으로 등장한 모린 오하라는 1939년 '노틀담의 꼽추'로 이름을 알리고 40년대 인기 여배우로 맹렬히 활동한 탑 여배우였습니다. 이 영화 출연 당시는 30대에 접어들면서 슬슬 나이가 들어가던 시기였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존 웨인 등과 서부극에 함께 출연하며 정숙한 중년여인 역할로 오래 활동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아직 로맨스의 여주인공 역할을 합니다. 특히 아닌 자기가 원할때만 남자와 키스를 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여걸다운 풍모를 보여주고 후반부에서는 남자 해적들을 상대로 멋진 검술솜씨도 보여줍니다. 아주 터프한 여성으로 등장하지요.
활극의 대가 에롤 플린
이방인인 영국 탈영자에게
반한 섬의 여걸
키스는 내가 원하는 때에 해야 한다며
사랑에 주도적인 터프한 여성
공주를 구해내는 호크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영화치고는 너무 태평스럽고 두 여자사이에서 행복한 모습만 많이 나오는데 그래도 후반부에 계획이 꼬이고 위기에 봉착하게 되기는 합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인데 아무리 남자가 멋있어서 반했다고 해도 그런 갑작스런 사랑을 위해서 동족을 배신한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 합니다. 아무튼 두 여자 사이에서 굉장한 여복을 과시하 에롤 플린은 부러운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해적섬의 여걸과 인도의 공주 사이에서의 줄다리기라니. 오히려 공주로 인하여 질투를 유발시켜서 더 끈끈하게 사랑을 쟁취하는 셈이죠.
조금 낭비된 배우는 안소니 퀸 입니다. 그는 해적섬에서 우두머리 겪인 해적선장인데 비중이 높은 편이고 메인 악역이긴 해도 너무 두 주인공을 위한 들러리 역할에 그쳤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매번 퇴짜를 맞고 어디서 굴러온 이방인에게 빼앗기고... 좀 안쓰러운 조연이지요.
공주와 호크의 관계를 질투하는
스티븐스
두 여자에게 애정공세를 받는
행복한 주인공
검술로 남자를 물리치는
터프한 면모를 연기한 모린 오하라
활극영화 답게 후반부에 아기자기하고 호쾌한 액션이 있는데 에롤 플린과 안소니 퀸의 검술대결 장면이 하일라이트 입니다. 에롤 플린은 용감하고 칼싸움도 잘하고 사랑도 화끈하게 쟁취하는, 그야말로 신나는 주인공역을 맡은 셈인데 30년대는 주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와 공연했었는데 모린 오하라를 상대역으로 맞이한 것입니다. 올리비아 드 하비랜드는 이렇게 터프한 역할에는 어룰리지 않지요. 해적을 소재로한 활극으로 아직 시네마스코프 화면이 등장하기 전에 4:3 비율로 만들어진 액션 오락물입니다. 전형적인 에롤 플린표 영화지요.
ps1 : 원제를 직역하면 '모든 깃발을 향하여' 인데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개봉제목이 좀 더 어울리지요. 단 뭔가 기밀을 전달하는 의미의 밀사 보다는 스파이가 더 맞지요.
ps2 : 인도 공주를 너무 티나는 백인 여성이 연기합니다.
[출처] 인도양의 밀사(Against All Flags, 52년) 에롤 플린 주연 활극|작성자 이규웅